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늙은 고양이의 이별

아마 철수 경철 입양 전에 번역해 두었던 글이지 싶으다

이 글을 그리 까맣게 잊고 지내지는 않았다, 번역 하면서, 글에 맞는 적당한 사진을 찾으러 다니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잠시 컴퓨터를 덮고 휴지 뭉치에 얼굴을 묻고 헉헉대는 시간을 줘야만 했던 글인데 이곳으로 옮기면서  또 그 병이 도지려 한다. 글을 게시했던 날도 올린 글을 점검하며, 댓글을 주고받으며 또 얼마나 울었는지... 이 글은 아마 읽을 때마다 늘 처음인듯 되풀이 울게 될,  아픔과 죄스러움으로 깊게 패인 마음의 한 조각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지금 다시 정독할 자신이 없다... (2017년 8월 18일)


내가 아직 어렸을 때 나는 수 없이 많은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너를 끊임없이 웃게 해 줬지. 너는 나를 "내 아기"라고 불렀고 여러 켤레의 신발을 씹어 더 이상 못 신게 만들었을 때도, 소파 쿠션을 도살 했을 때도 나는 여전히 네 최고의 친구였어. 내가 토라져 있을 때 너는 항상 내게 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말 했지,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그리고는 나를 바닥에 눕혀 내 배를 간지럽혔지.

한 늙은 고양이의 이별 1

너는 항상 너무 바빴기 때문에 내가 적응하는 기간이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어쨌든 우리는 잘 해냈어. 그 날 밤이 기억 나, 내가 침대 위 네 옆에서 부비적대고 있을 때 너는 네 비밀과 꿈에 대해 털어놨고 그 순간 나는, 사는 일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어. 우리는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다녔고 드라이브도 했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어. (미국에는 고양이에게 목줄을 하고 강아지의 경우처럼 산책을 다니는 일이 흔하다.)


- 나는 늘 과자로 된 컵만 먹을 수 있었어, "아이스크림은 고양이 건강에 나빠요~"하고 네가 말 했거든 - 나는 매일 햇빛 아래서 꾸벅꾸벅 졸면서 네가 퇴근해 돌아올 때를 기다리곤 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는 점점 더 일에 신경을 썼고 승진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어 - 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그래도 나는, 네가 사랑의 상처로 아파할 때 위로 해주고 잘못 된 결정을 했을 때도 단 한 번도 나무라는 일 없이 네가 다시 사랑에 빠지거나 퇴근해 돌아 올 때면
언제나 기쁨에 넘쳐 반겨주면서 한결같이 너를 기다렸어. 그 여자, 지금의 네 아내는 "고양이 인간"이 아니었어 - 그래도 나는 그녀가 우리 가족이 되는 걸 환영했고 행복했어, 왜냐하면 네가 행복해 했으니까.


그리고는 곧 아기들이 태어났는데 네가 흥분 했던 것 이상으로 나도 그랬어. 그 어린 것들의 분홍색 피부와 냄새에 홀딱 반해서 나도 너희들처럼 아기들을 잘 돌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어. 그런데 너희 부부는 내가 아기에게 해꼬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나를 다른 방에서 지내게 하거나 케이지 안에 가두어 뒀어. -

창살 뒤의 고양이

내가 얼마나 아기들에게 빠져 있었는지 너희들은 모를거야... 내 사랑은 그렇게 서서히 감옥에 갇혀 버렸지. 세월이 지나 조금 자라자 아이들은 내 털을 꽉 잡고 흔들어대는 건 물론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기도 했고 귀를 꽉 잡고 코에다 뽀뽀도 했어.
그래도 아이들이 나를 만지는 그런  순간들이 정말 행복했어 - 왜냐하면 너는 더 이상 나를 잘 만져주지 않았거든...


나는 필요할 때는 내 모든 걸 바쳐 아이들을 보호했지, 밤에는 몰래 아이들 침대에 올라가 온갖 걱정과 꿈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아이들과 함께 네가 돌아오는 자동차 소리를 기다렸어. 어쩌다 사람들이 "혹시 고양이 키우세요?" 하면 너는 지갑에서 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 얘기를 하던 때도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그저 "예"라고만 대답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해서 나는 "네 고양이"에서 그저 "고양이 한 마리"가 되어 버렸고 내가 점점 더 네 눈에 가시가 될 만한 상황들이 생기기 시작했어.


