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거미
2012년 3월 13일 (카메라 속의 정보)
철수가 어느 순간 꼼짝 않고 입까지 살째기 벌리고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길래 저 녀석, 우울증인가...
튀어나올 듯 한껏 커진 눈을 띠굴띠굴 굴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올려다 보니 이따시 만한 거미가 엉금엉금~
아이들이 오기 전에는 웬만하면 거미 따위 무시하거나 젓가락 같은 걸로 걸어 밖에 내다주곤 했는데, 혹 철수가 잡아 시식 하실까, 거미 몸에 어떤 어마무시한 균이나 기생충이 있을지도 모르는데,하는 생각이 스치자 마자 대뜸 의자를 놓고 올라가 죽였! 그냥 살살 잡아서 창 밖에다 털 걸, 하는 생각은 한참 후에나 났다...
압사 시킨 놈을 보여주며
"이거야? 엄마가 잡았어, 이제 괜찮아~~" 하며 냄새를 맡게 했더니 지 것이라고, 내놓으라고, 이런 지롤을!
거미가 기어다니는 게 안 괜찮은 게 아니라 지 것인 줄 모르고 인간이 잡은 것이 전혀 안 괜찮은 일이었다.
"안 돼, 더러운 거야" 하고 아이를 털어냈지만 그러고도 한참을 더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뱅뱅 돌았는데,
"인간이란.., 내 태어나 거미와의 첫경험인데, 씨퐁 씨퐁!" 했지 싶으다. 아이들 공부, 어깨 빠지게 하면 뭐하니, 모다 인간 지 방식대로 처리하면서...
(거미 사건 며칠 전이었을까 후였을까 이 번에도 이 사진들은 날짜 정보가 지워지고 없다.)
고양이와 염색약 냄새
얼마 전에는 어떤 계기가 있어 기분전환으로 5, 6년 만에 머리에 염색을 했다.
早老(조로)하는 스타일이인 나는 30대 중반부터 머리카락이 저랬다. 아무큰 염색약을 잔뜩 바르고 앙드레김 머리가 돼 분홍빛 나일론 망토를 펄럭이며 화장실에서 나오니, 아이들 눈이 있는대로 커져 안절부절 내 주변을 돌다가 내 옷에 차례대로 발톱을 박고 머리 끝까지 기어올라 냄새를 맡는다
지롤도 이런 지롤이 없었다, 아이들이 할망에게 이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다니, 좋아하는 간식 나왔을 때보다 한층 더 더 열띤 반응!.
내가 가까이 가면 뭔지 불안해 옆걸음까지 선보이며 피하면서 돌아서면 따라붙어 거듭 기어오르네~
지금 2017년 8월 16일
거미도 시들하고 염색약 냄새도 시들하다. 오직 흥미있는 것은 인간에게 징징대기, 맨살에 꾹꾹이 하기 그리고 잠 자기! 모든 것은 첫경험이 강렬한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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