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밥과 판매자들의 횡포

그저께 언급했던 p사의 p파우치 이야기의 계속이다 ([사람] - 돈 많이 버는 방법!)


그 날 결국 내가 알던 최저가보다 파우치 당 600원이나 더 주고 한 박스를 불러 아이들에게 시식을 시킨 이야기는 어제 썼다. 잘 먹었다 - 하지만 이틀째인 오늘 다시 주니 반응이 첫 시식 때와는 다르게 좀 시들했고 여태 먹던 파우치를 먹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나란히 밥을 먹는 고양이 형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꾸려 하는 것은 지금까지 먹던 것에는 설탕, 식용색소, 향미제 그리고 점증제까지 들어 있었는데 지금 이야기 되고 있는 이 파우치에는 그런 것이 언급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나의 무지함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 아래 그림) 그리고 이 두 파우치는 어차피 같은 회사의 브랜드만 다른 고양이 밥이고, 중저가만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그리 콧대 높게 굴 이유가 없어 보여서 다른 것을 알아보고 싶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기호성이 가장 좋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내게 있다.

고양이 주식 파우치 영양성분

18일, 토요일 아침 덧) 한 고양이 카페 회원께서 내게 보여주신 성분을 보니 이 콧대 높은 파우치에도 똑같이 설탕, 식용색소가 들어있다.

나쁜 일이 생기면 유난히 더 불쌍해 보이는 내 고양이[집사 기분이 언짢으면 유난히 더 짠해 보이는 내 고양이]

각설하고,

첫날 아이들이 엄청나게 잘 먹길래 곧장 돌아서서 처음부터 2천 원으로 올라와 있던 곳에 다시 주문을 넣으니 수량이 모자란다는 팝업이 뜬다. 그래서 더럽고 기분 나쁘지만 1400원에서 2천원으로 다시 게시한 곳으로 가 주문을 넣었다.


얼마 안 있어 다시 전화가 온다. 재고가 모자란단다.

"어제는 품절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값 오르고 나니 있긴 있는데 수량이 모자란다고요? 그럼 어제는 품절이 아니었다는 말이네요? 가격 갖고 장난 친다는 거 어제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러는 거 아니지요!"

"본사에서 연락이 어제 오전에 왔는데 네이버에는 6~8시간 지나야 반영 되는 시스템이라서..."

"그럼 네이버 시스템이 그런 건 본사와 의논을 하셨어야지요. 그걸 왜 소비자가 책임 져야 하는 겁니까? 이런 켯속 다 알고도 주문 넣는 마음이 어떤지 알고는 계십니까? 어느 몰에서 이런 장난 치는지 블로그에 올릴까요?!"

"아니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됐습니다, 잘 알겠고 환불받아야 끝난다는 뜻이네요!"

로 통화를 끝내고 나니 언성을 높인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목이 쎄에~ 하게 아파왔다. 블로그를 언급 했던 탓일까 판매자 쪽에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 읽어보나마나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다, 이상 더 있겠나, 대충 보고 그냥 지웠다.


그렇지만 설도 다가오고 택배 대란이 나기 전에 아이들 먹을 것은 확보해 놔야 한다는 생각이 장난을 친 또 다른 몰에 어쩔 수 없이 주문을 한 후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한 팩에 1300원짜리가 뜬다.


내가 바보 아닌 다음에야 또 전화 오리라, 짐작은 했지만 주문을 해본다. 모두 정상적으로 주문이 된다. 

배송 준비 중입니다

금새 배송 준비중이라고 뜬다. 아는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결제완료"와 "배송준비중"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결제완료가 뜰 때는 판매자가 인식을 아직 못하고 있든가 팔까 말까 고민 중인 상태이고 배송준비중이라는 것은 판매자가 이 주문을 인식하고 무엇인가를 눌렀다는 뜻이다.


그랴? 어쩐 일로? 혹시나 하고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연락이 올거다, 확신하고 기다렸지만 안 온다. 소비자하고 약속을 지키는 판매자도 가끔 있긴 한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아침에 내가 인식 해 두었던 번호로 전화가 온다. 목소리부터 최고 낮은 음으로 깔고

"네" - 만 하고 '여보세요' 하지 않았다

"000씨지요?"

"말씀 하세요!"

역시나 어제와 같은 노래를 한다.

"어떻게 돌아가는 켯속인지 다 알겠는데요, 공정거래 위원회 가야할 일로 보이네요. 아니면 주문 받으신대로 물건 보내 주세요"

"그게 아니라 정말 물건이 없어서..."

"입고 되면 보내세요"

알았다고, 언제 입고 되는지 물어보고 알려주마고 끊더니 금새 다시 전화가 와서 지금까지 먹이던 그 파우치 이름을 대며

"인*****이 가격이 좀 더 나가기는 하지만 그걸로 대신 보내 드리면 어떨까요?"

"그게 얼만데 가격이 더 나간다고 하세요?"

"1400원인데요..."

웃기고 있다. 나는 그 파우치 하나 당 천 원 이상 지불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그 파우치를 그 가격으로는 안 삽니다. 주문한 물건 입고 되면 받을게요"

"2월 초나 돼야 들어온다는데요"

"기다립니다"

전화를 끊고 해당 몰 홈 페이지로 가보니

인기가 많으면 가격을 엄청나게 올리는 업자들

이렇게 올라있다. 그리고 주문을 눌러보니 노령묘용은 품절이니 다른 것을 선택 하라고 뜬다. 물량이 달리는 건 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가는 곳마다 그러는 걸 보니 판매몰의 횡포가 아니라 한국총판의 횡포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자신들이 일처리를 느리게 하고 손발 맞지 않게 행동 해놓고 소비자가 환불만 요청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식이니... 


세 곳의 몰 중 하필 이곳이 마지막에 걸려 이런 수난을 겪게 됐지만 나는 2월이고 나발이고 즈들이 게시한 그 가격에 물건을 무조건 받기로 작정했다. 그래야 무조건 환불만 해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사고방식에 경종이 울릴테니까.

들리지 않는 경철 고양이의 눈에도 오늘은 집사의 분위기가 영 이상한 모양이다[들리지 않는 경철 고양이의 눈에도 오늘은 집사의 분위기가 영 이상한 모양이다]

그런데 눈꼽만치도 속 시원하다는 느낌이 없다. 화 내고 나면 늘 내게 뭔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죄책감이 더 크게 생기기 때문에...


어쩌면 이 돈 다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돈은 네이버가 쥐고 있고

발송지연 팝업

이런 팝업이 뜨고 있으니 들어오면 보내겠지. 찝찝하지만 갋은 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설탕과 색소가 든 밥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고양이들 먹여 살리는 일이 이리도 험하고 고되다... 저 정도의 값이라면 더 좋은 브랜드의 것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이제부터 삽질이다. p사의 p파우치와는 당연히 저 물건 받으면 작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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