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 묘생 최대의 굴욕

대장 고양이 철수의 배 탈모 때문에 씨름을 해 온지가 벌써 몇 해인가, 알레르기 진단을 받고 약도 먹어 봤지만 그것도 약 먹을 때 잠시 나아졌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그루밍에 의해 탈모가 진행되고... 아무래도 스테로이드가 포함 된 약일텐데 그런 것을 평생 먹일 수도 없고 집이 곰팡이 환경이라 그것때문일 수 있지 싶어 없애려고 집사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요즘 장마가 지니 현관에서는 또 다시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무엇이라도 해 달라 말하려고 곰팡이 사진도 모두 찍어두었는데 갑자기 유행병 사태가 닥쳤고 지금은 다시 현관을 싹 치우고 신발장을 옮길 기운을 차리는 것과 장마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이의 당황한 표정

그러는 동안 동종요법을 시작해 대장 고양이의 탈모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동종요법의 덕인지 털갈이 계절에는 언제나 조금씩 나아지던 루틴 때문인지는 파악이 안 되고 있고 아이가 가려워서 그루밍을 자꾸만 하는 것은 확실해 보여 동물 곰팡이 피부병에 쓴다는 클로펫이라는 물건으로 매일 두 번씩 닦아주고는 있지만 이 또한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개봉을 하는 즉시 물과 다름없는 물질로 변한다는 그것이 아닌가 싶고... 억지로라고 그루밍을 막아보자는 생각에 두 번째로 환묘복 만들기에 도전,

굴욕스러움을 견디는 대장 고양이

만들기에 성공한 다른 분들의 글을 보고 따라 했는데 결과는 이렇다 - 민배는 그대로 다 드러나고 고양이만 나무가 돼 놀랍고 굴욕스러운 듯한 표정을 하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환묘복을 입고 걷는 고양이

제가 당하는 꼴이 자존심을 심히 건드렸는지 집사를 피해 걸음을 옮기다가

환묘복을 벗으려 애쓰는 고양이

걷기조차 불편하게 제 몸을 옥죄는 이 물건을 어떻게든 처치해보려고 목구멍이 다 드러나도록 눈을 뒤집고 그루밍도 해보지만 레깅스를 자른 것이라 그리 헐렁하게 벗겨질 리가 없다. 그러자 꼴 보기 싫은 집사 시야에서라도 벗어나고자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갔는데

하악질 하는 고양이

마침 아침 양치질과 약 먹기를 피해 침대 밑에 숨어있던 하얀 고양이가 제 형의 이상한 꼴을 보고는 대놓고 하악질을 한다.

경계하는 눈빛의 고양이

이건 제 형이 저를 괴롭힐까봐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니 누구야?!" 하는, 낯선 고양이를 봤을 때 하는 행동으로 이해가 된다.

제 몸도 이상한데 동생이 하악질까지 퍼부으니 이래저래 당황한 대장 고양이는 댓거리 한 번 못하고  다시 저 있던 자리로 쫓겨나와

환묘복을 입고 당환한 고양이

입술을 핥으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한다.

환묘복이 불편해 보이는 고양이

배가 다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목석이 돼 망연히 앉은 아이 꼴을 보니 또 다시 어리석은 시도에 스트레스만 주는 것이 눈에 보여 벗겨주려 가까이 가니 달아나려는 아이를 간신히 붙잡아 해결했다. 미안타, 안 되는 줄 알면서 또 다시 어리석은 시도를 하고 말았네...

해먹 틀에 얼굴을 얹고 내려다 보는 고양이

이렇게 묘생 최대의 굴욕을 겪은 대장 고양이, 한 동안 해먹에 올라가 "가까이 오즈마라!" 표정을 하고 절대로 안 내려올듯 얼굴을 해먹틀에 올리고 고집스레 붙박혀 있더니 고양이 삼신 별 수 있나, 즈 이모가 갑자기 방문을 하니 좋다고 뛰어내려와 냄새를 킁킁 맡고 코인사를 해대더니 그 사이에 분이 풀렸는지 지금은 집사 무릎에서 잠이 들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이래저래 살아있으니 사는 것이지... 라는 신세타령만 일삼는 할무니다운 말들이 자꾸만 입 밖으로 터져나오려 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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