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기를 먹는 스위스 사람들
스위스 사람들의 특이한 식습관? - 유럽인들의 오만과 야만
위와 같은 소제목을 단 이유는 우리의 개고기 문화(?)가 생각 나서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꾸려 했을 때 -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 없이 - "느들은 개고기를 먹는 나라잖아 안 돼!"라고 거절 당했던 기억, 그리고 하필이면 그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스위스에 위치해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 물론 위원들이 모두 스위스인들은 아니지만 - 그 때는 거절 당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야, 사람이 돼서 자신과 소통이 가능한 짐승을 어떻게 먹을 수가 있어? 그랬었다
"스시보다는 고양이 고기가 맛있지요"
스위스 농부의 말이다. 스위스의 아펜첼 인너호덴 (Appenzell Innerrhoden)에 있는 할젠(Hasl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이 농부는 자신의 고양이들을 중성화 시키지 않았다 한다. 왜? 고양이가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그냥 잡아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아펜첼 동물보호협회가 연례보고서에 "고양이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보고한 것인데 이웃의 신고를 받고 농부를 직접 만나 본 실무자는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재미 있는 것은 스위스에서는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도축방법만 따르면 고양이를 판매용이 아닌 개인적으로 잡아 먹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이에 여러 동물보호 협회들은 수 년간 개, 고양이 고기 금지법 제정을 요청 했으나 "전통"을 함부로 금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Appenzell Innerrhoden의 Haslen>
크리스마스에 고양이를 먹는 스위스의 전통
스위스의 베른 (Bern), 루체른 (Lucerne), 쥐라 (Jura) 등의 지방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고양이 고기를 먹는 전통이 아직도 살아있고 특히 개 고기에서 나온 지방은 류마티스에 특효라고 믿고 있다. 이에 유명한 동물보호가인 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가 후원한 단체 "SOS Chats"는 이미 1985년부터 '고양이 긴급 구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략 3% (25만 명)의 스위스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고 있다고 추정한다 - 어떤 단체는 10%라는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 그러나 스위스 경찰은 개, 고양이의 개인적인 도축과 소비는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고양이 고기는 맛이 뛰어나고 건강에 도 좋다?
루체른 출신의 전직 사냥꾼 마르틴 뷸만 (Martin Bühlmann)은 고양이 고기가 토끼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고 부드러우며 몸에도 좋다"고 말하며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도 느끼지 않는다. 고양이 대신 먼 이국에서 가져온 해산물이나 스시 따위는 내 식탁에 올리고 싶지 않다"면서 물론 스위스 사람들이 매일 개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고양이를 '고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고양이 고기로스트를 자주 식탁에 올렸으며 요즘 사람들이 고양이를 지나치게 인간화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농부에게 고양이는 무시할 수 없는 맛 있는 고기일 뿐이고 그가 기르던 개가 병 들었을 때는 단지 "먹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손으로 죽여 정원에 묻었다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고기일 뿐이다
이 일로 한 때 유럽 전역이 개, 고양이 고기 찬반 논란에 뜰끓었는데 몇몇 언론에서는 "고양이나 개를 잡아 먹는 것과 소, 돼지를 잡아 먹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모든 동물이 죽음 앞에서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고기" 자체를 먹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고 한 스위스 매체는 자신들의 전통을 옹호하고 인정 한다면서 심지어 십 수 개의 '고양이 요리' 레시피를 소개 하기도 했는데 출처는 독일의 한 사이트라고 굳이 밝혀 놓기도 했다 (이웃 국가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개 고양이 고기가 엄격하게 금지 돼 있다)
이어서 고양이를 직접 잡아 요리하고 판매하는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 동영상이 등장 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다행히도 아주 깔끔하고 능숙한 연출과 연기에 의해 조작된 동영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주장이지만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 - 자기 고양이를 직접 먹는 건 불법이 아니라며 손님에게 요리를 주문하기 전에 죽일 고양이 입양서류에 사인을 시키는 장면, 주방 한구석 철장에 갇혀 있는 고양이의 장면 , 요리까지 모두 있다 -
어느 국가에서 어떤 의도로 제작했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태지만 스위스 사람이 자신들의 전통을 옹호하기 위해 제작 했거나 앙숙인 독일사람이 스위스를 깎아내리기 위해 제작 했거나 간에 이런 영상이 떠돌 정도로 유럽의 소위 '선진 국가'에서 고양이를 고기로 먹고 그것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의 동물 애호가들을 경악케 한 것은 사실이다.
스위인들은 중국, 한국, 베트남 등에서도 개, 고양이를 고기로 즐기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고 항변하지만 만일 이처럼 당당한 일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쓸 수 없다는 논리와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마치 야만인이나 된 듯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 시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아시아인들이 개 고양이를 먹는 것은 야만성이 남아 있어 그런 것이고 유럽인들이 개 고양이를 먹는 것은 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전통? 오만하고 또 오만하다, 그리고 비할 데 없이 야만스럽다!
*우리나라의 개고기를 옹호하는 뜻이 결코 아니므로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더러 육식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육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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