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이 무슨 말이랴???!!! - 자극적인 제목에 내 고양이 형제 두 마리를 잘 아시는 몇몇 분들의 가슴이 철렁 했을 것 같아 미리 설명부터 하자면
늘어져 있으면서 놀아주는 일조차 하지 않는 집사 덕분에 너무나 심심해 보이는 고양이 형제를 위해 고양이가 좋아하는 영상이라도 찾아 보여주려고 아이피 티비로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한 장면이다 -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어서 조용히 신고하고 '어디 이 뿐이랴'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댓글까지 긁어다 화면에 뿌리는데 가관이두만~ 게다가 그 채널의 구독자가 34.000이나 된다. 웃을 일이지... 어쨌거나 내 거니까 신고는 해야지...
남엣것 훔쳐서 올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저작권자가 권리를 주장 하려면 무엇이 그리도 복잡한지, 우선 찾은 url 몇몇을 동시에 신고 하지나 이게 빠졌다 저게 빠졌다 5, 6번을 다시 작성하게 만들더니 끝내는 "신고가 잘못 되었습니다"한다.
그랴~ 세상이 그렇다 - 요즘 티비를 보면 목숨을 잃었더라도 그 피해를 증명하는 건 피해자의 오롯이 몫이고 그 증명을 최대한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놔야 실무자들은 귀찮은 일에 최소한으로 노출 되고 밥줄을 편히 잡고 있는 구조니까. 게다가 유튜브는 구글 계열이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연예인에 버금 갈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한 블로거는 도둑들 때문에 남편의 얼굴이 더러운 손에 의해 떠돌아 다니는 게 싫어서 가림용 스티커를 붙여서 올리기도 하던데 나는 고양이들 얼굴 팔아먹는(? ^^) 블로그인데 아이들 얼굴에 스티커를 붙일 수도 없고 그저 내 새끼들 도둑 맞고도 피해구제 신청을 하자니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워 도둑 맞은 채로 지내야만 하는 신세라
신고를 포기하고 나니 "아이고, 내 새끼들 몽땅 도둑 맞았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란 것
그런 곡절 끝에 찾아 낸 "고양이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티비에 띄웠더니 반대 편 끝에서 졸고 있던 철수 고양이, 그냥 맨날 듣는 티비 소리려니 했던지 일별도 않길래 음량을 최고로 올려서 새소리가 온 방을 떠돌아다니게 만들었더니
"응, 이건 뭐랴?" 하듯 티비에 시선을 던졌다가 내내 숨도 쉬지 않는 듯 눈 하나 깜짝 않고 같은 영상이 3, 4번 반복 되도록 집중력을 보인다. 사실 나는 철수가 흥분으로 티비에 뛰어올라가 펄쩍펄쩍 사냥에 열중하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카메라까지 스탠바이 하고 있었는데 몇 번을 다시 찍어도 같은 장면만...ㅜ.ㅜ - 내가 철수를 잘못 봤지, 사실 저런 영상에 속아 펄쩍펄쩍 뛰어다니기에는 너무 스마트한 고양이였던 것
그러나 이 고양이는 조금 다르다. 어쩐 일인지 창 밖의 진짜 새들에게는 반응이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 남자들과 자동차에만 채터링을 하는 이 하얀 고양이는 티비 화면을 톡톡 두드려 그런 것이 있다는 걸 알려주자 마자 휘릭! 뛰어올라 사냥모드에 들어간다
모이를 쪼던 작은새가 뒷쪽으로 날아 사라지니 혹 바닥으로 내려앉았나 고개를 돌려 살핀다
티비 화면이라 새의 사이즈가 고양이가 사냥하기엔 대단히 버거워 보이는데 그것도 아랑곳 없이 파닥파닥! 화면을 짚어댄다. 그렇지, 이 고양이는 사람 남자를 사냥하려 들 만큼 큰 걸 좋아하니까 ㅋㅎㅎ
새가 화면 위로 날아 오르니 아따 이 녀석 고개가 꺾어질 듯 올려다보는데 집사는 저러다 자빠질까 아슬아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사진이 갑자기 클로즈업 된 건 갑자기 뒤로 자빠질 때 잡으려고 가까이 간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려다 보는 고개가 좀 아팠던지 슬그머니 집사에게 치대러 다가오길래 급히 다른 영상을 찾아보니 레이저 포인터 놀이가 있다, 이것이라면 경철 고양이를 한 동안 붙잡아 놓을 자신이 있다
역시 타고난 사냥꾼이라 규칙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포인터를 제법 손 안에 넣기도 하고 채터링도 하다가
아예 티비를 잡고 매달려 까딱하면 턱걸이라도 할 수 있을 만치 힘을 쓴다 - 티비가 끄덕도 없을 만치 튼튼히 박혀 있으니 망정이지
이건 제법 저 게으른 고양이를 움직이게도 하는구나 - 포인터가 화면 끝으로 휘릭 날아가니 고양이도 같이 휘릭 그 쪽으로 날아간다
이렇게 한 동작 한 표정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귀엽고 예쁜 것들이라 누구라도 훔쳐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지, 사진을 편집하면서 내 눈에는 어느 한 장 버릴 것 없이 모든 장면에 자지러지면서 상실감과 뭔가 오염 된 듯한 치욕감 등을 상쇄한다.
그나저나 아무리 시시한 것이라도 남에 것 갖다 제 것인냥 걸어놓으면 마음이 편할까,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그것 만큼은 짐작이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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