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철 고양이, 알맹이가 큰 약 먹는 걸 참으로 고통스러워 해서 약 먹을 시간만 되면 자꾸만 침대 밑으로 숨어 고뇌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며칠 전에 했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오늘도 약 먹일 시간이 지났는데 침대 밑에 들어가 나오지를 않는다. 순전히 경철이를 꼬드겨 내기 위해 집사는 캣닢쿠션으로 일단 반응이 격렬한 철수를 이용해 경철을 유혹하자는 꾀를 낸다. 철수 고양이는 아니나다를까 뒷발질 작렬. ㅎㅋㅋ 귀여운 내 새끼!
그러다 마치 집사의 계산을 알고 도와주려는 것처럼 침대 아래에 있는 제 동생에게 "너도 나와서 해 봐~"라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그래 경철아, 캣닢쿠션 갖고 놀게 나와~" 하며 하나를 디밀어주니 고양이 삼신이니 캣닢 냄새에 이끌리긴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나가서 놀아볼까..." 망설이는 듯하더니
"아니야,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뻔하잖아?"며 엉덩이를 붙이고 아예 앉아 저리도 서러운 표정을 짓는다. 저런 표정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가슴이 찢어진다.
아무튼 캣닢에는 평소에도 크게 열광하지 않는 아이이니 저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시간은 자꾸 가고 약 먹여야 하는 집사는 속이 탄다... 그러다 번쩍 묘수가 떠오른다. 태블릿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퍼즐게임 두 판만 하고 나오면~?
역시! 이 고양이와 함께 산 세월이 얼만데, 작전은 딱 먹혀들어 이 모습은 오늘 저녁의 그모습은 아니지만 100% 예상대로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기에(이 글에 화장실 문 앞에서 집사를 기다리는 모습이 있다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양이는...) 번쩍 안아 살살 달래가며 약을 먹였다. 고양이 목에는 막대기 같이 크고 굵게 느껴질 큰 약을...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 있었으니 내 고양이들에게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은 바로 집사였다는 것, 미안하고 안타까운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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