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양이는...

집사의 아둔함과 게으름과 그 모든 것으로 예쁘디 예쁜 깜찍한 외모를 잃어버린 경철 고양이

집사의 아둔함과 게으름과 그 모든 것으로 예쁘디 예쁜 깜찍한 외모를 잃어버린 경철 고양이

그래, 귀 찌그러졌다고 그 사랑스러움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귀가 저렇게 덮어져 있어 바람이 통하지 않아  곰팡이 귓병이 더 낫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판에 (물론 저 쪽 귀가 더 심했기 때문에 이개혈종이 온 것이고 결과적으로 저 꼴이 됐지만 지금까지 저 귀만 지지부진 낫지 않는 것은 귀가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인 탓도 있는 것 같다)

조카가 새로 타다 준 약을 보니 허억! 왼쪽 벌건 뚜껑이 요즘 먹던 약 M사이즈이고 오른쪽 퍼런 것이 새로 받아온 L사이즈

조카가 새로 타다 준 약을 보니 허억! 왼쪽 벌건 뚜껑이 요즘 먹던 약 M사이즈이고 오른쪽 퍼런 것이 새로 받아온 L사이즈인 것인데 (Small 사이즈도 있는데 야아들은 7, 8kg의 거대냥이들이라 안정제 외에는 작은 것이 Medium이다)

이 정도 사이즈 차이가 고양이 목구멍 넓이를 생각하면 어마어마 해서 아이가 정말로 삼키기 어려워 한다.

이 정도 사이즈 차이가 고양이 목구멍 넓이를 생각하면 어마어마 해서 아이가 정말로 삼키기 어려워 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나름 삼키려 애 쓰다가 캡슐이 입에서 그냥 녹을 때까지 삼키지 못해 아이가 거품을 뿜을 정도로 크고 굵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약 먹이다 손 다쳤다고 하소연 했을 때가 모두 이 큰 캡슐 먹일 때였다. 작은 캡슐을 사다가 뚜껑에까지 꼭꼭 눌러 담으면 한 사이즈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시국에 약국에서 뭘 사오는 것도 적잖이 찝찝하다. 그래서 그냥 손가락에 밴드 감고  세 번 뱉아내고 네 번 만에 먹이는 걸 고양이도 집사도 예사로 반복한다.

무심코 나오다가 헉! 하얀 고양이 정말로 정면으로 밟을 뻔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화장실에 갔던 집사, 무심코 나오다가 헉! 하얀 고양이 정말로 정면으로 밟을 뻔했다.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 들락거릴 때마다 신경을 쓰자고 마음을 먹는데도 매 번 놀란다 - 그렇게 난리를 치고 강제로 약 먹이는 집사가 밉지도 않은지 오늘도 이렇게 오도마니 앉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집사를 기다리고 앉은 것이다.

어떨 때는 고양이 두 녀석이 나란히 앉아 기다리기도 한다

어떨 때는 두 녀석이 나란히 앉아 기다리기도 하고, (어쩌면 매 번 이렇게 집사가 딱 발 내딛는 그 자리에 앉아 계시는지 절레절레~~)

방에서 카메라를 갖고와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고 사진을 찍는다. 고맙게도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어준다. (이런 효도냥이~ㅎ)

어머, 이건 찍어야 해~ 며 방에서 카메라를 갖고와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고 사진을 찍는다. 고맙게도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어준다. (이런 효도냥이~ㅎ) 점점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꼼짝도 않는다.

어쨌거나 제가 싫어하는 오만 짓을 매일 하루에 두 번씩 거르지 않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양이 눈에는 나만 보여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사람도 나 밖에 없다

이 고양이 혹시 집사 기다리고 앉았다가 제가 애초에 거기 왜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 어쨌거나 제가 싫어하는 오만 짓을 매일 하루에 두 번씩 거르지 않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양이 눈에는 집사만 보이고 기다려지는 사람도 집사 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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