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두 고양이 형제는 생긴 것 만큼이나 성격도 전혀 다르다는 말은 자주 했었다.
호랑이 무늬 대장 고양이 철수는 작은 호랑이답게 무엇이든 새 것이 생기면 두려움이나 낯가림 없이즉시 제 것을 만들어버리는 적응력 또한 대장감인데(낯선 사람에게는 아니어서 유감이지만)
이 수줍음 많고 겁 많은 하얀 고양이 집사까지 침대 위에 올라서서 철수와 눈 맞추며 사진을 찍고 킬킬대니 끼어들 생각은 못하고 "너거 뭐가 그렇게 좋아?"하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만 앉았다.
설치한지 4~5일 째인데 하루에 두 번 이상을 반드시 저기 올라가 그루밍을 하는 등 몹시 편안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밥 때가 돼 암만 불러도 안 내려와 올려다 드려야만 할 지경이니 대장 고양이는 문제없고,
철수가 저러니 집사는 이제 이 수줍은 하얀 고양이의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적응을 빨리 시키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져(맨날 내버려두자고 하면서도 어느 새 안달을 하고 있는 것이 집사 마음인가) 경철이 가장 좋아하는 동결건조 오리를 발판 끄트머리에 놓고 유혹을 해보니 정성이 통했나
훌쩍 뛰어올라 냠냠드시고는 그제야 집사가 유혹용으로 매달아 놓은 고무밴드가 눈에 띈 모양인지 당겨서 잘근잘근 씹어보다가
제 풀에 놓치고 입맛을 쩝 다시기도 하는데, 이것이 겨우 두 번째 칸이다. 사실 이 고양이 그저께 밤에 불도 끄고 TV도 끄고 다들 잔다고 누웠던 시간에 혼자서 세 번째 칸까지 진출해 흡흡, 해먹 냄새까지 맡는 걸 목격 했는데 뭔가 아니었던지 곧 되돌아 내려오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세 번째 칸에도 역시 간식과 빨간 링이 매달려 있어
드디어 최상층까지 정복하시려나 보였는데, 어라?
발판을 두 손으로 단단히 짚고 점프를 해야 하는데 (특이한 것은 꼭 저칸에서는 철수도 그냥 점프를 하지 않고 매 번 두 손을 짚고 오르는데 구조상으로 그냥 뛰어 오르기에 어려운 것인지?) 새 카페트라 유해물질 방지용으로 얹어놓은 저 원수 같은 깔개가 오히려 경철의 탐색하는 손길에 당겨져 나오니 "엄마야~" 기절 할 만큼 놀라 더 오르기를 포기할 작정으로 보여
애가 타는 집사 벌떡 일어나 저 미끄러지는 깔개를 치워 줬지만 엉뚱한 고무줄이 놀란 손짓 탓에 엄지손가락에 걸리자 "에띠에띠" 짜증을 부리다가
스스로를 진정 시키려는 하아품~ 하는 모양새가 발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좀 놀라긴 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슬며시 걱정이 되는 건 새 바구니처럼 철수가 하도 제대로 침 발라 놔서 거들떠도 안 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짐작은 새 카페트 냄새 때문일 거다 해서 아무래도 저것들을 모두 해체해 세탁을 해야할 모양이다. 애초에 세탁부터 하고 싶었지만 빨리 설치해주고 싶은 인간 욕망에 건너 뛴 것인데 실수, 미안. 그렇잖아도 내내 찝찝 했는데 당장 세탁!
그런데 냄새 나는 카펫, 손으로 조물조물, 칫솔로 벅벅 비누 칠 3번에 헹구기는 수 십 번, 그렇게 빨았는데 냄새는 완전히 빠지지 않고 이 모양이 됐다. 카펫 아래의 바닥으로 덧 댄 "마(麻)" 같은 천이 급 쪼그라 들어버린 것이다. (뜨거운 물로 안 했음 --;;) 그리하여 깔개는 두꺼운 면실을 이용해 코바늘 뜨기로 짜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그러나저러나 우리 경철이는 언제나 바닥냥 신세를 면할거나... 창가에 있는 캣타워에도 2, 3 개월 걸려 올라가긴 했지만. : 여담으로 3년 된 캣휠은 아직도 한 번도 안 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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