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주말이다, 그것도 격하게! 알게모르게 집안 분위기의 키를 잡고 있는 집사가 그런 상태이니
그것이 전염 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냥통수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싶다. 저 좁디좁은 창틀에 팔 전체를 올리고 그 팔을 아무렇지도 않게 베고 누운 모습에 얼마나 작고 여리고 볼품 없는 존재인지, 저것을 맏이랍시고 평소에 거의 사람처럼 대하는 집사, 새삼 맴찢...
이러면 좀 덜 애처로워 보일까 방향을 바꾸어 찍어봐도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냥통수는 변함이 없다.
알레르기로 빨갛게 염증 반응을 보이던 귓등은 이제 제 피부색으로 겨우 돌아왔다. 탈모 고양이답게 털은 아직 다시 돋아날 기미가 없지만 사료와 간식을 더 늦지 않게 바꾼 것이 그나마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나 우울하고
너무나 심심해 보이는데 놀이에도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얼굴에서 나이가 점점 더 느껴지는 건 집사 기분 때문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간 30분 늦게 태어난 이 고양이는 아직도 아기 같다.
그리고 때로는 뇌쇄적이기까지 하다. 이 모습은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은 저리 가라 할 만큼 요염한 자세 아닌가? ㅎㅋㅋ!
"저 할미가 드디어 맛이 갔구만?" 실눈을 뜨고 집사에게 한심하다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고양이야 욕을 하거나 말거나!
그러고 보니 오늘이 우리가 같이 살기 시작한지 만 9년 되는 날이다. 2011년 8월15일에 제 부모형제를 떠나 즈 이모 집에서 하루 자고 16일에 내 곁에 온 아기고양이들이었다 - 하지만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즈들 좋아하는 간식 하나 마음대로 주지 못하니 오늘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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