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란히 보는 고양이 형제의 냥통수

사연이야 어찌 됐든 삼백 년만에 두 냥통수를 나란히 볼 기회가 생겨 집사는 이 때를 놓칠세랴, 급하게 셔터를 누른다.

오랜만에 나란히 앉은 고양이 형제

그냥 나란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엉덩이가 딱 붙을 정도로 나란히 앉아있어 신기한지고~ 우리집은 원래 밥을 나란히 같이 주지 않는데 그림이 이리 된 사연은 철수 고양이가 앉아있는 그릇 앞이 습사료이고 나머지 양쪽의 넓다란 그릇은 건사료인데

밥 먹다 아쉬운듯 집사를 돌아보는 고양이["엄니, 뭐 다른 것 없슈?" 하듯 돌아보는 짠한 내 새끼]

경철고양이가 새로 주기 시작한 LID 습사료가 영 마뜩잖아서 저 쪽, 안 보이는 곳에 뚝 떨어져 있는 제 몫을 마다하고 "나는 걍 건사료나 먹을겨~" 하며 건사료라도 먹으려니 저렇게 끼어들게 돼 탄생한 장면이다. 건사료를 나란히 놓아두는 것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철 고양이가 건사료는 뺏아 먹지 않는다는 것. 

형 고양이의 밥을 들여다보는 동생 고양이

"엉아, 니는 뭐 다른 거 먹어?"

그래도 건사료보다는 습사료를 더 선호하는 아이들이라 혹시라도 제 형이 뭐 다른 맛있는 걸 먹는지 의심이 들어 고개를 빼고 들여다본다. 마음에 드는 것이었으면 이 타이밍에 뺏아 먹는 것이 평소의 버릇이라 집사는 잔뜩 긴장 하는데

나란히 밥을 먹는 형과 동생 고양이

제가 마다한 그 맛 없는 습사료라는 걸 알고는 다시 건사료에 코를 박는다.

나란히 앉아 밥 먹는 고양이 형제

철수는 꿈쩍도 않고 먹어주고 있는데 경철이는 아무래도 뭔가 미진한 모양으로 입맛을 다시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건사료를 먹다 돌아서는 고양이

제 형 엉덩이 쪽 냄새를 킁킁 한 번 맡아보고는 "니는 그거이 맛있나?" 하는 동작이었던 모양인지 이내 돌아나와 버린다.

서서 밥 먹는 고양이

그리고 딱 하루만에 이런 그림이 나왔다. 경철 고양이가 다른 습사료는 절대로 없다는 걸 이제 받아들인 모양이다. 

서서 밥을 먹다가 엉덩이를 내려놓기 시작하는 고양이

고양이들은 대개 앉아서 밥을 먹지만 이 고양이는 희한하게 거의 언제나 개처럼 서서 먹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슬슬 엉덩이를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하는 모습이 포착 된다.

드디어 앉았다! 어찌하여 느낌표까지 붙여가며 앉았다!를 외치는가 하면 이 밥이 "맛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앉아서 밥 먹는 고양이

이제는 이 고양이 형제도 나이 만큼 시근이 들기 시작하는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빠르게 수용하는 듯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다른 고양이들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맛 있는 것이 세상에 널렸는데 말이다...

침대 밑에 숨은 고양이

그리고는 식사 직후에는 어김없이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밥 먹으면 약! 이것이 입력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미안하고 또 미안하지만 아프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니 바구니 채로 질질 끌어내 약을 먹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약국에서 산 약이 잘 듣는다. 경철 고양이 입맛이 돌아 온 것도 사실 약을 먹고 컨디션이 나아진 때문인가 싶다. 어쨌든, 약 사던 날 줄줄 흘러넘치던 귀지가 하루만에 수도꼭지를 잠근듯 뚝 끊기고 약간의 각질 같은 것만 남아 있었다. 병원 약과 색이 달라서 다른 효과를 보이는 것이긴 한 모양인데 너무 독한 것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며 이대로 완치가 되어주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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