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양이와 늙은 사람

고양이두마리 2012.04.09 고양이는 중고(^^)로 들이세요~

새로이 고양이의 반려를 받고픈 분들을 위한 개인적인 경험담.


고양이 두 마리, 이런 생각을 한 지 어언 3년여 만에 결심을 하고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찾아다녔고, 그 3년 간 어지간히 공부도 했다고 생각 했건만... 막상 아이들이 오고나니 "내가 생각하던" 그 고양이가 아니었던 것이.


- "내가 생각하던"이란 것이 뭐겠는가... 어제 아침에 아이들 사진 정리하다 컴퓨터질 거의 15년 만에 발견한 마우스  우클릭 메뉴에 있는 사진 회전' 항목을 생각하면, "안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안다고 믿는 것"이지 사실로 아는 것이 아니더라는...

심심해 보이는 어린 고양이 형제

나는 첫고양이로 성묘들을 키웠었다.


그 아이들은 그저 주는 것 먹고 저희들끼리 놀다가 하루에 한 두번 정도 내무릎에 뛰어 올라 앉아 있고 아침밥 시간이 늦어지면 문 열고 들어와 가슴 위에 앉아 "에에"한 게 전부였다. 가장 중요한 건, 저한테 우울 돋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죄책감 따위 전혀 없었다.


짧게 말 해 '고양이들은 다 그러리라 생각'하고 '고양이를 좀 안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준비하는 그 3년 동안 수 많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내가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니까'가 먼저였던 듯. 그래서 흔히들 하듯이 '적당히 자란 아기 고양이'를 인터넷으로 찾아 다니고 등등 비슷한 과정을 밟아 내가 이 두 녀석의 하녀가 됐다.

지루해 하는 고양이 형제

쓰고 나니 어폐가 느껴진다, 마치 고양이를 키우면 하녀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했던 듯이... 아니다, 몰랐다. 내 첫고양이들은 나를 자신들의 하녀로 삼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특별히 '복종' 같은 것도 하지 않았고.


돌이켜 보니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며, 적당히 무관심하게, 오히려 그 아이들 쪽에서 이 인간을 더 많이 받아들여 주며 지냈던 것 같다. 민물 거북이를 같이 키웠지만 단 한 번의 낚시 시도도 없었고 기르던 식물을 찢어발기는 일도 소파를 긁어대는 일도 나란히 진열 해놓은 물건을 쓰러뜨리거나 흐트러뜨린 일도, 게다가 '이 밥 시러! 다른 밥 줘!' 이런 비슷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심해 보이는 어린 고양이 형제

<인간,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겨???>

내가 요즘 고양이의 영혼 등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우울증 돋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볼 때마다 가슴을 죄어오는 죄책감의 정체를알게 됐다는 것. 잘라 말 하면, 나이가 많거나, 혼자이거나,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은 성묘, 그것도 나이가 많은 고양이를 키워라"가 그 요지다.


나는 성격이나 직업을 봐도 "타고난 우울증"이 있는 사람으로 조로하는 스타일이라 30대 중반이었던 18년 전에도 그 나이 든, 5살과 8살의 고양이들이 내 생리에 맞았던 것.

벗어놓은 바지가 궁금한 고양이 형제

이렇게 때로는 옷이 바닥에 던져져 있어 그걸 짓밟고 덮어쓰고 놀 수 있는것도 아니고, 마구 물고 뜯어 리모델링 해가며 서로 들어가겠다고 쌈박질 할 박스를 늘어놓아 주는 것도 아니고

놀고 싶은 어린 고양이 열심히 놀고 싶은 어린 고양이

이렇게 몇 십 분씩, 날아 다니도록 놀아주지도 못한다.


나이 든 아이들은 "중고"라 인기가 없다는 글을 읽기는 했지만 나는 그런 가치관에서가  아니라 이미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이 따로 있는 성묘에게 한꺼번에 몽땅 새로운 어떤 것을 던져 주며 "적응하라"고 강요할 자신도 그에 따른 그 아이의 상처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선택한 것인데 나의 결정적인 실수는 이렇게나 어린 아이들은 또 그 만큼 생기있게 놀아 줄 상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못했던 것
꼬리를 내놓고 얼굴을 감춘 아기 고양이박스 위와 안에 있는 고양이 형제

이렇게 우울 돋는 꼬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찢어진다...


그래서, 아직 묘연을 선택할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도 연령과 성격과 환경에 따른 궁합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아이들을 선택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리~ 늘어놓아 봤다.


★ 책 에서 본 내용 정리 ★
성묘는 보호자에게 그리 의존하지 않고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으므로 아기 고양이를 혼자 두는 것 만큼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1. 고양이도 놀이 상대가 없으면 우울증이 쉽게 오는 동물이므로 혼자 있고 직업이 있는 사람은 가능하다면 두 마리 이상을 함께 키우라고도 한다


2. 시니어는 시니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활동 에너지가 맞아 떨어진다. 시니어 고양이들은 더 이상 물건들을 깨거나 커튼을 타고 오르는 등,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없다.


3.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은 성묘를 키워라. 어린 고양이가 예쁘고 귀엽기는 하지만안정적인 성격과 건강을 갖추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든다. 이미 건강이 안정세에 들어갔고 성격도 전 보호자에게 물어 알 수 있는 성묘가 적응하기에 훨씬 유리다.

다정히 그루밍 해주는 고양이 형제

<누구에게나 시니어 고양이가 좋은 이유>
1. 성묘는 심리상태나 행동거지가 여유롭고 조용하다.


2. 보호자 성향에 맞는 성격의 아이로 고를 수 있다. - 아기일 경우 그것이 거의 불가능-.


3. 예방주사, 중성화의 과정이 끝난 고양이가 대부분이라 비용이 적게 든다.


4. 무엇보다도 성묘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두 번째 기회를 감사하고 표현할 줄 안다 . -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어차피 어쩔 수 없이 얽혀버렸으니 이대로 미안해 하며 살다가 아이들 나이가 두 살 정도 돼서도 여전히 심심해 역시 두 살 정도 먹은 다른 아이 하나 정도 더 생각하고 있지만  내 체력이나 성향이나 그리고 책의 조언도 한 사람에게는 두 고양이가 딱 맞다는데 경철이 난청인 탓인지 철수가 까다로운 것인지 이 녀석이 2%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메꿔야 한다는 강박이...
 

2017년 8월15일

그래서 지금은?

다 틀렸다, 여전히 아이들은 심심해 하고 인간은 더 늙어버렸다. 달라진 것 하나도 없다. 셋째를 들일- 아니 다섯째다, 두 마리 햄찌들이 있으니 -여력이 없다, 그리고 질투가 많은 철수의 눈치도 보이고. 그냥 그렇게 그렇게 마음 아파하고 미안해 하고 더러는 화도 내고 귀찮아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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