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고양이 형제 간식 그리고 집사 심심풀이 용으로 건조 닭가슴살을 만들었다.
예전 생각만 하고 넓고 얇게 만들어 바싹하니 씹기 좋게 해줬더니
너무 얇고 넓은가, 그렇잖아도 입 짧은 철수는 손도 안 대고 입으로만 들어올리려다 실패, 어릴 때는 이런 상황이면 마구 드리블을 해서 쫓아다니다 어떻게 해서든 먹고 말았는데...
"너 안 먹으면 내가 먹을게~" 맞다, 이런 거 철수는 못해도(안 해도) 경철 고양이는 반드시 해낸다.
희한하지, 한 입에 삼키기 어렵도록 큰 것을 사냥하면 매번 이렇게 바구니에 등 돌리고 앉아 숨은 듯한 자세를 보인다. 저 바구니는 두 녀석이 싸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라 찌꺼기 청소가 귀찮아 다른 데다 놓고 먹으라고 벌써부터 다른 바구니를 둘이나 가져다 뒀는데도 매 번 저 곳으로만 가서 등을 돌린다.
그런데 이 고양이, 갑자기 여기에서 찍힌 이유? - 집사가 하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니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어두운 곳을 찾아 방을 나가 등 돌리고 시식하다가 나머지 두 식구 모두 저를 따라가니 귀찮은듯 돌아봤다가
"신경 끄고 까까나 먹자" 하는 모습이다.
다음 날,
아아~ 얇고 넓어서 먹기도 가지고 놀기도 힘드는구나 생각한 집사, 이번에는 닭가슴살을 빼빼로처럼 길게 저며서 건조를 했다.
맥 놓고 누워있는 철수 고양이 코 앞에 놓아드리니
누운 채로 손으로 슥슥 당기더니 역시 누운 자세로 뇸뇸~ 넓적하고 얇은 건 몰라도 빼빼로는 좀 먹을 줄 아는 고양이.
고양이들이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빼빼로 같은 스틱형 음식은 옆으로 물고 어금니로 잘 씹어먹는다.
"음~ 먹을 만한가?"
이런 장면 때문에 고양이에게는 네 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손과 두 발이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일단 입에 문 것은 혀로 방향을 조절해
역시 어금니로 뇸뇸~ 아무도 안 가르쳐 줬는데 쉽게 먹는 방법을 아는 것이 역시 닭가슴살 빼빼로 좀 먹어 본 고양이?
다음 날 아침, 목 졸려 약 먹고 양치질 당한 이 고양이 보상으로 차려드린 참치캔은 외면 하고 밤 새 저러고 있어 눅눅해졌을 닭가슴살에게로 전진
철수가 하도 빼앗아대서 이제는 새로운 아지트가 된 새로운 바구니에 놓고 등을 돌리고 드신다 - 고양이는 제 집 또는 잠 자리라고 생각하는 곳을 가장 은밀하고 안전하게 여기니까.
금새 약을 먹었으니 집사에 대한 경계는 아직 풀리지 않은 눈빛이다. 하지만 닭가슴살 빼빼로 하나만 더 먹으면 "내가 약 언제 먹었지?" 라며 금새 집사 옆에 똥꼬를 붙이고 앉으니 걱정은 붙들어 매고 어쨌든 이번 건조 닭가슴살 간식의 디자인은 성공적!
덧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는데 경철 고양이가 하루종일 밥을 제대로 안 먹고 저것만 왔다갔다 먹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물을 마셔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늘만 해도 스틱으로 치면 15개 가량 먹어 치우고 밥은 한 끼만 제대로 먹은 셈이라(지금은 저녁 8시 30분) 갯수를 제한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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