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들은 하루하루 몇 장씩 찍어 모아 편집 한 것으로 당시에 집중적으로 송출 되던 'A shot a day~'라는 광고카피가 이 장면들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당시에 사용한 똑딱이 또한 그 회사의 제품이다)
어느 날 우연히 이 비슷한 모습이, 정확히는 더 높이 더 멋있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하지만 한참 초점이 빗나간 채 포착 되면서 (아래 사진)
더 선명하고 멋진 장면을 얻기 위해 며칠간 엎드렸다 자빠졌다 장난감을 흔들었다 던졌다 집사 혼자 생쑈를 하며 사진 찍기에 열중했던 시절로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아이들이나 집사나 참으로 에너지가 대단했구나~ 그래진다. 사진이라고는 구도니 각도니 1도 모르면서 그저 잘 못 찍히면 카메라 탓만 하면 되니 양심도 없이 막 찍어댔던 것이다
그 날 이 후, 내가 장난감을 손에 들면 두 녀석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눈동자를 가득 키워서
캣터널 근처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흔들며 공격시점을 탐색하기 시작하는데,
때에 따라 경철 고양이는 초점을 맞추거나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서인지 주의 깊은 동작으로 앞으로 몇 걸음 천천히 나와 목표물 지점을 정확히 계산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 다음(배경에 빼꼼히 찍힌 철수 고양이 진짜로 귀엽긔~)
뒷걸음질로 뛰어오를 만한 지점에 찰싹! 1. 몸을 옹송그리고 앉았다가
2. 목표물에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고 조금씩 더 조금씩 아주 느리게 몸을 일으켜
3. 오른발 왼발 한 두번씩 바꿔 디디며 정확한 점프 포인트를 찾은 다음
6. 몸을 날려, 훨훨 날아 올라서~ (올 롸잇! 당시 유행하던 노래로 이 노래를 꼭 해야 함)
7. 착지!
그리고 가끔, 장난감은 늘 그 자리에서 깝죽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변화가 필요한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포획을 시도해 보는 경철 고양이, 눈을 찡긋해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낸 다음 (사실 눈 찡긋은 놀면서 눈에 무엇인가 들어갔는지 불편해 하면서도 계속 날아다녔다, 무슨 일인가 좀 보자 해도 절대 거부!)
훨훨 날아 올라서! 올 롸잇! 올 포획!
그리고 매 번 사람의 눈으로는 무척이나 웃기거나 또는 궁금한 행동은 장난감을 정확하게 덮친 다음 포획물의 생사를 확인 하듯 손으로 툭툭! 몇 번 건드려 보고는 곧바로 다시 점프 자세로 되돌아간다는 것 - 사냥과 놀이의 중간 어디 쯤이란 걸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했다
철수는요? 하실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므로~(아니, 계시길 간절히 바라면서)^^ 철수는, 위 몇 장면에서 처럼 거의 언제나 터널 입구에 머리를 밀어넣고 엉덩이 흔들며 기다리다가 반대편 끝에 있는 장난감을 이런 식으로 덮치거나
입 안 가득 장난감을 머금은 채 부엉이 얼굴을 하고 패악을 부리거나
공중에서 나부끼며 약 올리는 장난감을 뱃살까지 출렁이며 제자리 높이뛰기로 제압
철수고양이, 그 유연한 레이백 스핀 자세는 분명 연아누부한테 배운 것이지? 결론은, 경철 고양이는 멀리 날기에 달묘이고 철수 고양이는 제 자리 높이뛰기에 달묘라는 것...? 아, 실은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눔들이 생긴 것 뿐만 아니라 놀이에 대처하는 사소한 성정까지 이렇게 전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주제를 한 번도 건들지 않고 끝까지 내려와 버렸네? --;;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나는 것은 이렇게 어렵게 사진을 찍으면서 좀 더 좋은 카메라를 사고잡다고 날이면 날마다 블로그에 대고 징징 대던 시절이었던 동시에 이 때는 아이들도 집사도 모두 지금보다는 힘이 넘쳐 가장 많은 역동적인 장면들을 잡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지만 인생샷 하나 못 남긴 건 단지 카메라 탓이었다 아직도 바락바락 우기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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