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께서 "임보"라는 형식으로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랙돌 아기를 품기로 결정을 하셨다길래 이 글을 준비 하면서 (내 글이 아니어도 도움 받을 만한 글들은 얼마든지 많지만 정신적인 서포트라도 해드리고 싶어서) 새삼 내 고양이 형제의 수술 때 기억이(중성화와 이개혈종) 하나 둘 떠오르며 웃음도 나고 무지했던 것이 지금 와서 너무나 미안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이개혈종 수술 전 날, 넥카라를 하고 화가 난 경철 고양이]
[수술 전 준비]
1. 일단 집사가 전 과정에서 진심으로 느긋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는 집사의 불안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쓸 데 없는 공포심을 생기게 할 수도 있다.
2. 수술 전, 대략 9~ 6시간 정도는 고양이가 공복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은 선생님들마다 한 두 시간씩 다르게 말씀 하시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6시간 정도여도 충분 했다. 공복이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취 했을 때 있을지 모르는 구토 현상으로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하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하시는 선생님도 계시므로 집도 하시는 선생님의 사전 지시를 최대한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섬세한 선생님을 만났을 경우에는 사전에(더러는 하루 전, 대개는 수술 전 피검사) 아이 건강상태를 먼저 검사하자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런 경우는 결코 "과잉진료"라 할 수 없으므로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린 고양이들은 잘 먹고 잘 논다면 중성화 수술에는 대부분 문제가 없는 건강상태이므로 많은 경우 수술 전 피검 사 이 외에 사전 검진을 요구 하지는 않으신다.
[플라스틱 넥카라는 고양이가 낮은 곳으로 숨어들 수 없게 하므로 몹시 힘들어한다]
3. 환묘복과 넥카라
환묘복이나 넥카라를 평소 아이 성향을 살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아일 경우에는 환묘복이 많이 권장 되는데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초보 집사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장실 등에 갔을 때 환부가 오물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므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환묘복을 준비한다면 사전에 구입을 해서 미리 세탁을(중요!) 해두고 아이가 그것에 익숙해지게 미리 한 두번쯤 잠깐씩 입혀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환묘복 살펴보기 - 클릭)- 지금 당장 수술을 할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자랄 것을 감안한 사이즈로 준비)
만일 넥카라를 선택하게 된다면 플라스틱보다는 쿠션형으로 준비하는 것이 고양이의 움직임을 좀 더 자유롭게 한다 - 플라스틱 넥카라가 저렴 하기는 하지만 그걸 했을 때 우리 경철이의 경우에는 가는 데마다 부딪혀 목이 제껴지니 거의 미치려고 하다가 끝내는 스스로 풀어제꼈다.
[플라스틱 넥카라의 불편함이 불러온 참사 - 경철이가 불편해 짜증을 내며 뺑뺑이 치다가 제 밥그릇을 깨버렸다]
[중성화 수술 방법]
1. 수술 방법은 고양이가 암컷인지 숫컷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수고양이는 고환만 제거 하면 되기 때문에 개복을 할 필요가 없어서 훨씬 간단 하지만 암컷일 경우에는1~2cm 개복을 해서 난소를 잘라내게 되므로 좀 더 수술이 어렵고 시간도 더 걸리며 회복도 수고양이보다는 더딜 수 밖에 없다. - 내 고양이 형제는 넥카라 조차도 하지 않고 약도 안 먹고 그냥 회복 했다. 철수가 그루밍 해서 피가 좀 났는데도 쌤이 며칠 그루밍만 조절 하라고 하셨다. 집사, 참 무식하고 용감했고, 그랬던 것이 많이 미안하다.
2. 수술이 끝나면 고양이는 수액을 꽂은 채 회복실로 옮겨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내 고양이 형제는 중성화 때 도합 10분 정도 만에 뚝딱 수술이 끝나고 바로 케이지에 넣어주시면서 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경철의 이개혈종 수술 때는 수액을 꽂고 회복실에 누워있다가 정상적으로 깨어나는 것을 보고 보내 주셨다. 이 때도 Wake Up을 유도하는 수액을 따로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경철은 성격이 좋지 않아서 안 맞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
3. 마취에 빠져도 눈을 뜨고 있다
모든 동물들이 그렇듯이 고양이는 마취를 해도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눈이 마르지 않게 사전에 겔을 바르게 된다. 그러므로 내 고양이가 수술을 마치고 나왔을 때 눈에 뭔가를 잔뜩 바르고 있다고 해도 놀라실 필요는 없다.
이런 모든 것이 집도 하시는 선생님의 기준에 따라 다소 달라지므로 보호자가 특별히 원하는 사항이 있으면 미리 선생님과 의논 해두는 것이 좋다. 예) 일주일 동안 효과가 있는 항생제 주사
덧) 만일 고양이의 발정이 이미 시작 됐다면 그 기간은 일단 끝난 뒤에 수술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왜냐하면 발정기에는 생식기가 붓는 등, 평소보다 더 많은 혈액이 모이게 되므로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수술 후]
1. 큰 수술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수술이 끝난 당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하지만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난 상태가 아닌데 고양이가 자신의 몸 상태를 인식 못해 평소처럼 마구 움직이려 할 수 있으므로 이것을 잘 통제 해야한다. - 철수는 중성화 후 돌아오자마자 피아노로 뛰어오르다 나동그라졌었다.
2. 마취에서 깨어날 때 모든 동물은 한기를 느낀다. 그러므로 여름이라 해도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지 않고 어둡고 조용한 곳에 환묘실을 마련하도록 한다. 이 때 고양이가 조용히 잘 누워 있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마구 움직이고 돌아다니려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신뢰하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아이를 요령껏 잘 안는 등의 방법으로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마취에서 깨어날 때 난폭해지는 경우도 가끔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3. 마실 것, 먹을 것, 화장실 등을 한 공간에 (모두 바닥에) 두고 다른 동물들의 접근을 통제한다.
특히 암컷일 경우에는 개복을 했으므로 점프 등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고양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은 바닥에 두고 점프를 통제해야만 한다.
[경철 고양이는 몸도 못 가누면서 먹을 것을 입에 물고 놓지 않았다. 저걸 두 개나 먹고 캔도 거의 두 개를 먹었다]
먹을 것은 보통 고양이가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면 아무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지만 더러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습식으로 조금씩 자주 먹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에 수술 후 회복을 돕는 습식캔이 있다) 첫날 구토를 하더라도 하루나 이틀 후에는 대부분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 우리 경철의 경우에는 마취를 했거나 안정제를 맞았거나 깨어 날 때는 언제나 거의 미친듯이 먹을 것을 찾았고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것들까지 많이 먹었고 한 번도 구토를 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지는 않다.
4. 관찰
화장실을 잘 가는지, 변의 상태가 어떤지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수술 상처 부위를 하루에 한 두번쯤 살펴보고 소독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소독 방법은 선생님께 다소 귀찮도록 자세하게 여쭤 보고 올바른 방법으로 하시는 것이 후유증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그리고 만일 수술 부위가 발갛게 부어오르거나 진물 등이 나는 것으로 느껴질 때는 지체없이 선생님께 보여야 한다.
5. 대개는 열흘 정도 후에 실밥을 풀러 병원에 다시 가게 된다 - 실밥을 풀고 선생님이 "수술 잘 됐네요" 하시면 끝! 집사도 고양이도 고생 끝,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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