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고양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만큼 집사 몰래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뒤져내서 먹기도 하고 사냥판도 벌이는 대담한 짓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날도 철수가 함지박을 뒤져 게맛살 간식을 꺼내 우걱우걱 씹어먹고 있었는데
궁금했던 경철 고양이, 슬그머니 다가와 머리를 디밀어 본다
철수가 소리 없이 '뷁!'한 것일까 아니면 제 형 평소 성격을 알기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일까, 눈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하는 소심한 하얀 고양이
아무리 그래도 궁금한 건 목숨이 날아가도 못 참는 것이 고양이 삼신 아닌가?! 이번에는 더더욱 자세를 낮추고 다시 한 번 머리를 디밀어 본다 "엉아, 니 혼자 뭐 먹었어?" 그러는 동생을 이윽히 내려다 보는 철수 모습을 보니 일측즉발, 솜방망이가 날아가기 직전인데...
아니, 이건 뭐 하는 것?
어퍼컷을 한 대 날리거나 입으로 콱! 한 대 물어줄 줄 알았는데 이런 로맨틱한 행각을@@??? 경철군도 예상치 못했던 엉아의 행동에 잔뜩 움츠러들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얼레리 꼴레리~ 뽀뽀 했대요~~ 남자들끼리~ 뽀뽀 했대요~~" 그것도 같은 장면을 서너컷 넘게 찍도록 오~래
제법 긴 긴 뽀뽀가 끝나고 입맛 다시는 철수군과 어쩐지 몹시 수줍어 보이는 경철군
크득크득 숨 죽여 웃던 집사의 웃음이 노골적으로 킬킬~로 바뀌자 갑분싸!
"민망 하구마이..."
민망할 때는 방법이 없다, 몸을 돌려
현장을 피하는 수 밖에...
저 쪽 방으로 혼자 건너가버린 형을 돌아보는 경철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도 이럴 때 있지, 민망하면 그걸 무마하려고 짐짓 같은 짓을 한 번 더 해보는~ 소심한 경철 고양이가 먼저 다가가 "뽀뽀 마저 하자~?"
"아아, 우리가 지금 무얼 한 거지?"
도무지 풀어지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 이번에는 철수 고양이가 얼음이 돼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다. 이 꼴을 보니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 고양이 형제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다
역시 싸아함을 날리는데는 사냥놀이가 최고야~ 어쨌거나 역시 형제는 형제, 그들은 세상 둘도 없이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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