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험(猫驗)한 바구니, 성공적?

며칠 전에 바구니 하나를 두고 하도 쌈박질을 해(늘 경철 고양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였지만) 새 바구니를 짜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해 두 개의 포스팅을 했었다.

사실 묘험(猫驗)하다고 떠벌리면서도 막상 완성을 하고나면 고양이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만들면서도 반신반의 했었다

사실 묘험(猫驗)하다고 떠벌리면서도 막상 완성을 하고나면 고양이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만들면서도 반신반의 했었다. 왜냐하면 이 고양이 형제는 집사가 하는 모든 일에 거의 '환장' 수준으로 간섭, 방해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똑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든 것도 어떤 바구니는 완성 후에는 거들떠도 안 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구니 속에 등 돌리고 앉은 고양이[완성 된 바구니, 철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진 좀 찍으려 했더니 한 컷 겨우 누르자마자 득달 같이 달려와 깔개도 없는 바구니에 들어앉아 버린다. "어딜 감히!" ?]

까짓거 거들떠 안 봐도 그만이다. 고양이들은 몰라도 바구니 받고자바 줄 서 있는 집사는 많으니 제일 예쁜 사람에게로 토스하면 그만이니까.

철수 고양이의 표정은 보나마나지만 제껴진 귀를 보니 약간 긴장은 한 모양이다.

이제 본체는 모두 완성 됐고 기둥으로 세운 것들을 모두 풀어서 러플러플(ruffle) 만들면 정말 완성인 단계인데 철수 고양이, 정말 징하게도 비켜주지 않는다.


경철 : "너 이제 그 바구니 찜 했으이 내 거에는 얼씬도 말구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엄포를 놓는다. 철수 고양이의 표정은 보나마나지만 제껴진 귀를 보니 약간 긴장은 한 모양이다. 혹시 경철이가 저처럼 바구니 뺏을까봐?

철수 고양이는 기둥을 모두 풀어헤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 비키지 않았다

엄포를 제대로 놓았다고 생각 했는지 근엄한 표정으로 경철 고양이는 자리를 뜨고 철수 고양이는 기둥을 모두 풀어헤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 비키지 않았다. 집사가 움직이지 않고 작업을 하려면 바구니를 빙글빙글 돌렸어야 했는데 그 안에 실려 고양이도 수도 없이 빙글빙글 돌았다.

집사 눈에는 두 고양이 형제 나란히 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새 바구니를 나란히 놓아줬다

드디어 완성! 집사 눈에는 두 고양이 형제 나란히 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이제 싸우지 말고 나란히 좀 있어보라고 새 바구니를 나란히 놓아줬더니 제 바구니에서 무심히 졸고 있던 경철 고양이,

나란히 바구니에 들어앉은 고양이 형제

무엇이 가까이 온 기척을 느끼고 언뜻 눈을 뜨더니

제 바구니를 박차고 나오는 하얀 고양이

철수 고양이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지체 없이 일어나서 자리를 떠나버린다. 집사도 철수도 동시에 "으잉?"

새 바구니를 차지한 형 고양이

철수 : "자아 와 카는데... 뭐 저런 게 다 있노?" (집사도 같은 마음)

몹시 화 난 표정을 짓는 하얀 고양이

경철 - "아무리 다른 바구니라도 내, 니하고는 절대로 가까이 못 있겠다!" 단호하다.

화 난 고양이와 무심한 고양이

철수 : "끄응~그러거나 말거나..."

하지만 눈꼽만치의 차별이나 편애 따위 하고 싶지 않은 집사에게는 그러거나 말거나가 절대 아니다.

멀찌감치 제 바구니마저 버리고 빈 바닥에 앉아있는 경철 고양이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바구니와 바구니 사이에 두 녀석 모두 잘 앉지 않는 다른 바구니를 하나 놓아준다

그리하여 저렇게 멀찌감치 제 바구니마저 버리고 빈 바닥에 앉아 원망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경철 고양이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바구니와 바구니 사이에 두 녀석 모두 잘 앉지 않는 다른 바구니를 하나 놓아준다.

경철 고양이는 안 먹던 건사료를 먹고 언제나 무심하고 저만 좋으면 되는 철수 고양이는 째지게 하품을 한다.

분이 좀 풀렸나, 대놓고 이제 됐다고 제 바구니로 돌아가기에는 좀 뻘쭘 했는지 경철 고양이는 안 먹던 건사료 먹는 시늉을 하고 언제나 무심하고 저만 좋으면 되는 철수 고양이는 째지게 하품을 한다.

경철 고양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

경철 고양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이지만 이만하면 참아 줄 정도는 되는 모양일까 

각각의 바구니에 앉아있는 고양이 형제

제 바구니에 착석. 이 후로 정말 바구니 하나를 두고 때리고 쫓겨나는 식의 싸움은 싹둑 자른듯이 사라져버렸다. 묘험한 바구니, 대단히 성공적!


그런데 두고두고 궁금한 것은 왜 경철 고양이는 새로 만든 바구니에 0.1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 바닥을 만들때 잠시 스크래칭 몇 번 한 이 후에는 냄새도 한 번 맡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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