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사냥하고픈 고양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전 볕을 쬐고 계시던 경철 고양이,

남자를 사냥하고픈 고양이1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두리번대다 흥분한 듯 발을 앞으로 내 디디네? 벌레나 새라도 지나갔나보다, 했다. 대개는 그러다가 다시 나른한 듯 주저앉아 그루밍이나 하다가 잠들기 일쑤인데

흥분해서 돌아서는 고양이

돌아서더니 심상찮은 표정으로 후다닥 내려선다. 틀림없이 심상찮은 것이, 꼬리가 벌써 부풀어오르고 있다는 걸 보고 안다.

아쉬운듯 돌아보는 고양이

뭔가를 확인이라도 하는 듯 슬쩍 한 번 되돌아 보고... 이 후로는 모든 순서가 전광석화처럼 진행된다. 아무래도 제 눈에 보이는 저 무엇을 사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지 도망을 가는 건지...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

허접한 똑딱이 카메라로는 저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책상 아래로 내려가는 고양이

말처럼 뛴다, 두 발 모아 뛰기?

갑자기 전속력으로 달리는 고양이

이 때만 해도 저 눔이 미쳤구나, 는 생각은 못 했다 ㅎㅎ 후다닥 ! 탁자 위에 올라서서 다시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쪽 창을 바라보는 고양이

다시 후다다닥! 뛰어 들어온다,

돌아오는 고양이

뭔가를 놓치기 전에 빨리 잡아야만 한다는 듯한 동작과 빠르기였다.

서로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이번에는 창가로 가지 않고 그 옆의 캣타워로 뛰어올라 안절부절 애꿎은 램프갓만 씹어댄다. 고양이끼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증거가 철수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나는정도니 나는 또  얼마나 황당했는지.

형에게로 뛰어가는 하얀 고양이

제 풀에 또 훌쩍 뒤어내리는데 어찌나 마음이 급한지 뒤태 따위 신경도 안 쓰신다. 철수, 여전히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다.

동생을 바라보는 형고양이

그 사이 경철이 꼬리는 굴뚝 청소 해도 될 만치 부풀었다. 창 밖을 일별하더니 다시!!!!!!!

다시 책상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하얀 고양이

이 번에는 문 앞에서 확인하듯 돌아본다, 저 심상찮은 표정은 무슨 뜻일까...

창밖의 남자를 보고 흥분한 고양이

밖으로 나가 좀 전에 한 짓 또 하고 또다시 한달음에 창 가로!


-중복 과정은 생략 -
이쯤 되면 철수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경철씨가 보는 곳에다 시선을 맞춰 본다. 뭔데, 하고 묻는 엉아 말은 들은 척도 않고 경철, 이 모든 과정을 다시, 그러나 순식간에 반복한다.

동생의 행동이 이상한 형 고양이

철수, 내다봐도 별 것 없으니 뻘쭘하겠지... 약이 살짝 올랐을 게다, 나도 이 뭔 일이야 할 정도였으니 아직은 아기인 철수는 말 할 필요도 없지.

동생을 혼내는 형 고양이

세 번째 반복 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이 번에도 내 입장에서는 어느 눔이 아닌 밤 중에 홍두깨질을 당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애초에 황당한 짓은 경철이가 시작했지만 혼자서 뛰어 다닌 것이지 "엉아, 저거 봐, 저거 봐" 이런 선동은 하지 않았으니까.

형에게 혼나는 동생 고양이

엄청난 후폭풍이다. " 요 돌콩 같은 시키야, 니가 감히 이 엉아를 놀려???!!!" 나는 철수가 한 번씩 저런 괴팍을 부릴 때가 글케 좋다, 동생이란 놈한테 맨날 장난감이며 먹을 것 다 양보하는 아이라...

싸우는 고양이 형제

지가 아무리 높은 데로 뛰어올라가도 엉아의 엄청난 힘은 당할 수가 없다. 엎어치기, 매치기 다 당하고 캣타워 아래 모서리에 간신히 몸을 숨겼는데...

화가나서 씩씩거리는 하얀 고양이

엉아의 힘 들어간 눈길 한 방에 저 혼자 놀라 하악질까지 퍼붓는다. 이쯤 되니, 아구구~ 불쌍한 내 시키~~ 해지면서도 아이들 싸움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집사의 입장.

벽을 타고 오르는 하얀 고양이

달리다 달리다 벽을 타고 오르는 지경에까지 가서야 내가 아이를 안아 내려 줄 수 밖에 없었는데, 경철이가 그토록 흥분해 뛰어다녔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진정이 된 후에 녀석들 시선을 따라가 보니, 이웃 마당에서 뭔가 작업 중이던 두 남자가 원인이었던 듯한 정황.

이웃집 남자들을 내다보는 고양이
경철이 해오던 행동들을 종합해 보건데, 이 녀석은 마우스 포인터 잡기 놀이 할 때도 늘 모니터뒷쪽을 살피고 뒤지고 하는 스타일인 데다 거울 속에 보이는 사물이 뒤를 돌아보면 그대로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아이라 창 밖도 그 원리가 거울과 같은 줄 알고 집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왔던 것 같다.

 

말 하자면 도망친 것이 아니라 뒤로 돌아 저 둘을 사냥하려고 그랬던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집 안에서도 계속 두리번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게지 ㅎㅎ  - 꿈보다 해몽이겠지만??? 이쯤 되면 내가 미친 괭이를 한 분 모시고 사는 것이 틀림없다고 해도 좋을 듯.

동생을 꽉 누르고 있는 형 고양이

듬직한 울 장남 고양이 "엄니, 이넘 못 날뛰게 내가 꽈악! 잡고 있어, 걱정 마" 2012.04.22

몇 주 전부터 눈에 이물질이 낀듯 시리고 시야가 흐리더니 어제 눈 안 쪽 점막에 무엇이 났다는 걸 발견 했다. 그런데 왜 이리 오래 곪지도 않고 사라지지는 더더욱 않으며 애를 먹는 걸까. 오늘은 급기야 그것이 각막을 긁어대는지 눈이 시려 걷잡을 수 없도록 폭풍 눈물, 종내는 한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견디고 있다. 울면서 당번 안과 찾아가는 꼴도 맘에 안 들고 (당번 안과라면 아주 먼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저런 병원 안 갈 오만 이유 다 찾아 버티고 있다. 이 와중에 무슨 맘으로 포스트를 이렇게 열심히 편집하는지... 눈 하나로, 원래 잘 내는 오타, 오타가 나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있다.

 

경철은 저런 미친 짓은 끊은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남자와 자동차를 보면 상당히 흥분하며 채터링을 하고 남자들에게는 사뭇 소리도 질러댄다. 귀에 들리는 게 없어 눈에 뵈는 것도 없는 것일까? 하긴 위에서 내려다 보면 다들 작아보여 주제파악이 덜 되는 탓이구나 싶기도 하다.

 

엄니 돌아가신 후부터 큰 언니는, 고작 두 살 더 많은 주제에, 어미새처럼 내게 모이를 물어다 나른다. 방금도 조카 시켜 낑낑. 나는 버릇이 나빠져 밥도 끓여먹기 싫어하고 있다.20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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