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설치한 캣폴 중 발판 한 곳에 카펫 대신 둥그런 방석이 올려져 있는 칸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래 그림처럼 생긴 것으로
숨숨하우스 용으로 제작 돼 여러 개의 울타리가 있고 그 울타리를 천으로 둘러 고양이에게 아늑한 느낌을 주면 숨어 있게 하는 기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고양이들의 성향을 보건데는 그런 재질과 모양의 방석을 대단히 싫어하고 높은 곳에서 밖을 내다볼 수 없는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들이 높은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집고양이들은 굳이 몸을 숨기지는 않고 제 눈으로 제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기를 즐기기 위해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구조 개선을 하고 하우스를 각각의 발판으로 이용하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질로 발판깔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고양이 형제가 좋아하는 재질이라야 100% 집사가 갖고 노는 지끈이다. 바구니며 스크래처며 동굴이며, 지끈으로 만든 건 무조건 다 좋아하니까 - 아, 그런데 이 녀석이 또 지끈 타래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다. 이 번에 쓰는 것은 가늘은 것이라 저렇게 들어 앉았을 때 억지로 당겨가며 작업을 하면 자칫 아이 피부가 베일 수도 있다.
"철수 이리 나와~"
"개가 짖나..." 졸리운 시늉까지 하신다.
"그랴? 그럼 이불 덮고 자구라~" 며 짜고 있던 깔개를 스윽 덮어주니 말 했듯이 가늘은 지끈으로 엮은 것이라 대단히 얇고 가벼운 것인데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아, 이기이 뭔데?" 하듯 들여다 보더니 훌렁 벗겨 내고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드디어 방해꾼을 퇴치했다. 집사 한 판 승! 이라고?
너무 일찍 외쳤다. 그렇게 걸어나와서 곧바로 깔개 위로 직행 "내가 바부 고양이인 줄 알았더나?" 이제 하도 많이 해봐서 뻔한 수작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듯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웨헤헤! 고양이 한 판 승!" 그래, 집사는 잔머리 굴려봐야 고양이 손바닥 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음, 인정! 이렇게까지 좋아하니 깔개 완성해 올려주면 더 좋아하겠지?
글쎄... 이제 따뜻한 바람이 불고 창문을 내내 열어놔봐야 좋아 하실지 아닐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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