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독약을 먹여 온 집사 - 장난감 유감

꽤 오랜만에 아이들 근황을 전하려 하면서 첫장면부터 적잖이 엽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스럽다

고양이에게 독약을 먹여 온 집사 - 장난감 유감

어제 쓰레기통에 버렸던 걸 방금 다시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수의 집사들이 이것은 간과하고 있을 것 같아서 - 어쩌면 다른 집사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너무 무심했던 집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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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은 철수 고양이가 혼자 놀 때 가장 애용하는 꼬리쥐 장난감인데 꼬리는 철수가 하도 사각사각 씹어먹어서 진작에 잘라 줬지만... 요점만 말 하면 저 휴지에 묻어나온 염료. 나는 이 색색의 염료가 고양이 침, 수분에 의해 이렇게 녹아나오리라는 상상이나 걱정을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 이 고양이 형제가 갖고 씹고 뜯고 즐기다 완전해체 수준으로 망가져 내다버린 꼬리쥐만 해도 100마리는 넘을텐데 내가 도대체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야?!

고양이에게 독약을 먹여 온 집사 - 장난감 유감 3

고양이로서는 상당히 양기가 넘치는 편인 철수는 이렇게 찡그려 가며 놀아달라고 빽빽 대다가 집사가 반응을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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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라도 갖고 좀 놀아 달라고오~" 하듯 장난감 앞에 가서 집사를 스윽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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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렇게 드리블로 시동을 걸어 혼자 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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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휙! 위로 던져 올려 떨어지는 놈을 낚아채 입 안 가득 물고는 도리도리 칵칵 씹어 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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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앗! 뱉아 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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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던지고 받아 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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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몰아부치다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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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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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동작을 서너 세트 되풀이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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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돌이도 저만치 몰려가 널부러져 있고 슬슬 지치기 시작하면 여차하면 다시 덤빌듯 쥐돌이를 향해 짐짓 위협적인 몸짓을 보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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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썩 주저앉아 뚱한 표정으로 "집사 미워!"눈빛을 보낸다 - 이런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지만 혼자 놀게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또한 그 못지 않게 마음을 아리게 하는데... 


지난 밤에도 그렇게 혼자 놀게 하다가 쥐돌이가 스피커 뒤로 빠지는 바람에 꺼내니 이미 철수 침으로 범벅이 돼 있어 닦아서 주려다 염료가 저리 묻어난다는 것을 처음 발견 했는데 그 순간의 경악과 죄책감이란... 사실 조금만 생각이 돌아간다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인데 내 고양이를 생명처럼 아끼는 척 하면서 저 끔찍한 색소까지 빨아먹게 방치 하는 동시에 잘 한다, 잘 한다를 연발 했던 것이냐? 이런 걸 예사로 빨아 먹게 하고도 고양이의 건강을 비는 뻔뻔스러움, 무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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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진짜 깃털과 동물 털로 만들어진 장난감은 동물학대로 만들어진 것이라 소비해서 생산을 부추기지 말라는 캠페인이 있어 가능하면 삼가하는 편인데 내 새끼에게 염료를 먹이느니 차라리 저걸 줄 걸, 하는 이기적인 마음까지 얼핏 스칠 정도로 속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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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지, 한참 신나게 놀던 중에 급 빼앗겨 버린 쥐돌이에 미련이 남아 쓰레기통에 머리를 처박고 뒤져내려다 난데 없이 "뷁!"을 당하고 딱 어제 그 장면은 아니지만 이렇게 납작 엎드려 집사 눈치 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 분수가 없는 적반하장인 셈이다


꼬리쥐의 가장 좋은 대안은 당연히 주변의 해롭지 않은 소품들로 집사가 몸소 놀아주는 것이지만 여태 먹여 온 저 염료는 어쩔 것이냐... 해독제라도 있으면 어떻게라도 구해서 먹이고 나는 독배를 들고 싶을 만큼 무심하고 무식한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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