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날, 철수와 경철이라 불리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한 마리 집사의 일상 속 한 장면이다
집사가 물통을 들고 화분에 물 주며 돌아다니는 광경을 잠시라도 놓칠세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뚫어져라 관찰하고 계시는 경철 고양이
그러다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지 벌떡, 저 자세는 그러나 금새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인데 고양이에 관한 한 눈치 하나는 일 등 빠른 마귀할멍 같은 집사, 경철 고양이 보랍시고 물포트를 바닥에 모른 척하고 턱! 내려놓으니
고양이는 물통을 향해 뛰어 내리고 집사는 카메라질 제대로 할 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다 - 서로에게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찬스!
가만히 앉아 물통 속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가
바깥 쪽도 살폈다가, 급기야는 물통을 끼고 빙빙 돌며 면밀한 관찰을 이어가다가 집사가 어떤 장면을 바라는지 알아챈 것일까 "흠, 저 할망구가 부추긴다고 내가 그걸 해도 되는 걸까나..." 하듯 한참 시간을 끌고 앉았다. 제 형이 지나갈 때는 0.1초도 망설임 없이 솜방망이 한 대 거하게 날릴 만큼 결단이 빠른 놈이 아따, 이럴 때는 어지간히도 신중한 척 하시네
옳지, 옳지! 드디어 집사가 내심 그림으로 만들어내고픈 장면에 한 발짝 가까워진다. 기다리는 인간 숨 넘어 가겄다... "있어봐라, 괜찮은 건가 일단 손부터 함 넣어보고"
푸히히힛! 옳지 옳지, 드디어 장면이 시작 된다아, 쪼매만 쪼매만 더 내려가도 된다이~
드디어 다 왔다 ㅋㅋㅋㅋㅋ~ "냐하하~ 나는 요다 괭이다~~" 이제 저것을 모자처럼 덮어쓰고 머리를 번쩍 들어야 하는데 저 고양이가 바부가 아닌 이상 저 속에 물이 들어 있는 걸 인 지했는데 그렇게까지 무모한 짓을 할 리가 없지... 실망! -
그러나 사실 이런 장난은 도구에 따라 몹시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집사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가 딱 들어맞는 깡통 등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제 너도 유명 MC처럼 "제가 맛을 보겠습니다" 하고 할짝할짝 물 마셔라, 그래야 그림이 나오지~ 물병이 불투명이라 인간이 무지막지 손해를 보는 기분에다 바닥에 물만 없었어도 저것을 쓰고 막 뛰어 다녔을텐데 하는 생각 등 그러고 보니 손해가 한 두 가지가 아녀 --;;
마치 물구경 처음 하는 괭이처럼 머리를 꺼내고도 프트를 끼고 빙글빙글 돌다 손도 넣어 봤다 하시다가
물도 한 방울 마시지 않은 빈 입맛만 다시고는 싱겁게 퇴장하심
동생이 퇴장하자 옆에서 허리를 길게 빼고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시던 철수 고양이,
그랴, 지가 암만 똑똑해도 고양이 호기심이 어디 가겠냐~
그런데 똑똑한 넘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것이 경철고양이 만치 머리를 깊이 넣지 않아도 저것이 무엇인가 금새 사태를 파악하시고 -그런데 야아는 물통에 머리를 처박은 모습도, 표정도 어쩜 저리 스마트해 뵈는지 이런 것이 콩깍지? -
"으그긋! 내 수염에 물 묻었잖아!!!"
"뭐야, 겨우 물통 하나 갖고..."
물을 뒤집어 쓰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할짝할짝 정도는 기대했던 인간, 똥괭이들 델꼬 너무 멀리 갔나 급반성을 하면서도 이 장면을 다시 보는 오늘까지도 '투명한 플라스틱 비이커를 하나 사다가 이 날처럼 호기심 유발 작전을?' 하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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