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다 대기만 해도 고로롱을 부르는 마법의 빗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빗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경철이는 청소기에 붙은 솔로 슬슬 원을 그리듯이 쓸어주면 그건 그나마 견디는 편이었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그 솔로 털을 빨아들이듯이 빗어주면 더더욱 좋아하면 발라당 골골 하시지만([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마법의 빗질에 영혼이 빨려나가는 고양이) 수위 조절을 하더라도 배 같은 경우에는 너무 위험하고 청소기가 뿜어내는 미세먼지 때문에 집사가 즐기지 않아서 그 동안 적당한 빗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강아지용 눈꼽빗

이 물건은 강아지용 눈꼽 빗이다. 경철이 수술로 귀아래 털이 피떡이 져 있을 때 선생님께서 "눈꼽빗 좀 갖다 주세요" 하셔서 그걸로 빗어내는 걸 보고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구매한 것이다 - 사실 몸 전체를 빗질 할 생각은 아니었고 경철의 떡진 귀밑 털을 칫솔로 빗어주곤 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윤기가 흐르는 고양이의 털

그런데 이 빗으로 내친 김에 온 몸을 살살 긁는 것처럼 빗어주기 시작하니 두 녀석 모두 빗만 꺼내서 보여주면 달려올 정도로 (경철이는 약의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아서 요즘은 다시 숨어 있지만) 거의 환장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철수의 털을 보는 사람들마다 "어찌 이리 윤기가 나고 부드럽지?"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탈모도 생길 만큼 알러지인지 뭔지에 시달리는 아이인데 남은 털은 이렇게 건강하게 빛이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눈꼽 빗을 사용한 이 후부터 집사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얀 고양이들의 털은 대체로 윤기가 나지않는 이유가 진짜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사람 눈에는 별 표정이 없어 보이지만 골골송을 부르는 중이다. 하지만 경철의 털은 철수처럼 윤기가 나지 않는다. 좀 더 뻣뻣하고 길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하얀 고양이들의 털은 대체로 윤기가 나지않는 이유가 진짜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 빛의 반사 등과도 관련이 있나?

빗질을 하다가 목주변을 긁어주면 도도한 경철 고양이도 발라당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좋아한다.

이렇게 빗질을 하다가 목주변을 긁어주면 도도한 경철 고양이도 발라당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좋아한다. 

고양이들에게는 빗질도 자신이 원하는 쪽만 해 드릴 수 있다.

빗질 하는 동안 옆으로 누워서 끊임없이 골골거리는 철수 고양이, 문제는 늘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어 몸을 뒤집어야만 한다는 것인데 뒤집으면 그 순간 벌떡 일어나서 저 쪽으로 가버리신다. 고로 고양이들에게는 빗질도 자신이 원하는 쪽만 해 드릴 수 있다.

고양이용으로 유명한 빗은 이 고양이 형제가 심하게 싫어해서 구매하고 얼마 쓰지 못하고 내다버렸었다

털이 뽑혀 나오는 성능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이 빗을 쓰느니 잘 알려진 터미네이터 닮은 이름의 그 빗을 쓰는 것이 낫지 않나?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그 빗은 이 고양이 형제가 심하게 싫어해서 구매하고 얼마 쓰지 못하고 내다버렸었다. 더구나 경철의 피부에 상처를 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인지한 즉시!

강아지 눈꼽 빗으로 고양이 빗질을 한다

이 정도로만 죽은 털 정리만 돼도 대만족이다. 더러는 집사도 모르게 상처가 났거나 여드름이 났다가 나은 자리의 딱지도 정리가 되고 또 때로는 비듬도 쓸려 나온다 -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빗질할 때 가끔 몇 점씩의 비듬을 발견할 때가 있다. (철수는 아예 없고 경철이가 가끔)

눈꼽빗으로 털을 빗은 고양이

박박 빗지 않고 살살 긁듯이 빗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 날이 풀리고 털갈이 철이 오면 이 빗으로 감당이 될지 의심스럽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집사도 대만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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