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고양이 한 마리 나무인형 만들 뻔한 나무 대가리 집사

우리집 고양이 형제 둘 다 배에 오버 그루밍 하는 문제를 최근에 겪고 있다. 철수는 오래 된 일이고 경철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영양제를 먹고 시작 했다가 그것을 완전히 끊고 의심이 가던 음식들도 완전히 끊은 다음에는 거의 오버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얗고 깨끗하게 생긴 녀석이 사실은 그리 깔끔한 고양이가 아니다

이렇게  하얗고 깨끗하게 생긴 녀석이 사실은 그리 깔끔한 고양이가 아니어서 별 문제가 없다면 식사 후의 고양이 세수 외에는 거의 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그루밍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고양이

문제는 철수 고양이다. 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그루밍 하는 것이 취미생활이디시피 해 장난감에도 제 동생에게도 마주치기만 하면 그루밍을 퍼부어 급기야 제 동생과는 사이가 나빠졌고 장난감도 자꾸 털을 뽑아 삼키는 바람에 집사의 감시 없이는 마음대로 가지고 놀지 못하는 신세가 될 정도인데...

다시 털이 자라기 시작하는 탈모 고양이의 배

물론 딱히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배에 탈모가 생긴지 벌써 서너 해가 되어가는데 이 녀석 행동거지를 살펴보고 있으면 잠을 자지 않으면 그루밍이 생활의 거의 전부이니 다른 문제가 있어 탈모가 왔다해도 그 누무 그루밍 때문에 다시 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위 그림은 이제 겨우 털이 다시 나기 시작하는 모습인데...(털갈이 계절에는 언제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캣닢 쿠션을 입에 물고 뒷발질 하는 고양이

관심을 그루밍 이 외에 것으로 돌리려고 장난감을 흔들어대고 다른 할 일이 있어도 다 무시하고 붙어앉아 쓰다듬어 주며 "자장자장"도 해보고 캣닢쿠션도 내 줘보고... 아, 캣닢쿠션에 뒷발질~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아 집사도 기쁘다,

캣닢쿠션 뒷발질에 덩달아 뽑힌 고양이 털

그러나 격렬한 뒷발질 후 그가 남긴 것은 한 오라기가 아까운 더 배털들... 그루밍을 해도 뒷발질을 해도 저렇게 보송보송 올라오는 털이 다 잘려 나가는 것이 집사로서는 너무나 아깝고 아쉬워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고양이가 관절이 없는 꼭두각시 나무 인형처럼 삐거덕삐거덕 비틀비틀 여기저기 약간 미친 듯 뛰어다닌다

환묘복! 어디선가 레깅스를 잘라 네 다리를 위한 구멍만 내면 된다는 글을 읽고 그렇게 해서 입혔더니 액체가 아닐까 의심까지 받는 고양이가 관절이 없는 꼭두각시 나무 인형처럼 삐거덕삐거덕 비틀비틀 여기저기 약간 미친 듯 뛰어다닐 줄이야!

환묘복을 입고 불편해 뒹구는 고양이

결국은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난 인제 다 살았다!"는 듯 팔다리를 어색하게 뻗고는 등으로 쿵! 드러누워 버린후 눈을 감고는 꿈쩍도 않는다. 아이 꼴을 보니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환묘복을 잘못 만들기도 했겠지만 아무리 불편 하기로서니 이렇게까지 삐거덕대다가 급기야는 움직이지 않기로 마음 먹다니.

갑자기 채워진 넥카라에 놀란 고양이

고양이가 나무처럼 움직이는 것은 도저히 고문 수준이라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경철이도 그런대로 견디는 넥카라를 채웠다. 견디기만 해준다면 일주일만 채워도 상태가 훨씬 달라질것 같은데,

넥카라를 한 고양이

사진으로는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캣폴 꼭대기까지 어찌어찌 올라갔다가 앞이 보이지 않는 탓인지 꼭대기에서 그대로 나동그라져 집사도 고양이도 정신을 수습 하는 중이다. 이러다 아그 잡겠다...

기분이 나빠 숨은 고양이

집안에서 가장 어둡고 집사 눈 안 닿는 곳에 숨어 한 동안 삐쳐 있더니

오버 그루밍을 하려다 저지 당한 고양이

고양이 삼신 별 수 있나, 금새 집사 곁에 올라앉아 또 오버그루밍을 하시려고 다리를 치켜 올리는 걸 다행히 순식간에 포착하고 급한대로 티슈 한 장을 뽑아 배를 덮어버렸더니 "이건 또 뭐?" 하듯 한참을 바라보더니

등을 보이고 집사를 피하는 고양이

벌떡 일어나 등을 보이며 어슬렁어슬렁 향한 곳은

집사의 시선을 피하는 고양이

미니 캣타워 위 - 이번에 진짜로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셔터를 누르며 "쩔쭈야~"라고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집사 눈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가

기분이 언짢은 고양이

끝내는 눈을 질끈 감고는 "나는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아무 것도 안 들리오~"의 자세가 된다. 그래, 오버 그루밍의 원인을 제거 해주지는 않고 내내 그루밍을 못하게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괜히 그 털 지키겠답시고 아이를 나무인형처럼 만드는 건 집사가 나무 인형 대가리인 때문인 것으로 뒤늦게 제 정신이 들었다. 그누무 그루밍 때문에 멀쩡한 고양이 한 마리 나무인형 만들 뻔 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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