세월이 좀 더 지나 다른 지방에 새 일자리를 얻게 된 너는 반려동물 키우는 것이 금지 된 한 아파트를 구하게 됐고 너는 네 가족을 위해 "옳은 선택" 을 하기에 이르렀어. 하지만 한 때는 내가 너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때도 있었잖아... 나는 동물보호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너와 함께 드라이브를 한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개와 고양이, 그리고 "두려움"의 냄새가 났어.


"좋은 가족 찾아주시길 바라요", 너는 서류를 작성한 다음에 그렇게 말했지. 이미 중년에 접어든 개나 고양이에게, 설사 근사한 혈통서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잘 알고  있는 그 곳 사람들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괴로운 듯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봤어.

 

네 아이가 "안 돼, 아빠, 안 돼!" 하며 내 목줄을 잡고 소리 지를 때 너는 목줄에 얽힌 아이 손가락을 하나 하나 풀어냈어! 나는 그걸 보면서 네가 내게 가르쳐 줬던 우정과 충성 그리고 사랑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시에 네가 방금 네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보게 됐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남자

마지막으로 너는 시선을 피한 채로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그들에게 목줄을 건네줬어. 네가 떠난 후에 그 곳에 있던 친절한 두 여자는, 네가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그 동안 내게 좋은 새 가족을 만나게 해주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지.

 

두 여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고 말했어.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잘 먹이려고 노력 했지만 나는 완전히 입맛을 잃어버렸어. 처음에 나는 철창 속에서 마구 머리를 박아대며 날뛰었어,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누군가 올 것이고 나는 그 사람이 너이길 바랐어, 네가 생각을 바꾸고 돌아 올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이 나쁜 꿈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 하며...

밥 맛을 잃은 슬픈 고양이

아니면 적어도 어느 누군가 내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오기를...    그러나 내게는 근심 걱정없이 명랑하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처럼 사람들에게 선물할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조용히 구석으로 물러나 그녀의 발 걸음이 내게로 향하는 날만
기다리기 시작했어 - 긴 복도를 지나  구석진 방으로 나를 데려갈 그녀의 발자국 소리...

 

고양이 보호소

조용하고 아늑한 방이었어. 그녀는 나를 침대 위에 올리고 내 귀를 문질러 주며 "괜찮아, 괜찮아"했지만 내 심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 때문에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어, 하지만 한 편에는 이제서야 내 희망 없는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홀가분함도 있었지. 네가 쉬는 숨마다 어떤 기분인지 모두 알아 차릴 수 있었듯이 나는 그녀 또한 몹시 괴로워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조심스럽게 내 팔에 부목을 대는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나는 그녀의 손을 핥아 그녀를 위로하려 했어, 예전에 너한테 그랬듯이... 이윽고 그녀가 내 정맥에 바늘을 찔러넣었어, 아팠지만 시원한 무엇이 내 몸 전체를 관통하는 것 같았고 곧 졸리기 시작해 나는 눈을 감기 전에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어.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어쩌면 그녀가 내 말을 이해했던 것인지 "미안해, 미안해..." 되풀이 말 하다가 내가 완전히 눈을 감기 전에 서둘러 설명했어, 내가 곧 더 좋은 세상으로 가게 될 거라고, 더 이상 무시 당하지도 학대 받지도 쫓겨나지도 않는 나만을 위한 편안한 세상에 가게 될 거라고... 나도 마지막 힘을 다해 꼬리를 움직여 다 이해한다는 뜻을 전하며 말 했어,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는 그녀에게 한 말이 아니라고,

고양이의 죽음

내 유일한 사랑이었던 너에게 한 말이라고... 그리고 영원히 너를 사랑하며 너만 기다릴거라고...

 

이 글은 미국에서 처음 발표 된 것으로 이미 개, 고양이 등의 반려인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글일 수도 있습니다만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생소한 분들 중 단 한 분이라도 읽어 주시고 좀 더 깊은 이해를 가지시게 되기를 바라면서  독일어로 번역 된 글을 재번역해 올린다.  - 독일의 동물보호소에서는 들어온지 오래 됐다는 이유로 건강한 아이들을 안락사 시키지는 않는다는 주가 달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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