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부쩍 놀지 않게 된 고양이 형제 때문에 장난감 고민이 많았던 이야기는 앞에서도 꽤 자주 했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집사가 잘못했네! - 고양이와 쥐돌이 장난감)
그러다 이번에 찾아낸 장난감은 양모로 만든 쥐돌이, 놀아줄지 어떨지 몰라 통 크게 구매하지 못해 제작자에게는 미안 하지만 큰 것 (오천 원) 하나, 작은 것(삼천 원) 하나씩만 주문 했다. 옆에 누워있는 작은 병들은 집사를 위한 별사탕인데 모양이나 냄새로 봐서 방향제인지 먹을 것인지 알기 어려워서 한 알 꺼내 살째기 맛을 보니 먹을 것이더라는~ ^^;; (이 선물을 보고 든 생각 "모두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여기에는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느낌들이 들어있다)
대장 고양이, "우짜라고?" 하는 표정이다.
"양모라는데, 냄새를 맡아보면 생각이 달라질겨~" (양모에 함유 된 '라놀린'이라는 물질의 냄새를 고양이들이 좋아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설명이 있다) 하며 냄새 맡기 용이한 큰 쥐돌이를 코 밑에 들어대니 아니나 다를까 양 손으로 붙잡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드디어 껴안고 드러누웠다. 이러면 성공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꼬리부터 입에 물고
한 올 한 올, 입으로 실을 잣기 시작한다. 먹을 것이 아니라는 건 아는지 실이 뽑혀 올라올 때마다 머리를 흔들어 뱉아내니 그나마 다행이다 - 이 녀석에게 아무 장난감이나 맡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씹고 뜯고 맛보는 버릇이 있어 꼬리쥐를 사주면 꼬리만 싹둑 잘라서 어느 사이엔가 다 먹어치우고 없었던 적도 많았다 - 이것이 쥐돌이를 사 주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꼬리쥐의 꼬리는 대개 느낌이 가죽 같은 걸로 돼 있는데 이 아이에게는 그것이 맛있는 모양인지...)
그리고 뒷발질 작렬! 뒷발질을 하면 이것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집사 마음은 개뿌듯~
하지만 뒷발질 장면 딱 한 컷만에 벌떡 일어서 입맛을 다시며
바구니 동굴에 들어가 사람 같으면 눈에 흰자만 내놓은 꼴을 하고 엎드려 있다. "왜 뭐가 잘못 됐는데?" - 잘못 된 거 하나도 없다. 양모 쥐돌이도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
경철이는? 골똘히 냄새를 맡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옆에 놓아주니
우연히 제 코로 향한 쥐돌이의 꼬리 냄새만 킁킁~ 맡다가 제 형 침 냄새가 났던 것일까
금새 아무 관심 없다는듯 쥐돌이를 깔고 앉아 바닥을 내려다본다.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 보는 것이 더 재미 있다는 것이냐?
아무튼 철수가 반응을 미약하게나마 보였으니 이제 이 장난감은 집사가 응용하기 나름으로 잠깐씩은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뒷발질 한 판에 오천 원은 너무 비싸니까 하루 이틀이라도 더 놀아보자꾸나~
그리고 이건 여담 : 나는 스스로가 한국말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즉, 쥐돌이를 주문 할 때 안내에 '무염색'을 원하는 사람은 메시지에 적어달라고 돼 있어 적었더니 위와 같은 쪽지가 같이 왔는데 문제는 내가 받은 것은 무염색일까, 염색일까, 하는 것이다.
제작자의 계획도 알겠고 수요가 적다는 것도 알겠는데 내게 염색을 보냈는지 무염색을 보냈는지는 독해가 안 된다. 두 가지 색이 섞여 있으니 염색이려니 하는 것이 맘 편치 싶으다. 그리고 "양모볼 쪽으로 양모를 더 넣을 계획"이라는 말은 양모 100%가 아니라는 뜻일까? - 어렵다. 우리가 받은 이물건은 염색일까 무염색일까? 그리고 100% 양모일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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