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만 사냥 하는 창가의 고양이

아침에, 집사가 종이로 새로 깔개를 짜 주어 이제 해먹 다음으로 즐겨찾기 칸이 된 캣폴 위에 엎드려 있던 철수가 갑자기 "놀자"보다 약간 짧은 버전인 "아르! 아르!"를 되풀이 한다. (놀자는 소리는 아르르르~ 로 좀 더 길다)

갸웃한 귀여운 냥통수

혹시 창 밖의 새를 보고 저 나름 채터링을 하는 것인가 했더니 (철수는 평생 채터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 만큼 알 것 다 안다는 뜻일 수도?) 창 밖을 보는 게 아니라 창문과 벽 사이의 묘하게 좁은 틈새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거미가 많은 집이라 내 눈에는 안 보이지만 그런 비슷한 벌레가 지나가는 모양인데 집사 눈에는 벌레고 나발이고 갸웃한 냥통수가 환장 하도록 귀엽다. 

지나가는 벌레를 보고 아르~ 하는 고양이

그런데 지나가는 벌레를 보고 아르~ 하는 고양이 태도가 저게 머고. 손 하나 까딱 않고 말로만 "내가 널 잡아먹고 말테다~"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목소리로만 사냥을 하고 몸은 그냥 늘어져 있는 게으른 고양이

목소리로만 사냥을 하고 몸은 그냥 늘어져 있는 게으른 고양이. 벌레가 알아서 제 쪽으로 기어오면 모를까 저 늘어진 곰발바닥을 보니 이 고양이, 벌레사냥 하기는 애초에 글러먹었다.

집사를 귀찮아 하는 고양이

그런데 이 게으르지만 똑똑한 고양이, 별 장면도 아닌데 집사가 왜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이 모습은 무심한 척 하다하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자리를 바꾸며 집사를 향해 "아, 귀찮게 자꾸 왜 그러냐고~ 나 오버그루밍 안 해, 안 한다고오~~" 일갈하는 중이다. (요즘 두 녀석 모두 오버그루밍 하는 모습을 보여 집사 신경이 온통 그 쪽으로 향해 있다)

예쁜 두 생명 - 내 금쪽 같은 고양이와 뗏장 같은 잔뿌리를 심어 새로 얻은 새 새명인 보스톤 고사리

그리고는 다른 창 가로 자리를 바꿔 앉고 말았다. 예쁜 두 생명 - 내 금쪽 같은 고양이와 뗏장 같던 잔뿌리를 심어 새로 얻은 생명인 보스톤 고사리 (다음 글에서 이 화분의 처음 모습을 볼 수 있다 -  [사람] - 할.말.많.하려고 했지만...)

그러는 사이 이 고양이는 아니나 다를까 오버그루밍을 시작 하려다 집사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 고양이

집사가 배를 손으로 막음과 동시에 "헙!" 영락없이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집사의 눈길을 피하는 고양이

눈동자를 위로 올리고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집사의 눈길을 피한다. 어떻게 오버그루밍이 잘못이라는 걸(집사가 싫어한다는 걸) 아는 것일까? 더구나 이 아이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 눔 시키!"도 안 들리고 그저 집사가 손으로 오버그루밍하는 자리를 가리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생각이 너무나 멀쩡하다, 사람 아이와 눈꼽만치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생명의 무게도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무엇을 찍어도 그대로 그림이 된다

아무튼 이렇게 좁은 자리에 있으면 늘 집사에게 감시 당하는 듯한 고양이의 갑갑함이야 어쨌든 집사는 안심이다. 이 자리에서는 뱃살을 그루밍 하는 자세를 잡지는 못하니까. 아무커나, 집사를 향해 하트를 그리는 듯한 양쪽 골반뼈와 쫑긋한 두 귀, 고양이는 무엇을 찍어도 그대로 그림이 된다 (적어도 내 눈에는)

창 밖을 내다보는 고양이

내 금쪽이와 덤으로 얻은 보스톤 고사리.

똑똑한 고양이는 일찌감치 오버그루밍을 포기했다

이 눈치 빠른 고양이도 일찌감치 오버그루밍을 포기했다.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라면 굳이 안 해도 되는 건데 한 번 벗겨진 살이 내내 좀 간지러운 모양이다. 집사가 못 나 고양이들이 쓸 데 없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는 나날이다. 집사도 나름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좋아지는 날도 있으리라 믿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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