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야옹야옹, 매미는 맴맴

오래 전 여름, 창가에만 앉으면 바깥 고양이며 사람이며가 철수와 경철 고양이 형제에게 쉴 새 없이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동네에 살던 때의 일이다

매미와 고양이의 첫조우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바깥구경을 잘 하고 있던 철수 고양이가 갑자기 방충망에 매달려 후다닥투다닥 한다 - 순간 짜증이 "이빠이" 솟구친다, 2년 동안 얼마나 저 짓을 해댔는지 방충망이 구석구석 땜빵질로 거지발싸개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고 싶지만 실은 인간 성격이 만사를 버럭버럭 짜증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세월이 지난 현재는 방충망에 붙은 곤충 따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고양이 때문에 방충망이 손상 되는 일은 1도 없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만사에 시들해지고 피곤해 한다는 것을 이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새삼 실감한다

방충망에 붙은 매미와 고양이

경철 고양아는 더러 가상의 사냥감을 만들어 벽이나 바닥을 탁탁 치며 놀지만 똑똑한 철수 고양이가 그런 영양가 없는 행동을 할 리는 없어 살펴보니 이따시 만한 매미가 방충망에 딱! 이러니 매미라는 곤충을 난생 처음 보는 철수 고양이가 흥분할 만도~


그래, 즐겨라! 방충망이고 나발이고, 뭣이 중한디!? 그러나...

방충망에 붙은 매미에게 입을 대는 고양이

앗, 입을 갖다댄다!!!???

순간 인간의 머리는 어지럽게, 단 한 마디도 정리되지 않은 채 빙긍빙글 돌기 시작한다. '가만, 매미가 옮기는 균은 없나, 저거 바깥에서 오만 짐승들 똥만 찾아다니며 앉았다 여기 앉은 것 아닌가'등등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진 것,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겁 내지 말고 상황을 즐기자고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만일 균이 있다해도 우리 철수고양이의 면역력에 운명을 맡기는 수 밖에...

경철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니 이 상황을 즐길수 없음

그리 마음을 먹자 경철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니 이 상황을 즐길수 없음에 안타까워 저 쪽에 엎어져 있는 걸 안아다가 지 엉아 옆에 놓아줬더니 매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외면~ 후다닥 다시 저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엉아가 방충망에 붙어 후다닥투다닥 하는데도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지... 

방충망에 붙은 매미와 고양이3

들리지 않는다 해서 공평하게 즐길 기회를 갖지 못 하는 게 안타까운 인간, 기어이 난청고양이를 다시 안아다가 아예 방충망에 딱 붙여 매미가 바로 눈에 들어오게 세워준다. 이렇게 해서 겨우 매미와 눈이 마주쳤지만 얼떨떨한 건지 매미가 미동도 않고 있으니 곤충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지 맹~하니 올려다 보고만 있다가

방충망에 붙은 매미와 고양이 형제

다시 무관심한 듯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골목으로 눈을 돌리길래 더더욱 안타까워진 인간, 다시 달아날 경우를 생각해 아이를 잡으러 가려는 찰나 장면이 살짝 바껴,

방충망에 붙은 매미와 고양이 두 마리

"엉아, 니 와 그래?" 이런 질문에 어쩌면 지 엉아가 "어, 저거 매미라고 하는 곤충이야!" 라고 대답을 해주는 듯한 장면이 연출 되더니

방충망에 붙은 매미와 하얀 고양이

곧장 수직으로 일어서 두 손으로 매미가 앉은 자리를 감싸고 입부터 갖다댄다. 

하얀 고양이가 눈을 딱 맞추고 노골적인 호기심과 위협을 드러냄

"야, 너 누..누구야!?" 하얀 고양이가 눈을 딱 맞추고 노골적인 호기심과 위협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저누무 매미자슥, 배짱이 좋은 건지 말귀가 어두운 건지 맴~ 소리 한 번, 날개짓 한 번 안하고 저리 버티고 앉아있다

매미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의 장면

세균이고 뭣이고, 매미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의 장면을 인간도 이제는 즐기고 있다. 세 종류(고양이, 매미 그리고 인간)의 짐승이 같은 관심사로 한 자리에 있구마이~

매미사냥 하다 지친 고양이

그러다 철수 고양이, 여전히 얼굴은 매미에게 향한 채로 눈이 검실검실, 졸기 시작한다. 천천히 즐기면서 끝장을 보겠다고 덤비지 않는 저 여유! 천상 고양이다

 매미사냥 하다 지친 난청 고양이

"흐아, 머 저런 기이 다 있노..." 하는 자세를 보인다. 지겨울 만도 하재, 매미가 등장하고 어느덧 30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방충망을 아무리 두들겨대도 매미는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다.

철수 고양이가 다시 고양이답게 깜빡 졸음에서 깨어나 그 사이 자리를 살짝 바꿔앉았던 매미를 열혈 공격

이 후, 철수 고양이가 다시 고양이답게 깜빡 졸음에서 깨어나 그 사이 자리를 살짝 바꿔앉았던 매미를 열혈 공격하니 매미자슥, 그 깔짝거림에 무념무상의 평화로움이 드디어 깨진 것일까 날개를 파라라락! 두어 번 짜증스럽게 흔들더니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상황 시작부터 종료시간까지를 찍은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무려 54분! 인간은 진작에 지쳐 드문드문 사진을 찍다말다 했는데 초지일관 매미에게 붙어 졸다 사냥하다를 반복하는 고양이나 슬쩍슬쩍 엉덩이만 옮겨가며 끈질기게 방충망에 붙어있는 매미나


"아따, 매미나 고양이나~~~" 감탄이 절로 나왔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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