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고양이에게서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들

나는 유난히 내 고양이 형제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문득문득 배우는 것이 많아 "그래, 너처럼 살면 돼" 하는 생각을 자주하고 그렇다는 말도 블로그 글에 자주 써왔다. 예를 들면 이들은 명상과 요가의 마이스터로 단 한 순간에 아무런 장애도 없다는듯 깊은 명상에 빠지는가 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화가 나거나 싸움을 해도 뒤끝이 없다는 것 등등이다.

함께 잠이 든 고양이 형제

두 고양이 모두 낮잠에 빠져 있는 조용하고 늦은 오전 시간,  내가 이들에게서 정말 배운것 그리고 더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 봤다. 


1. 고양이는 제대로 쉴 줄 안다.

고양이가 발라당 드러누워 입을 헤 벌리고 잠을 자거나 이상한 장소에서 이상한 포즈로 잠을 잘 때 사람들은 귀엽다는 감정을 넘어서서 묘한 "평화로움과 나른함"을 느낀다.  제대로 쉬는 것을 보기만 해도 이토록 평화로워지는데 사람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아 만사 제쳐두고 "일단 쉬고보자"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더러는 "이 일을 지금 해결하지 않아도 죽지 않아!" 작심하고 널부러져 쉴 줄 알는 여유를 배워야 한다.  이와 관련해 덤으로 사람이 배우면 좋을 것은 고양이들은 휴식 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다는 것.

기지개 켜는 고양이

2. 고양이는 현재를 산다.

며칠 전에도 짧게 Carpe diem을 언급 했지만 고양이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편견이나 걱정 없이 그 순간에 하고 싶은 일, 자신에게 몰두한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볼지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속이지 않을 뿐더러 타인을 기만하지도 않는다. 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하지도 않고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러므로 "어제 네가 내게 이랬으니 오늘 맛 좀 봐라" 등의 뒤끝도 없고 이면도 없다. 그들은 단지 현존할 뿐이다. 그들의 행동과 머리 속에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사람들의 갈 데까지 가자는듯 행동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3. 고양이는 명확하게 소통한다.

사람들은 질서나 예의를 무시하는 (혹은 싫은 일) 경우를 당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 또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모르는 척 하거나 "예" 할 때가 자주 있어서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보이는 일이 더 드문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이는 스트레스가 소위 "화병"이 돼 여러 질병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형을 응징하는 동생 고양이

하지만 고양이의 세계에는 명확한 룰이 있어서 이 룰을 깨는 자는 긴 말 필요 없이 즉시 솜방망이 세례를 받거나 하악질을 선물 받게 된다. 좀 더 나아가면 한바탕 뒹구는 결투로 깨끗하게 그 갈등을 마무리 한다. 고양이의 세계는 신선하게 여겨질 만큼 명확하고 정직하다. 


4. 고양이는 나이에 대한 편견이 없다.

사람에게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소위 "나잇값"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그런 단어도 의식도 없기 때문에 평생을 호기심과 장난기를 잃지 않고 체력이 허락 하는 한 최대한 그것을 즐기며 산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것을 의식해 자신의 행동을 달리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으며 다른 고양이들도 상대 고양이의 나이를 의식해 다르게 행동 하기를 요구 하지 않는다.

호기심으로 비닐 속에 들어간 고양이

 5. 고양이는 자신을 위로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쓴다.

고양이가 많은 시간을 그루밍으로 보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들이 그루밍을 하는 것은 단지 가꾸기 위해서일 뿐만이 아니라 스트레스 받은 자신의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하는 일종의 Coping technique(대처기술)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오직 혀 하나로 자신을 충분히 위로하고 달랠 수 있는 기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모르거나 시간이 없는 인간들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6. 고양이는 작은 것에도 만족 할 줄 안다.

냥집사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고양이에게는 대단히 럭셔리한 가구도 대단히 넓은 집도 필요 없다. 그저 단순히 몇 걸음 뛰어오를 만한 높낮이가 다른 몇몇 가구와 제 몸을 온화하게 품어주고 때로는 스크래칭을 할 만한 종이박스만 있어도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할까..." 서러워 하지 않는다. 평생을 가장 값싼 사료를 먹고 살아도 그리고 그 때문에 자신의 건강이 나빠져도 집사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존재들이다. 사람이 어떤지는 새삼 설명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버리고 또 버려도 다시금 일어나는 불평불만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시각각으로 시달리며 그럴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내 고양이 형제를 가만히 관찰한다. 그러면 금새 평화가 찾아온다. 다만 인간이기 때문에 나쁜 습(習) 자동적으로 되살아나 간신히 얻은 평화를 스스로 깨버릴 때도 자주 있지만 고양이와 살지 않았을 때 몰랐던 삶의 가치를 지금은 많이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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