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심하면 *꼬에 털 난다냥~

평소에 철수 고양이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제 동생이 뭔가 좋은 것, 신기한 것을 차지 하는 건 절대로 두 눈 뜨고 못 본다

대치 중인 고양이 형제

이 날도 고양이 형제용으로 일부러 비워놓은 책장의 차상위 칸에 경철이 훌쩍 뛰어 오르니 선수를 빼앗긴 철수 고양이 아래에서 안달이 났다(철수 고양이는 사진의 맨 아래 왼쪽으로 겨우 보인다)

싸우는 고양이 형제

"야,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

경철군, 얼마나 마음이 다급했던지 돌아설 사이도 없이 두 팔 과 두 다리가 180도 반대방향을 향한 자세로 제 형을 밀어낸다 - 고양이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저렇게 똑바로 서거나 돌아설 자리도 없이 좁고 낮은 공간으로 훌쩍 뛰어오르는데도 단 한 번의 크래시(crash)도 없이 자유롭게 즈들 할 짓 다 한다는 것이다. 사람 같았으면 제대로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뛰어오르다 어딘가에 머리를 처박고 나자빠졌을 것 같은데 말이다

바라보는 고양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여 아지트를 빼앗았지만 뺏고 보니 별 것 아니어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목적이 다른 데 있었던가 여전히 달아난 동생을 노리는 철수 고양이

긴장한 고양이

족히 3미터는 날아서 방의 반대쪽 끝에 착지하고도 불안한 눈빛으로 언제든 다시 달아날 자세를 취하는 딱한 경철 고양이 - 여기서 경철이 모르는 것은 사실 철수 고양이가 그렇게 멀리 날지는 못한다는 것 - 고양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 자의 재능이 따로 있어 경철 고양이는 점프력이 좀 부족한 대신 하늘 다람쥐처럼 멀리 날아다니지만 철수 고양이는 무지하게 높은 점프를 할 줄 아는 대신 멀리 날지를 못한다

뛰어다니는 고양이 형제

결국 전쟁이 벌어졌다. 경철고양이 뭐가 그리도 무서운지 달아나는 와중에도 하악질을 ~ 적이 그 모습을 못보더라도 일단은 하악질을 해가며 달아나야 마음이 그나마 좀 편한 모양이다

잡기 놀이 하는 고양이 형제

이렇게 잡아 먹을 듯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집구석을 초토화 시키며 뛰어다니다가

껴안고 있는 고양이 형제

이것이 몇 분 지나지 않은 다음 장면이다

서로 그루밍 하는 고양이 형제

"아놔~ 거시기에 털 날 시키들!" 이 장면만 딱 잘라서 보면 얼마나 사이 좋은 고양이 형제로 보이는지 이 순간적인 반전에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그런데 사실 이녀석들 *똥꼬엔 원래 털이 잔뜩?)

서로를 바라보는 고양이 형제

내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더구나 난청 고양이인 경철이 벌떡 일어나 옆바구니로 이동 - 이런 걸 두고 '갑분싸'라고 하나, 두 녀석 모두 윗눈꺼풀을 일 자로 내리고 잔뜩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다. 설마 즈들 변덕은 전혀 안 보이고 놀리는 집사만 원망스러운 것?


그리고 같은 날 밤,

아랫집 사무실 사람들이 날 보는 표정이 하도 싸아~ 하여 그들이 퇴근한 이 후로 밥을 내가려 평소 밥 시간이 돼도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더니 

처연해 보이는 어린 길고양이

요 녀석이었구나, 밥 나갈 때까지 내 집 창 있는 세 방향을 모두 싸고 돌며 한 시간이 넘도록 바락바락, 애원도 했다가 협박도 했다가 하는 하룻고양이가! 저렇게 한 줌도 안 되는 녀석이 살겠다고 살겠다고... 더러 뒷모습이 짠하고 슬픈 사람도 있지만 괭이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가슴이 시린 무엇이 있다.

계단 아래 밥자리에 아직 사료가 남아 있을 걸로 짐작이 되는데도 허둥지둥 진땀까지 흘리며 밥을 챙겨 내려가니

아빠 길고양이와 아깽이

뜻밖에도 아깽이와 같이 있는 것은 꽃네가 아닌 담북이 "담북아, 네가 아빠 노릇 한다고 밥순이 부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던 게야? ㅎㅋㅋ" 흐뭇한 웃음이 저절로 새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두 녀석 모두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피해 제 풀에 쫓겨다니다 결국 대문 밖 차 아래로 들어가버렸다, 와중에도 아깽이는 담북이 꽁무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 바락바락~

치즈태비 길고양이

굳이 닮은 꼴을 찾자니 예쁜이 새끼 같은데 월령이 맞지 않는다, 5월에 기왓장 아래에 있던 아기들은 지금쯤 저보다는 더 자랐을텐데, 집 아이들로 치면 3개월 이하로 보이는데 길아이라 작아 그럴까, 지난 번 얼핏 확인했던 예쁜이 새끼 노랑이와 얼굴도 많이 다르고, 그럼 결국 꽃네 새끼인 게냐... 누구 새끼면 어떠랴, 닥치고 밥!

밥 먹는 아빠 길고양이

이런~ 아깽이 꼬셔 얼굴 좀 보려고 일부러 내 앞, 바닥에다 캔을 까놨더니 두 번째 캔까지 애비란 눔이 덥썩! 이 눔아, 니 밥은 계단 밑에도 있고 대문 간에도 있어, 비키라규!!!

아빠 길고양이와 햇고양이

담북군, 다 자시고는 잠시 아깽이를 싸고돌며 보호하는 척하더니 길을 건너 다른 자동차 밑으로 휘릭~ 에라이~ 이 눔 시키! 사내 꼬타리 아니랄까봐!!!

엄마 닮아 예쁘게 생긴 아깽이

제 눈에는 집채 만한 인간이 차 앞에 있지 애비는 건너가 버렸지, 다시 쫓겨 집 안으로 들어온 아깽이, 배가 고프니 밥순이를 영 떠나지조차 못하고 오동나무에 걸린 신세가 돼 지 애비가 늘 있는 담벼락을 올려다보며 끼앙끼앙!

아빠 길고양이가 떠나고 혼자 남은 아깽이

다시 밥순이를 피해 차동차 아래로 숨은 아이에게 캔을 부어주니 그렇지, 절대 도망 못 간다, 멀찌감치 앉아 내가 사라져주기를 기다리는 자세다.

배 고픈 아깽이 2

그랴, 많이 먹고 무서운 데로 나돌아다니지 말고 조심히 지내거라,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아이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람의 밥그릇을 뺏고도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꿈에도 모르는 무지하고 무서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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