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놀고 싶어 날아버린 형고양이

당시 경철 고양이가 최애 하던 장소, 온통 하얀 장막이 드리워진(경철이 피아노에 비치는 무엇인가를 보고 자꾸 놀라는 듯 보이던 때문에 덮어 놓았던) 피아노 뚜껑 위에서 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는데 이 쪽에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얼룩 그림자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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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그림자만 봐도 귀여운 내 동생 경철이가 건너편 피아노 위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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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아, 예쁜 것! 내가 대신 그루밍 해주고잡다..." 

경철: "머시라고라, 니 머라캤어 방금?"

무서운 고양이들이다. 엉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는데, 이런 철수의 마음이 들리기나 한 것일까, 그루밍하던 자세 그대로 눈만 들고 이 쪽을 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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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음,,, 내가 뭘 잘 못 생각한 거겠지..." 찌릿찌릿 감지되는 불길한 기운을 무시하고 다시 그루밍에 열중하려 하지만 엉아가 깊은 생각에 빠져 뭔가 노리고 있다는 걸 감지 못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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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당황스럽고 귀찮아져서)"왜, 뭔데?" 단호한 표정을 지으니

철수: "아 암 것도 아이다..."  머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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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허튼 짓 할 생각 말고 단디 해라잉!"

철수: "머슨 소리 하노... 내가 뭐..." 이 번에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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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철 고양이 저거 지금 머 하고 있는겨, 방금 엉아에게 연방 매서운 눈빛 쏘아대던 그 고양이 맞음? - 고양이 제 버릇 개 줄 리 없으니 그루밍 하면 절로 잠이 오는 법, 다리 들고 그루밍 하던 자세 그대로 끄덕끄덕 졸기 시작한다

철수괭: "저 시키 짐 졸고 있는 거 맞재? 우히힛, 쫌만 더 눈치를 살피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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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여전히 들려 있고 고개는 점점 더 바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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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퍼떡 놀라 깬 경철 고양이, 쏟아지는 졸음을 견딜 수 없었던지 엎드릴 자리를 고르기 시작하고 그걸 내내 긴장 속에 지켜보던 철수 고양이, 드디어 동생을 그루밍 해 줄 기회가 왔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몰라하며 아까부터 책상울타리를 깨물깨물 안절부절 기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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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이 때다~ "반짜!!!" 철수 고양이가, 드디어 날았다!!! 동생과의 놀이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생전 안 하던 날기를 시도 했을까(철수는 높이 뛰기는 잘 하지만 멀리 날기는 잘 시도하지 않는다. 반면 경철이는 멀리는 잘 날지만 높이 뛰기를 잘 하지 않는데 이런 특성을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피아노 뚜껑이 날아서 착지하기에 넉넉한 넓이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알 터. 오로지 동생과 스킨십을 나누고 싶다는 일념에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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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경쩌라~ 엉아가 그루밍 해주께 일루 온나~"

경철: "히이익! 이기이 머꼬!!! 내 아까부터 단디이 하라 캤재?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더나?"

철수괭: "엉아가 이마이 수고 해서 건너 왔는데 쫌 놀아주믄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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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졸음에 빠졌다 급습 당한 경철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보통 난감하고 괴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 표정에서 그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엉아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내게 난청의 장애가 있다면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일반의 선을 벗어나는 나만의 세계가 형성 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철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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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찌 생각하면 난청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성격의 차이 또는 경철이가 철수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등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도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싫은 사람은 그냥 싫은 법인데 고양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 없으니...

마 어쨌든! 경철이는 냉정하다, 그건 사실이다. 적어도 지 엉아에게 만큼은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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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동생은 매 번 미꾸라지보다 더 빠르게 빠져 나간다. 그나마 이 번에는 싸다구 한 대 날리지 않고 그냥 지나간 걸 다행이라 여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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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홀로 남겨져 민망하고 쓸쓸한 마음에 공부나 해야하나... 쓸쓸해 보이는 철수 고양이 - 철수야, 여름이라 더워서 그럴거야. 겨울에는 곧잘 맞그루밍도 해주고 그랬잖니... 그 때도 하긴 30초를 넘기는 법이 없었지만. ㅜ.ㅜ 이래저래 이넘저넘 다 마음 아픈 내 시키들...


어쨌거나 울 철수, 오늘은 드디어 날았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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