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외동이 아니라면 밥 시간에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의 밥그릇에 얼굴을 들이밀고 뺏긴 고양이는 빼앗은 고양이의 밥그릇으로 가서 식사를 계속 하고 또는 빼앗긴 고양이는 거기서 그만 식사를 마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두 고양이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일상에서는 동생인 경철 고양이를 괴롭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철수 고양이가 밥을 먹을 때는 백이면 백 모두 밥그릇을 뺏기고 뒤로 물러앉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고양이들이 어릴 때 사소한 듯 시작 했다가 요즘 들어 갑자기 정도가 심해져 식사 때마다 어김 없이 되풀이 되는 데다 최근에는 철수가 뒤에서 경철이 다 먹고 비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게다가 철수는 경철이 남겨놓은 밥그릇으로 가서 계속 먹어볼 생각조차 않으니 머리가 안 돌아가 저러나 경철에게 기가 눌려 그러나, 보고 있는 집사 열불이 난다. 그래서 찾아본다, 도대체 왜 저럴까?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행동의 범주에 들지 않는 듯 여겨지기 때문에
<밥을 먹으면서 경철 고양이의 움직임을 살피는 철수 고양이>
동료나 형제의 밥을 빼앗는 고양이
고양이가 형제나 동료의 밥을 탐내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는 동물보호소 또는 먹을 것이 모자라는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라 먹을 것이라면 무조건 덤비고 독차지 하려 드는 이상의 다른 행동은 배우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며 또 하나의 유력한 이유는 '의식적인 따돌림'으로 힘이 센 고양이가 자신보다 약한 고양이를 제압하기 위해 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밥그릇을 따로 써라
밥그릇이야 당연히 따로 쓰는 것 아닌가? 전문가의 조언은 각 고양이가 가지는 고유의 그릇을 두라는 것이다. 그림이나 모양이 다른 그릇을 사용해 매 번 같은 그릇을 같은 같은 고양이에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서열 싸움으로 판단 될 때는 개입이 필요하다
개별적인 밥그릇을 인지하고도 이것을 무시하고 같은 장면이 되풀이 된다면 서열싸움의 일종으로 밥그릇에서 밀리는 고양이가 영구적으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는 집사가 개입하여 빼앗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그릇에 것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알려줘야만 한다
공간을 분리하라
만일 집사의 개입에도 개선이 없거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로 완전히 다른 공간에 분리해 식사를 제공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중에서 내가 택한 방법은 '개입'이다. 서로 약간의 질투나 힘 싸움 정도는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철수가 먹다가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면 이 관계가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 사진은 오늘 아침 장면으로 어제부터 식사 시간에 내가 둘 사이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 쪽으로 자리를 옮기려 시도를 하는 중이다, 제 밥그릇 20% 정도 밖에 비우지 않은 상태인데
내가 계속 사진을 찍는 척하며 진로를 방해하니 "왜 그래 엄니?" 하듯 순진한 눈빛을 지어보인다. 그러나 어제보다 반항이 많이 줄었다. 어제는 내 팔, 다리 아래로 머리를 마구 들이밀고 진출을 시도 했었다
<집사가 계속 지키고 있으니 포기하고 제 자리에서 계속 밥을 먹는 경철 고양이>
여기까지가 나흘쯤 전에 준비 해뒀던 리포트이고 지금은 아예 집사가 철수가 식사를 완전히 끝내고 물러날 때까지 옆에 앉아 있으니 경철의 약탈 시도가 현저히 줄었다,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 그러나 안심 할 단계는 아닌 듯 보이고 - 이 관계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여러가지 심리적인 문제가 얽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정황들이 포착 돼 꼴랑 고양이 두 마리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는 안이했던 생각을 버리고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들여다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 아이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만 느낌이 이상해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마음이 조마조마해져 거의 신경쇠약이 될 지경까지 온 듯 오버하고 지내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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