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모나이트가 뭐냥?

집사들은 흔히 고양이가 몸을 도르르 말다시피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냥모나이트"라고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완전한 냥모나이트[뚱뚱해서 돌돌 여러 번 말리지는 않았지만 자세 만큼은 완벽한 냥모나이트]

이 말은 '암모나이트'에서 파생 된 일종의 은어로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모습이 암모나이트를 연상시킨다고 해 만들어진 것이다. 

노루궁뎅이 버섯[노루궁뎅이 버섯]

그런데 이 고양이는 다시 보니 노루 궁뎅이 버섯 같기도 하다 ㅎㅎ

암모나이트[암모나이트]

냥모나이트 자세의 해먹 안 고양이[제 몸을 해먹 크기에 맞춰 우겨넣어 비자발적 불완전 냥모나이트]

이 말을 왜 하는가 하면 소위 고양이 또는 반려동물에 관해 전문성을 띈 글을 쓴다고 알려진 매거진식 사이트에서 "고양이가 머리를 바닥에 대고 발을 들고 누워 자는 자세"라고 설명 해놓은 것을 우연히 보고 이건 아니지 싶은데?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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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먹고 약 먹을 시간이었는데 경철이 먼저 먹이고 철수 차례가 됐는데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 으레히 숨어있는 해먹이나 침대 아래 등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이럴 때는 "철수야, 쩔쭈야" 부르며 온 집구석을 돌아다니는데

창가 고양이 자리

뜻 밖에도 이 녀석이 나타난 곳은 작은 방 창, 저 분홍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매시망 뒤였다 - 위의 그림은 철수가 자주 그러는 모습을 보고 아예 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고 이 전에는 매시망만 있었는데 이것이 창문 틈에 꼭 끼이지를 않아 살짝 기울어질 때가 있어 그 사이를 비집고 창 밖으로 나가 낡아빠지고 먼지 가득한 방충망에 꼭 붙어 바깥 구경 삼매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저 창 밖은 먼지도 많고(표면도 거칠어서 청소도 무쟈게 어려움) 허술한 방충망 때문에 까딱 아이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까봐 일부러 매시망을 안 쪽 창에 대 놓았는데 이 녀석이 손으로 일부러 밀고 나가는 것인지 아무튼 아예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을 때 보면 언제나 그곳에 뙇!


철수얏! 집사가 부르는 톤만 들어도 하지 말아야 할 짓 했다는 걸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번개같이 뛰어내려온다. 한 번도 체벌 비슷한 걸 받아 본 적이 없는데 고양이가 집사 톤 하나만으로 겁을 낸다는 것에 매 번 희한타는 생각이 들며 동시에 무서워 하는 목소리는 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

언니가 만들어 준 지름 30cm가 넘는 접시

저 곳을 열심히 청소하지 않고 고양이에게 나가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건 집사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기에 이 참에 저곳을 나가 있을 만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림의 저 접시가 지름 30cm는 족히 넘는 즉, 고양이 한 마리는 충분히 올라앉을 만큼 넓다란, 내 언니가 직접 만든 도자기다.

생각지도 않았던 창틀, 턱 등을 대청소, 소독까지 하고 나가 앉았을 만하게 만들어 두고 아이 번쩍 안아다가 "이제 여기 나가 있어도 돼" 하고 놓아주었더니 그 곳에만 가면 집사에게 혼나던 트라우마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차가운 도자기의 느낌이 싫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비자발적으로 그곳에 놓아진 때문일까(고양이들은 모든 행동을 자발적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놓자마자 불에 덴 듯이 일어나 이쪽으로 달아날까

저쪽으로 달아날까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훌쩍 뛰어내려 달아나고 말았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하는 것이 고양이들이니까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도자기를 놓아준 것은 여름이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닦아주기 좋으려고 그런 것인데,

창문 틀에 만든 고양이 자리

결국 도자기의 차가움 때문일 수 있다 생각하고 평판 스크래처를 대신 올려놓았지만 오늘도 안으로 들이칠 정도로 비가 오셔서 결국 스크래처는 거둬 들이고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 맑은 날 다시 놓아주면 좋아 해주실까, 집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그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차가운 도자기 접시를 좋아해줄까, 그것도 알고 싶다. 스크래처 양쪽으로 놓인 유리병과 도자기 화병은 고양이 탈출 방지용이다, 고양이는 손바닥 만한 틈만 있어도 비집고 기어들어가는 괴벽을 가진 동물이라 최소한의 위생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놓아둔 것이다. 

방묘용 화분과 쓰지 않는 장난감[방묘용 화분과 역시 반묘용으로 둔 쓰지 않는 장난감]

우리집은 창문마다 그런 장치가 있다.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그 사이 강제로 약 먹임, 양치질 당하고 분노의 스크래칭을 하던 하얀 고양이,

생각에 잠긴 고양이

갑자기 "형한데는 저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나는 뭐냥?"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집사를 향해 뭔가 말을 하는 고양이

사진 찍는 집사 코밑으로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니아앙~" 하시고는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

엉덩이 붙이고 앉아 "쩝" 하신다.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저한테도 관심을 좀 나누라는 뜻인 것만은 분명한데 늘 말썽과 탈 많은 철수에게 저절로 관심과 손이 더 많이 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얌전하고 소심한 이 녀석에게는 무척이나 미안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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