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 된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하지만 철수 고양이가 저 작은 캣타워 위에 앉아 있다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 보고 눈이 번쩍 하는 무엇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앉았던 그 자리에서 엉덩이만 치켜들고 한 손은 티슈통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티슈를 주룩주룩~ 해본다.
오오~ 이거 제법 재미지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피가 얼굴로 쏠리는 불편한 자세를 수정하고 양 손으로 맘껏 분탕질을 시작할 마음을 먹고 노트북 위로 올라서도 안전할지 일단 점검을 한 다음
이제는 먼 산 보는 척하면서 다시 인간의 반응을 점검한다. 이 짓을 부추키려면 인간은 숨 죽은듯 가만히 있어야 한다. 똑똑한 고양이, 금새 감 잡았어~
돌아서더니 본격적으로 양손 번갈아가며 주룩주룩~ 바각바각 스크래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주룩주룩 뽑아내는 중이다. 앞에 보이는 하얀 것은 경철의 뒷통수인데
잘한다, 잘한다아~ 해가며 사진 찍는 나를 돌아보며 "엄니, 쟤 저래도 되는 거에여?" 한다. 암~ 되고 말고, 되고 말고~ ㅍㅎㅎ
꺼내도 꺼내도 화수분처럼 계속 하얀티슈가 딸려나오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조화로 이렇게 끝도 없이 나오는지 궁금했을까, 티슈통을 슬쩍 뒤집어본다
고양이 삼신, 들여다 본다고 그 원리가 보이겠니? 인간도 아직 저렇게 줄줄이 달려나오도록 못 접는데 말이야~
큰 일 하시고 침대로 건너와 히잉~ 애교를 부려댄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 몇 장 꺼내지도 못했네~ 사람 아이가 그랬으면 대부분 "철수야! 아깝게 그걸 왜 그래?" 라는 바가지 깨지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희한도 하지, 고양이가 하면 똑 같은 짓을 해도 그거이 어찌 그리 예쁘고 영리해 보이는지 정신 나간 집사, 저 정도에서 끝내 준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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