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남의 고양이들과 그들의 짠한 집사

이웃 고양이 까미, 반디, (개)버찌들이야기다. 세 아이들 모두 유기묘에서 묘생역전한 경우다.

카오스 고양이

사실상 이 댁에 첫째는 반디(카오스 4살 정도로 추정되는 딸아이)로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보호소에서 묘연이 닿아 이 댁으로 왔고 

낯 가리고 소심한 하얀 고양이

한 달쯤 후에 다시 까미(하얀 고양이 - 6, 7세로 추정)가 왔는데 처음에 내가 이 댁을 알게 됐을 때는 반디가 한 달 먼저 왔다고 텃세를 부려 까미가 캣타워에 올라가기만 해도 으르렁거리고 난리가 나 나이 든 이 아이가 밀리는 것 같고 낙이 없어 보여 너무나 안타깝다는 사연을 들었는데 

그로부터 5개월 정도가 지난 요즘 갑자기 전세 역전, 영상을 보면 거의 아무 내용이 없는 느낌이지만 잘 보면 두 녀석 아시에 아주 진지하고 무게 있는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까미가 완전히 기세등등 반디에게 '요냔, 도발만 해 봐라, 기양 콱!' 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반디는 기양 콱 찌그러져 있다 - 약간의 오버가 섞여 있지만 이런 해석이 나온 이유는 반디가 먼저 까미의 시선을 피하는 데서 분위기가 읽어진 탓이다. 하지만 까미도 싸우자는 뜻은 아니었고 자신이 그 옆에 좀 있어도 될지 간을 보는 듯한 분위기다. 왜냐하면 까미도 잠시 후에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한 번 반디의 반응을 살핀 후 앉았기 때문이다.

중성화 수술을 마친 아기 고양이

원인은 바로 요 녀석, 랙돌인 개버찌(6개월)이다. 원래 집사가 쓰러졌다는 이유로, 쉽게 말해 파양을 당한 것인데 임보로 잠시 데리고 있으려다 영 보내지를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들어와 집안의 기강을 온통 휘젓고 흔들어 놓은 탓에 뜻밖에도 까미의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인다.


개깔때기(까미 엄니의 표현)를 찬 탓인지 아니면 벌써 묘춘기가 온 것인지 저 표정 좀 보소!  얼마나 먹고 살겠다고 버둥댔는지 깔때기 아랫쪽에 습사료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다 ㅍㅎㅎ! (실제로 제 언니 오빠가 안 먹겠다고 내치는 걸 싹 설거지 하신단다. 랙돌이니 만큼 엄청지게 먹고 엄청지게 자랄 것이다)

랙돌 고양이

와서 며칠 안 됐을 때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그 새 좀 자라고 표정도 많이 뻔뻔스러워진 게 한 눈에 보인다.

거의 오자마자 이렇게 캣타워 최상층을 차지한 아기 고양이 버찌

거의 오자마자 이렇게 캣타워 최상층을 차지해서 까미 엄니 말로는 저것이 뻔뻔한 것인지 물정을 모르는 것인지 헛갈린다고~ ^^ 하도 당연히 올라가 버티고 있으니 반디도 까미에게처럼 으르렁 대지도 못하고 기 막혀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 둘이 저렇게 있을 때도 낯 가리고 소심한 하얀 고양이답게 늘  혼자이던 까미와 카오스 얼굴 때문에 엄청나게 기가 세게 보이는 반디, (사실 성격은 반디가 더 좋다고 함) 그래도 먼저 왔다고 나중에 온 까미에게 텃세를 부리다가 저 개버찌가 나타나서 마구 휘저어 놓는 바람에 동영상의 저 꼴이 됐고

보호소에서 입양 된 고양이 남매[사진을 잘 보면 반디가 "야, 뭐야?" 하듯 즈 오빠를 슬쩍 건드리는데 까미가 눈도 깜짝 안 한다]

까미 표정 봐라, 너무나 당당하게 "덤비기만 해봐랏!" 표정으로 반디가 먼저 있던 자리에 가서 배를 대고 엎드려 있다가

하얀고양이 까미와 카오스 반디

아예 철푸덕 드러누워 버리니 저 뒤에 반디 정말 기가 막히는 모양이다. "이거 알고 보니 무, 무서운 고양이였어..ㅎㄷㄷ..." 즈 오빠 기세가 하 등등하니 감히 덤비지도 못하겠고 마징가 귀를 만들어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까미와 반디 고양이 첫날[이것이 까미 고양이의 첫날이라는데 마치 아픈 고양이처럼 기가 죽어있고 캣타워 위에 있는 반디는 제 영역에 들어온 낯선 솜뭉치에게 꾸르릉 대고 있었다 한다. 까미의 요즘 모습과 비교 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까미, 파이팅!]

앞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만 같은 반디가 딱하지만 나이 많은 아이가 대장이 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나이 많고 소심한 아이 스트레스도 적고 따라서 집사 마음도 덜 아프니까. 어쩌면 까미는 개설쳐대는 버찌를 피해서 편안하고 성격 좋은 반디 옆에서 안정을 얻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개버찌가 몇 달 새 엄청 덩치를 키울텐데 이 후로 어찌 될지...?


그리고 이 댁 집사가 짠한 이유는 고양이라고는 난생 처음인 분이 제각각의 과거를 지녀 더 어려운 성묘들을, 게다가 거의 한꺼번에 모시게 돼서 설사라도 하면 약을 못 먹여 사투를 벌이다 통곡이 나올 지경인데 출근은 해야하고 허둥지둥 애면글면 지내다가 그것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개버찌가 나타나 중성화 수술에 후처치까지 감당하고 있으니 그 고생은 말 하지 않아도 손에 잡히는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댁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찌르르~  그리고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을 나이 따위 따지지도 않고 데려오시고(까미는 사실 나이가 많아 입양 될 확률이 거의 없었고 반디 또한 똥고양이인데다 나이가 적지 않으니) 셋이나 거두어 주신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은 어찌 표현 해도 다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쪼록 세 녀석 모두 무탈하게, 엄니 애 먹이지 말고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사람 세 식구는 말 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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