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살아 보기

어쩌면 이렇게 하루 걸러 하나씩 크고 작은 일이 생기는지 어쩔 수 없이 하루는 절망에 또 하루는 혼란과 짜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산다는 것일까, 하루는 이웃집 고양이들이 비명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들려 상처 받고 덩달아 어쩔 수 없이 불안해지는 마음 다른 며칠 동안 어떻게든 회복을 꾀하고 나면 그 다음 하루는 블로그에 도둑이 들고 이런 악순환은 언제나 끝나게 될까, 에헤라 디야~ 버릇대로 아이들 사진을 다시 뒤적인다. 


2013년이다. 역시 고양이들은 두어 살 정도일 때까지가 가장 개구진 것인지 이시절의 앨범에는 봐도봐도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고양이처럼 살아 보기

제 것 다 놔두고 언제나 바깥 아이들 간식이 탐나는 철수 고양이, 또 한 봉지 훔쳐와  이리저리 휘딱휘딱 몰고 다니다 문득 방향을 바꾸니

하품하는 고양이

'쩌억!' 소리가 날 것처럼이나 크게 하품을 하고 있는 제 동생이 눈에 들어온다. 이 모습이 어쩌면 자신의 유치한 욕심을 비웃는 걸로 느껴졌을까

싸움하는 고양이

하품도 미처 덜 끝낸 경철 고양이에게 순식간에 덤벼들어 호된 한 입을 선사한다. 철수 발 아래로 망연히 누워 있는 간식봉지, 저것이 사람이었다면 '엇? 이 갑작스런 고용는 무엇이지? 폭풍의 눈인가, 폭풍 전야인가?' 했지 싶으다. 사실 지켜보는 인간이나 당하는 경철에게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시추에이션이다 - 에띠에띠, 갸갹! 해가며 구사일생 빠져 나온 경철 고양이

나른하게 하품하다 졸지에 목물림을 당하고 당황한 경철 고양이 놀란 마음에 꼬리만 있는대로 부풀려

나른하게 하품하다 졸지에 목물림을 당하고 당황한 경철 고양이 놀란 마음에 꼬리만 있는대로 부풀려 어두운 피아노 방에 등 돌리고 한참을 주억주억 하며 서서 마음을 삭이다 "그래, 사는 거 머 있나" 하듯 되돌아나오다

방문 앞에 따악 엎드린 생쥐를 발견하고

방문 앞에 따악 엎드린 생쥐를 발견하고

쥐돌이 사냥하는 고양이

"니 오늘 잘 걸렸다!"며 무자비한 한강에서 눈 흘기기를 시전 - 그렇게라도 화풀이 할 데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고양이 형제의 뒷모습이다. 바로 옆에 더 크고 더 잘 짜여진 바구니는 휑하니 비워놓고? - 그래, 사는 거 머 있나, 저거면 됐지!

그리고 잠시 후, 이것이 잠시 전 공연히 물어뜯고 꼬리 부풀리고 엉뚱한 생쥐에게 화풀이를 해대던 그 고양이 형제의 뒷모습이다. 바로 옆에 더 크고 더 잘 짜여진 바구니는 휑하니 비워놓고? - 그래, 사는 거 머 있나, 저거면 최고지!

 

공연히라도 화가 나면 망설이 없이 화를 내고 분한 꼴 당하면 망설임 없이 분함을 폭발 시키고 그래서 딱 한 숨 돌릴 만큼만 시간이 지나면 "어? 언제 무슨 일 있었어?" 하듯 다정해지는 저 모습 - 무엇이든 오래 마음에 품고 오래 되새기며 오래 놓아버리지 못하며 사는 것이 인간인가 싶어,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도 고양이처럼 살아보기가 되지 않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 동물 학대범보다는 글 도둑이 그나마 낫지 않니? 하며 멀리 달아난 측은지심을 억지로 불러오며 '고양이처럼 살아보기'라고 말 해 본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