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바구니 하나 놔 드려야겠어요

5월인가 6월 경부터 다시 지끈 바구니를 짜기 시작해 2kg 짜리를 15개 소비 했으니 어지간히 많이 짜대긴 한 모양인데 내 손에 남은 건 하나도, 진짜로 단 하나도 없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짠 바구니를 떠나보내고 미처 뒷정리 할 새도 없었던 어느 날 아침, 문득 눈을 돌리니

그림 같은 고양이 형제

이런 그림이 뙇!;

7, 8년 전 금새 입양 와서 덩치가 조막만 할 때는 지끈 타래 속에 들어가앉곤 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덩치가 자랄 만큼 자라버린 요즘에는 전혀 그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뭔가 서운하게도 만들더니만

지끈 타래 속의 고양이

너무나 편안하게, 그것도 사장님 자세로 비스듬히 기대 앉은 꼴이 너무나 귀여워 사진을 찍으니

15타래, 30kg의 지끈을 소비 하면서도 이 고양이 형제들 몫으로는 꼴랑 스크래처 하나가 전부였으니 이 것은

"흥! 니는 이거이 재밌나?" 하듯 곧바로 자세를 식빵으로 바꾸고 외면, 먼 산! - 이 때 깜빡깜빡 머리 속에서 켜지는 느린 형광등, 맞다... 예전에는 바구니라고 짜면 즈들 것도 더러 있었는데 이 번에는 15타래, 30kg의 지끈을 소비 하면서도 이 고양이 형제들 몫으로는 꼴랑 스크래처 하나가 전부였으니 이것은 "나도 바구니 짜주면 그 속에 들어갈 줄 안다묘!?"라는 데몬스트레이션이었던 것

이 눔 고양이, 버르장머리라고는 엇다 갖다 팔았는지 집사를 노려보는 저 눈빛 좀 봐라

"이제 겨우 불이 들어왔나?" 이 눔 고양이, 버르장머리라고는 엇다 갖다 팔았는지 집사를 노려보는 저 눈빛 좀 봐라

고양이, 너무나 편안히 턱까지 고이고 들어앉은 걸 보니 굳이 손, 어깨 아파가며 바구니를 짤 것이 아니라 지끈타래를 이대로 던져놔도 되겠는뎁쇼~

너무나 편안히 턱까지 고이고 들어앉은 걸 보니 굳이 손, 어깨 아파가며 바구니를 짤 것이 아니라 지끈타래를 이대로 던져놔도 되겠는뎁쇼~?

고양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저 행동에 선물 같은 웃음이 터지기도

고양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저 행동에 선물 같은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사실 내 고양이 형제들에게 바구니를 짜 준지도 오래 돼 낡고 색 바랜 것들이 많아 이제 한 두 개 겨우 나올 만큼 남은 지끈으로는 야아들이 쓸 바구니를 짜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참이라 그 날로 바로 짜기를 시작은 했는데 

제 것이라는 걸 귀신 같이 알아차린 고양이의 느긋한 표정이 가관이다

그 동안 무리 했던 손이 너무나 아파 몇날며칠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던 며칠 전 아침, 이건 또 무슨 그림이랴? - 기다리기 지겨웠던 것일까 아니면 '고마해라, 마이 짰다 아이가' 일까? 이제 겨우 바닥짜기를 끝내고 벽이란 것이 생겼을까 말까 한 시점임에 불구하도 제 것이라는 걸 귀신 같이 알아차려 냉큼!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뻔뻔하고 느긋한 표정이 가관이다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엉아, 그 안에 앉아있으이 좋으나?"

"좋다! 와?"

탐내는 고양이까지 등장 했지만 철수 고양이, 눈꼽만치도, 잠시도 동생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어느 정도로 양보할 생각이 없느냐면

"나도 함 들어가 보고잡다..."

"시끄럽다 택도 없는 소리!" 와중에 그게 또 좋아보여 게걸게걸 탐내는 고양이까지 등장 했지만 철수 고양이, 눈꼽만치도, 잠시도 동생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어느 정도로 양보할 생각이 없느냐면

바구니 속에서 밥 먹는 고양이

한참 배 고플 시간에 밥을 차려드려도 거들떠도 안 봐 이렇게 바구니 채로 질질 끌어 밥 앞에 모셔다 드리니 그제서야 첩첩!

"허 참, 밥상머리에서 저거이 뭔 짓이고!" 돌아서는 경철 고양이의 표정에 다른 설명 더 붙일 것도 없다 ^^


우리 고양이, 어깨니 손이니 아픈 것 좀 견디고 분발해서 얼른 제대로 된 지끈바구니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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