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요 며칠 프린터에 영혼을 팔아버린 듯한 철수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 포스트를 보시는 남성들이 이 상황을 제목과 연관해 어떻게 해석하실지 설명 없는 포스팅을 해 볼까, 유혹을 받기도 했는데 - 경철 : 여자, 철수 :남자 이렇게 역할을 주고 둘의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마 여성들은 "끄아아아~~~ " 복장 터지는 비명을 올리실지도?
두 마리의 고양이 형제, 아마도! 틀림없이! 이렇게 이렇게 격렬한 쌈박질 중이었음을 경철이도 알고 나도 아는데
경철 고양이 책상 아래로 쫓겨 내려가 다음으로 연결되는 공격을 기다리는데 한참이나 소식이 없다. "머야, 안 와???"
"분명 이렇게 여기까지 쫓아왔었는데???" 오랜 침묵이 아무래도 의아한 경철 고양이, 고개만 쭉 빼서 살그머니 철수 고양이의 동정을 살피니
이런! 쌈박질 도중에 누군가의 발에 의해 프린터 전원이 또 켜졌는지 좀 전의 상황은 찬물 끼얹은 듯 완전히 종료. 일방적으로 깨진 놀이리듬과 배려없는 상황종료에 급모욕감을 느낀 경철 고양이 "콱! 머야 너, 왜 잘 놀다가 멀쩡한 사람 아니 괭이 바부 만드는겨?" 그러나 콱 물리는 그 순간에도 철수 고양이의 눈은 한 곳에 가 있다. 절대 무반응! 어쩌면 물린 것도 모르는 눈치 아닌가?
콱 물어도 묵묵부답이니 완전히 삐친 경철 고양이가 원수 같은 프린터를 밟고 휙! 지나가도 여전히 완전 무반응에 시선은 오로지 한 곳에 고정돼 있다
그러다 뒤늦게 무엇이 와서 콱! 하고 갔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은 철수 고양이 "쟤 왜 저래...?" 하는 맹한 표정, 그랬으면 얼른 동생 따라 움직이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경철 고양이, 그쯤 신호를 주고 왔으면 뒤따라 오겠지, 고개를 빼고 엉아의 동정을 살피지만 엉아는 역시나 꿈쩍도 않는다
"우아! 진짜 완전 대박 열 받아!!!" 어느 새 완전 넋이 나가 프린터와 합체가 돼 있는 엉아에게 다시 한 번 올라가 진짜 로 완전 콱!!! "어어~~?" 하면서도 정신이 아직 안 돌아온 표정의 철수군 저 녀석 제 정신이면 저리 얼굴까지 물리고 가만히 있을 괭이가 아닌데 말여
하루종일 경철씨의 거듭된 전쟁놀이 시도는 이렇게 허무하게 무산되고 밤이 되어 혼자 자리잡고 앉은 경철 고양이에게 그래도 잠 자기 전에 서로 나누던 그루밍은 해줘야지 싶었던지 경철에게로 올라가던 철수 고양이, 아뿔싸! 다시 프린터 전원을 밟아버렸어... "허뜨! 저거 또 살아났다!" 벌떡 일어나 프린터와 다시 합체하는 엉아를 보니 종일 느꼈던 배반감이 모다 되살아나
"시캬, 그만 해, 그만 좀 하라규! 파바박!!!" 갑자기 손을 들어 엉아에게 줄따귀를 선물 하심 . 종일을 애 타게 기다리던 엉아가 겨우 곁에 노나 싶었는데 금새 또 시커먼 물건에 넋이 나가 뭘 하려 했는지 다 잊은 듯 행동하니 경철 고양이 약이 이빠이 오를 수 밖에, 나는 이해 한다 이해 하고 말고~~ "어허이, 하즈 마..." 철수 고양이의 반응은 이제 전부다 평소 같으면 같이 때리고 물고 뜯어 거한 한 판이 벌어졌을텐데 이런 반응은 경철도 집사도 더 이상 바라지 않았던 것인데 낮의 일들이 고스란히 다시 반복 될 조짐이 보인다
참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 시동걸기를 끝낸 프린터가 조용해지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철수를 본 경철 고양이 "저리 가 시캬! 프린터가 그리 좋으면 프린터하고 놀라고, 내 옆에 오지 말고!" 며 다시 한 번 파바박 솜방망이를 휘두르신다 "내가 이야기 좀 하자는데 그 시커먼 물건에 정신이 팔려 머 하는 짓이야 하루종일?!"
그래도 철수는 경철을 쳐다도 안 본다. 하루종일 저 지롤이니 삐칠대로 삐친 경철이 내려가느라 시야를 가리니 고개를 빼가며 프린터에 시선고정!
그러니까 이 장면 쯤 되면 철수 고양이, 삐쳐서 내려가는 저 쓸쓸한 경철의 꼬리를 한 번쯤은 잡아줘야 옳은 일 아니겠는가... 돌아도 안 본다, 아니 동생이 삐쳐서 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 이런 남자 있다, 꼭 있다!
동생이 삐쳐서 내려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는 프린터 대해부에 나섰다. 손만 넣어 보는 게 아니라 머리 이하 네 손과 발 모두 집어 넣었다가 딛고 섰다가 빙글빙글 프린터 주위를 돌다 쌩지롤을 하는 꼴이 하 얄미워 (경철에게 완전 감정이입이 된 집사) 전원을 꺼버리고 책을 얹어 버튼을 가렸더니 "죽었네, 이제 그만 가 볼까..." 하고 내려오는 넘을 약이 바짝 올라 별르며 아래에서 기다리던 경철씨, 엉아가 내려오자 득달 같이!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점프가 살째기 모자라 의자에 턱! 걸리고 말았다. ㅎㅎ, 턱에 걸려 어쩌지 못하고 벌려진 경철이 저 발가락 좀 보소!
덕분에 종일 갈고 또 갈은 날카로운 복수의 발톱에서 풀려난 철수 고양이, 뭔지 모를 쎄~한 분위기에 뻘쭘 무심, "머... 무슨 일 있었어?"
이런 남자, 지 흥미에 빠져 뭔가에 집중하면 하던 일이고 약속이고 배려고 다 팽개치며 개무시 해놓고 나중에 정신 돌아와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이런 남자 꼭 있다. 철수 고양이가 내 남자라면 싫다, 정말로 싫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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