미쿡 고구마를 안주 삼아 영탁 한 번 마셔봤다

광고의 힘이란! 그저께 동네 마트에 간단한 장을 보러 내려갔는데 마침 주류업체의 아저씨가 냉장고에 막걸리 등을 채워넣고 계셨다.

영탁이 광고하는 막걸리 영탁

"아이고, 이게 이제 왔네요"라는 주인 아저씨 말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길래 보니 트로트 가수 영탁이 광고하는 "영탁"이라는 막걸리였다.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광고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그렇게 영탁, 영탁하며 찾더라는데 물량이 달렸는지 그 날 처음으로 입고가 됐다고 한다. 가격은 1700원, 우리 동네 탁주인 팔공산 or 불로 막걸리보다 500원 이상 비싸다(동네에 열 평도 안 되는 작은 마트라 모든 물건이 전반적으로 비싸다)

호기심이라면 고양이 저리 내다앉아라 할 만큼 궁금한 게 많은 노파, 성분표를 살펴보고 전혀 별다른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어이 한 병을 데리고 왔다.

 

막걸리에는 김치

막걸리는 역시 김치하고 마셔야 제 맛! 평창 작은 온냐가 보내 준 알타리 무를 큰 언니가 김치로 담궈 가져왔는데, 다른 이야기지만 김치를 먹을 때마다 "이제 내가 고아가 됐구나..."를 실감한다 --;;

막걸리, 김치 그리고 고구마

그리고 또 김치에 엮이는 것이 바로 고구마 아니겠는가! 

전자렌지로 익힌 고구마

마침 점심 시간도 됐으니 탄수화물도 섭취할 겸 전자렌지로 간단히 익힌 고구마 몇 개로 낮술 마실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영탁의 맛을 보기로 하고 일부러 차린 주안상이니 보통은 물에 희석해 마시지만 이것은 순수 막걸리 그대로, 그러나 언제나처럼 위에 뜬 맑은 물만 준비해 마셔보니 흐음... 내 입에 지나치게 달게 느껴지는, 그리고 탄산이 더 많은, 하지만 탄산은 숙성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그 외에는 그냥 막걸리다. 500원 더 내야 했던 건 모델 '영탁' 값이었던 것이었드아... 그래서 나는 500원 덜 내는 지역 막걸리 불로 탁주를 계속 애용하기로!

속이 빨간 고구마

그리고 이건 호박고구마라 하던가? 큰 온냐가 한 보따리 갖다준 고구마다. 생으로 깎아 먹으면 변비에 좋다길래 함 먹어보자고 깎아 봤더니 웬열? 속이 빨간 것이 "미쿡 고구마네?!" 사실 이 속 빨간 고구마를 처음 본 것은 30여년 전 Wien에서였는데 미쿡에서 수입 한다는(유럽에는 토종 고구마가 없다) 고구마란 것이 "단 감자 Süßkartoffel"이라는 이름으로 비싸기 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아이 종아리 만큼 커다란 것들이었는데 잘라 봤더니 속 색깔이 딱 저랬었다. "엄마야, 속이 빨간 고구마가 다 있네?" 신기해하며 삶아 먹어봤더니 그 맛이란 젠장! 차라리 감자가 훨씬 더 달고 고소하다 할 수 있는 밍밍한 맛이었다. 그 대륙에서 나는 것들은 사람이나 먹을거리나 참 하나 같다,는 생각을 그 때 했었다.

토종 고구마와 호박 고구마의 속살

토종(?)고구마와 이 미쿡이 원산이라 의심되는, 남들은 특히 더 달다고 찬사를 하는 호박 고구마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먹어보니 아니나다를까 그림 왼쪽에 푸르딩딩한 고구마가 훨 더 달다. 호박 고구마는 구워먹어야 제 맛이려나? 아무튼 크기가 우리나라 것처럼 작고 맛은 오리지널 미쿡 것보다는 훨씬 더 좋았지만 역시 신토불이를 당해 내지는 못하는 맛이었다. (여태 호박고구마를 먹으면서도 이것이 미쿡 종자라는 의심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날 것으로 깎아보고 비로소 그런 의심이 들었다 ㅎ;;)

포두부

아무튼 그렇게 먹고나니 또 몸에서 뭔가 부족한디...라는 신호를 보낸다. 먹은 걸 되새겨 보니 단백질이 없었다. 그래서 마침 냉장실에 있는 포두부를 튀겨 먹기로 한다.

포두부를 코코넛 오일에 튀기고 있다

코코넛 오일에 지글지글, 귀찮으니까 막 겹쳐서 대충 튀겨

포두부 튀김

설탕 팍팍 뿌려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후식으로 먹었다. 맛 있었냐? 종이를 튀겨 먹는 맛이었다구리~

 

결론적으로 영탁도 미쿡 종자로 의심되는 호박 고구마도 내게는 "별로"였다는 것. 모름지기 '토종'이라는 것은 내 나라의 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온갖 인공적인 향내 뒤에 숨은 묘한 마늘 냄새,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가 문득 느껴지는 뼛속에 사무칠듯 정답고 그립고 익숙한 바람과 흙의 냄새를 고스란히 담고 만들어진 것이니 호박 고구마가 다른 맛을 낼 수 밖에는... 그리고 (말 하자면) 대구 토박이인 내게 예천 출신 영탁보다는 불로가 더 맛있을 수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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