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가 사냥놀이에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아 꽤 오래 전부터 고민을 했던 터라 얼마 전까지 이것저것, 행여나 흥미를 가져줄지 실패 할 걸 뻔히 알면서도 제법 값 나가는 자동 장난감까지 줄지어 대령했었다.
그런데 진실을 말하면 집사는 이미 아이들이 무엇에 가장 열렬히 반응할지 정답을 알고 있었다. 뭐냐! 알면서 왜 그걸 안 사줬냐고요? - 우리 고양이 형제, 특히 철수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바로 저 쥐돌이인데 저것을 사주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고양이에게 독약을 먹여 온 집사 - 장난감 유감)
쥐돌이에게서 이런 염색물감이 묻어나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늦어도 한참 늦어버린 2018년, 그러니까 집사는 그 때까지 고양이 형제에게 알게모르게 독약을 먹여왔던 것이고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이 장난감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이었는데,
며칠 전 생일을 맞아 장난감 선물을 고르다가, 그래 까짓거 막대기에 달린 쥐돌이를 사면 컨트롤이 가능하니 마음껏 물고뜯고 염색약까지 빨아먹을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단속하며 놀기로 마음 먹고 주문 했던 물건들이 생일보다 하루 늦게 도착해 - 아무튼 풀기도 전에 철수 고양이, 펄쩍펄쩍 뛰어올라 저 물건을 낚아채더니
품에 꼭 껴안고 "놓치지 않을 꼬예요~"
그리고는 이내 쥐돌이를 통째로 입에 넣어 깍깍 씹어 대는데 염색물감도 물감이지만 저렇게 흥분해 설치다가 까딱 목구멍을 막기라도 하면? (집사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쥐돌이 사이즈가 입에 완전히 집어넣을 수 있는 정도라 안전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철수야 인내라, 위험타" "싫다, 안 준다" 밀고 당기고 실랑이를 하다가 장난감은 이렇게... 그림에는 잘려서 다 안 보이는 철수 고양이, 흥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염을 한 채로 "니 와 그랬어?" 하듯 원망스런 표정으로 집사를 보고 있었다. (맨 위의 사진이 이 실랑이 후에 찍힌 것이다)
수선하면 되지 머~ 쥐돌이 깃털에 다시 끈을 묶어 흔들어 줬지만 역시나 이내 고양이와 집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쥐돌이는 또 다시 분리, 망연자실한 흑미 찹쌀떡!
멀리 앉아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경철 고양이 "집사가 너무했네!"
정말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망가진 쥐돌이를 건너다보는 철수 고양이.
무염색 쥐돌이를 검색하니 양모로 만든 것들이 있어 시험삼아 주문은 해뒀지만 아마도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같은 재료로 만든 양모공을 줬을 때도 일체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고양이들은 장난감 모양 따위에는 신경을 그리 쓰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 짐작에는 저 물건이 '쥐돌이'여서 좋은 것이 아니라 뭔지 모르게 저런 종류의 염색약 냄새가 고양이들에게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대개의 고양이들은 락스 냄새를 좋아하고 때로는 인간 머리 염색약, 퍼머약 냄새 등에 환장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 위 그림의 녹색 깃털도 철수가 자꾸 물고 달아나 그루밍을 하시는 바람에 내다버렸던 걸 상기하면 내가 유추하는 이유가 거의 틀림 없을 것 같다.
누구를 탓하랴, 무식하고 사려 깊지 못해 처음부터 아무 생각없이 저런 장난감을 사줬던 집사의 잘못이지. 처음부터 천연재료로 만든 것들만 구해 줬으면 아마도 지금쯤은 무엇이라도 잘 갖고 노는 고양이들이 됐을거라 생각하면 판매 한다고 무조건 사들여 맡겼던 무지함이 미안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마치 라면에 한 번 길이 들면 사람들이 내내 그것만 찾는 현상과도 비슷한 것 아닌가 싶으니... 맞네, 집사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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