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벌 서는 맴찢 내 고양이

경철 고양이가 어느 날인가부터 배에 오버그루밍을 시작했다 - 정확한 시점은 모듀케어라는 면역보조제가 양이 과했던지 먹였던 첫날 갑자기 하악질을 몇 번 한 후 2번 구토를 했고 배를 오버그루밍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보조제를 전면적으로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부위를 오버그루밍 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하고 집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으고 목줄(넥카라)해놓고 아이 상태를 살피는 중이었는데...

경철 고양이가 어느 날인가부터 배에 오버그루밍을 시작했다

집사로서는 가장 편한 것이 이렇게 목줄을 하고 아예 그루밍 따위는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몸도 마음도 편하지만 당하는 고양이는 그렇지 않아 하루종일 심한 우울증에 빠진 아이처럼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바구니 동굴 속에서 잠만 내리 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그래 까짓거 배털 다 벗겨내라, 죽기야 하겠니? 정 안 되면 병원가지... 며 목줄에서 해방 시키기로 했다.

이 고양이의 이 태도와 표정은 뭘 하면 안 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녀석, 인간 마음 따위는 아랑곳 없는 세상 그냥 100% 고양이인 척 하더니 바구니 동굴 속에서 집사 몰래 뱃살 그루밍 하다가 딱 걸려 가까이 다가가니 당장에 자세를 바꾸고 이렇게 움츠러든다. 이 태도와 표정은 뭘 하면 안 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누가 보면 집사가 아이를 엄청 혼내는 것 같아 보일 정도다. 하긴 오버 그루밍을 시작하면 즉시 목줄을 채우는 행동을 며칠 씩이나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 혼을 낸 것은 맞다.

완전히 기가 팍! 죽어 버린 고양이

"저 그루밍 안 하고 잠 잘게요..." 완전히 기가 팍! 죽어 버렸다 - 이것이 이 고양이가 시근이 멀쩡하다고 느낀 첫날이다. 동시에 이 멀쩡한 시근 때문에 마음이 더더욱 아팠다.


그리고 다음 날인지 그 이틀 후인지...

고양이는 오버그루밍을 안 하면 된다는 것은 모르고 집사가 이런 태도로 다가오면 목줄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뿐이다.

또 숨어서 그루밍 하다가 들켰다. 이번에는 벌떡 일어나 앉아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저런 표정 지을 정도로 시근이 있다면 그 오버그루밍 좀 안 하면 안 되나? - 하지만 고양이는 오버그루밍을 안 하면 된다는 것은 모르고 집사가 이런 태도로 다가오면 목줄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뿐이다.

겁이 잔뜩 실린 눈으로 집사의 눈을 이리 피하는 고양이

그래서 겁이 잔뜩 실린 눈으로 집사의 눈을 이리 피하고 

걱정이 많은 고양이

저리 피하다가

다기 넥카라를 할까봐 두려운 고양이

급기야 고개까지 숙이고 인간하고 똑 같은 자세의 꾸중 듣는 아이의 반성 모드. 이렇게 앙칼지고 자기주장이 강한 고양이를 며칠 만에 이렇게 벌 서는 어린아이처럼 만들다니 목줄이 그렇게나 무섭더나?


고양이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간 이상으로 알 것 다 아는구나, 이런 것들을 어찌 무시하고 함부로 혼 낼 수 있으랴! 스트레스가 오죽하면 저런 태도와 표정이 나올까...


아이들 탈모, 오버그루밍에 대해서는 나름 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으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해 보는 중이어서 그 중 한 시도로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하다는, 심지어 먹어도 해가 없고 곰팡이 피부병 등에서는 털 속 깊이 직접 분사해도 된다는 '바이러스 버스'라는 살균제를 두루두루 사용 하면서 솜에 적셔 배도 좀 닦아주고 귀도 닦아주고 할 생각으로 구매 했다.

바이러스 버스 - 내용물이 새는 상태로 배송 됐다

그런데 그 물건이 이런 꼴로 도착했다. 포장을 푸는데 뽁뽁이부터 다 젖어있었고 저 병에 물 뚝뚝 떨어지는 거 봐라... 열불이 확 올라온다. 다른 살균제들보다 월등히 비싼 제품인데, 그것도 방역제품의 포장상태가 저 모양이라니 그렇다면 그 원료나 품질을 어떻게 믿고 내 고양이들에게 또는 그들의 물품에 사용할 것인가?

새 물건인데 새고 있는 상태로 배송 된 바이러스 버스

혹시 속 마개도 없이 뚜껑만 빙빙 돌려 닫아 그런 식으로 보내는 물건인가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새고 있는 것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길어서 나중에 다시 정리 할 것이다. 오늘쯤 결론이 나서 포스팅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이다)


이틀 동안 현관 앞에 세워 두고 빙빙 돌아다니다가 기왕지사 버릴 것, 저 쪽의 설명에 의하면 살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여기저기 한 번 뿌려나 보자 해서 뿌렸더니 락스냄새가 꽤 심하게 나서 다른 곳은 몰라도 반려동물에 직접, 게다가 털 속 깊이 분사해도 된다?는 절대로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만들어 쓰고 있는 200~250ppm의 락스 물보다 냄새가 더 강하다 - 주원료는 둘 다 차아염소산나트륨 Sodium hypochloride이다)

햇빛 받으며 단잠에 빠진 고양이

그리고 두 발 달린 짐승에 대한 알러지가 의심 돼 구매한 동결건조 참치는 무려 나흘 만에 도착했는데 철수에게는 참치 맛이 아닌 모양인지 생선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철이만 신이 났다. 그 쪽 제품도 구매할 때마다 닭을 제외하고는 식감이 점점 달라지고  - 원래는 바삭바삭 해서 아이들이 좋아했는데 요즘은 질겨서 떨떠름한 반응이다 ㅜ.ㅜ


나름 집사는 허락 되는 여건을 넘어설 만큼의 고군분투는 하는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다, 특히 경철의 저 사람 같은 태도를 보고난 후에는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도대체 이 모든 것이 무엇일까 하는 깊은 회의가 든다.


하지만 집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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