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안 주면 내가 사냥 해 먹는다옹~" 바스락 바스락, 바각바각...
다른 일에 열중하다 수상한 소리에 튀어나와 보면 이런 장면이 자주 목격 되는데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움찔"하는 시늉조차도 않는다
이 날도 수상한 소리가 꽤 오래 들리길래 문득 나와보니 도도..도둑이얏! 저 함지박이 꽤 깊고 자세가 흔들흔들 안정되지 않은 모양이라 못 꺼낼 줄 알았드만 기어코 한 마리 낚는데 성공해
갖고 놀기도 포식하기도 좋은 장소로 드리블드리블~ 데리고 나감
한 손으로 들고 맹수의 송곳니로 으짜! 하니 비닐 한 귀퉁이가 빠직~
자세를 바꿔서 다시 한 번 으짜! 하니 잔챙이들이 우수수~
"멀 봐, 고양이 사냥 해서 먹는 거 처음 봐?" 놔~ 도둑누무 시키 표정 좀 보소, 어찌 저리 뻔뻔할 수가...
잔챙이로는 성에 차지 않아 이제 왕건이를 꺼내 포식 하려면 입에 물고 사정없이 흔들면서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는 것쯤은 철수 고양이도 잘 알고 있다. 도리도리뱅뱅!
그리하여 드디어 비닐이 충분히 뜯어지고 왕건이가 우수수 쏟아져 나오자 경철 고양이, 지체없이 쪼르르 달려와 "얌전? 그런 거 개나 줘라옹~"
"경철아, 이 눔 시키! 니는 또 뭐야!!!???" "어? 어버 어버버~~"
싸나이 철수, 참으로 신기한 것은 장난감을 가지고는 흐르르 크르르~ 난리를 치면서 먹을 것 갖고는 절대로 동생을 구박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도 사실로 치자면 어렵게 사냥해 얻은 것인데 멀찌감치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던 동생이 나타나 더 허겁지겁 하는데도 눈치 한 번 안 준다, 언제나 그러는 것이 참으로 신통하고 방통하다. 완전히 "형님 먼저 드시오 캐*맨~" "아우 먼저 드시오 캐*맨~"
사실 식탐보다는 장난질, 포획질에 더 관심이 있는 철수 고양이, 동생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니
슬그머니 물러나 다시 간식 함지박 앞에서 슬쩍 인간 눈치를... "쓰읍~ 고마 해라잇?!"
"췌! 인간의 쓰읍~은 언제나 재수가 없어, 다 된 일도 안 될 것 같아 고마 할란다..."
엉아가 물러나 주자 이 눈치 저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로워진 경철 고양이, 신이 나서 뒤적뒤적 후루룩 휘리릭~ 우걱우걱 처묵처묵~
"이제 볼 일 다 봤으니 잠이나 자자"는 마데 인 키나 괭이, 큰 사냥에 성공해 식솔들 배불리 먹인 맹수의 느긋한 휴식이려니~
"오랜 만에 포식 했네, 힛!" 실속파 하얀 괭이
철수의 도적질은 날이 갈수록 잦아지고 능숙해지고, 인간 아이 같았으면 디지게 뚜디리 팼을텐데 인석들이 이 짓을 하면 어째서 비싼 밥 먹여 키운 보람이 절로절로, 뱃속 저 깊은데서 뿌듯한 웃음이 절로절로 나는 것인지, 인간이 하면 도둑질이고 괭이가 하면 지능계발 내지는 사냥질이라, 인간에 탈을 쓰고 "도, 도둑이야~ 푸힛~" 이기이 머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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