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아침이었다 (정확하게는 18일, 토요일 아침) 아이들 밥 차려 주고 인터넷에 접속 했다가 세상에서 가장 "미묘"라고 극찬하며 정말이지 내 아이들 외에 가장 진심으로 예뻐했던 아이가 내 아이들 문제로 소원 했던 틈을 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읽게 됐다. 피가 발바닥으로 모두 빠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다... (더 언급하기 힘들어 이만 줄인다)


아침에 그러느라고 아이들 약 주는 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넘겨 버렸다.

눈빛만 마주쳐도 미안함과 애잔함에 가슴이 저릿해지는 우리의 경철 고양이

눈빛만 마주쳐도 미안함과 애잔함에 가슴이 저릿해지는 우리의 경철 고양이, 약 먹을 시간이 아닌데도 집사가 움직이니 올 것이 왔다고 생각 했는지

집사 눈을 피해 어디론가 발길을 옮기는 가슴 아픈 내 고양이

집사 눈을 피해 어디론가 발길을 옮긴다.

허연 구름이 하나 스윽~ 렌즈 앞을 지나 가는데 우리집 하얀 고양이다

그러다 다시  방향을 꺾어 허연 구름이 하나 스윽~ 렌즈 앞을 지나간다. 의자  방향으로 가다가 좀 더 안전한 침대 아래로 들어가기 위해 방향을 틀은 것이다.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제 동생을 바라보는 형 고양이

"저 시키 또 시작이군~" 

고양이 삼신이 어쩌면 이렇게 깊은 고뇌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철수야, 너 이 표정을 봤으면 그렇게 쉽게 또 시작이군~ 정도로 무시할 상태가 아니란 것을 알 거이다... 이래저래 집사 속은 말 그대로 문드러진다. 고양이 삼신이 어쩌면 이렇게 깊은 고뇌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좀 전에 본 소식 때문에 집사 마음이 그래서 더 그리 보였던 것이겠지...

생각에 잠긴 고양이

생각에 잠긴 것인가?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 눈치를 보이는 고양이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때는 싫기는 한데, 또 겪어내기가 끔직은 한데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듯한 눈치다.

약 먹는 게 두렵고 싫은 불쌍한 고양이

"나 약 꼭 먹어야 해?"

"응, 먹어야 해"

더 깊이 숨을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제 발로는 못 나오는 고양이

알아 들었는지 더 깊이 숨을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제 발로는 못 나온다. 그 정도 시근이 있으면 사람이겠지... 결국 집사가 엎드려 엉덩이를 밀어 나오게 해 약을 먹였다.

약 먹은 후 집사를 노려보는 고양이

"집사, 함 디져볼래?!" -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 하지만 이렇게 약 먹고 먹일 수 있다는, 우리 모두에게 괴롭기만 한 이 행사도 그나마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러니 견디자, 감사히 생각하며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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