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본 적 있슈? - 할매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물건

나는 둘째 손가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마우스가 고장 났다 하면 100% 휠 고장이다. 마치 전기나 수돗물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생각없이 쓰다가 갑자기 없어지면 몹시 불편해지며 그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그런 존재가 있는데 마우스의 휠도 내게는 그런 것 중 하나인 듯 휠이 고장나니 마치 손 하나가 없어진 듯 컴터질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툭하면 고장 나기 때문에 늘 여분을 하나씩 갖고 있었으나 몇 년 블로그질을 쉬면서 터치패드만으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 각설하고

 

고장을 인지한 금요일 오후에 부랴부랴 마우스를 주문 했으나 토요일에도 배송출발을 안 했다니 괜히 급한 마음에 조카(언니 아들)에게 남아도는 마우스 있으면  좀 챙겨 주시라고 했다  - 다른 사람 같으면 후닥 뛰어나가 하나 사 왔겠지만 여기서는 멀다, 지리도 잘 모르고...

마우스 - 25핀 시리얼 케이블

카톡으로 대충 이런 사진을 보냈길래 자세히 살필 것도 없이 포장지도 뜯지 않은 듯 보여 완전  새 거면 좋지! 하는 마음에 오케이!!! 싸인을 보내고 언니집은 무쟈게 가까우므로 부랴부랴 내려가 챙겨주는대로 받아와  집에서 뜯어보니 허걱!

윈도우즈 95용 마우스

이게 머꼬? 난 이런 거 머리에 덜 나고는 처음 본다이?!  이것은 무려 시리얼케이블로 연결해야 하는!!!

 

어쩐지 마우스 재질이 좀 다르다, 그래도 난 이게 좀 고급스러워 보여 좋다, 해가며 포장을 뜯은 것인데~ 그런데 상자 안에 무엇이 아직 더 들어있어 마저 꺼내보니 무려 플로피디스크!!! 그리고 방향까지 지시대로 깔아야 하는 마우스 패드! ㅍㅎㅎㅎㅎㅎㅎㅎ ㅋㅎㅎㅎㅎㅎㅎㅎ!!!

25핀 커넥터 - 마우스

25핀. 옛날 386컴퓨터 시절에 프린터 또는 모니터 등을 연결 하던? 나는 적어도 키보드나 마우스 등은 ps/2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이제는 슬슬 재미가 나서 포장상자를 더 살펴보니 떠헉!

윈도우즈 95

디자인드 포 윈도우즈 95! ㅇㅎㅎㅎㅎㅎㅍㅎㅎㅎㅎㅎ~~~~ 윈도우즈 95와 386! 한국에 돌아와 그 때 이미 추억의 '윈도우즈 NT 또는 98'이 슬금슬금 나오던 시절이라 누가 쓰다 버리는 윈95가 탑재된 386컴터 굽신굽신 얻어와 인터넷도 없이 그냥 이것저것 꾹꾹 눌러가며 독학하던 - 지금 일부 부품교체나 포맷 등 할매로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컴터를 만질 줄 아는 것이 이 때의 독학 덕분 - 20년 전 추억의 그 물건을 위해 잘 만들어진 마우스라 무려 500dpi를 지원하다는 것, 그리고 휠을 살펴보니 휠이 아니라 클릭클릭 작동하는 버튼으로 돼 있다난 참말로 이런 마우스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초창기 독학 시절에 잠시 썼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동그랗게 생긴 ps/2 커넥터가 내 첫기억이다 - 이 모든 것을 파악한 순간 "아 괜히 뜯었다"  - 뜯지 않고 그냥 더 묵히면 골동품 대접도 받을 수 있었겠다는 웃기는 상상이~ 이것만 줬으면 "문디 자슥 어쩌고 저쩌고 "오만 욕을 다 했을텐데

마이크로소프트 Arc 마우스

다행히도 도합 세 개의 마우스를 챙겨 줘  하나는 위에 저것 또 하나는 역시 빠질 수 없는 ps/2 방식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위 사진의 가격 제법 나가던 마소의 접었다 폈다가 되는 무선 마우스가 낑겨 있어 그나마 심한 욕은 면한 내 조카 (하지만 이것 역시 지금은 구형으로 분류 됨) - 이것도 완전 새 것이었는데  신기하지...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한 개도 없는겨 아니면 즈  아부지 닮아 앉은 자리에서 소금 돋는 짠돌이라 그런겨? 이렇게 세 가지 방식의 마우스를 챙겨준 것은 내 컴퓨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 나름 배려심을 발휘한 것이라 봐야겠지 잉? 설마 386 쓰고 있다 생각한 것일까? ㅋㅎㅎ 자꾸만 웃음을 섞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내 조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물건을 어찌하여 이렇게 말짱한 상태로 갖고 있게 된 것일까, 여러모로 참으로 신기한 녀석임에는 틀립 없는 듯 어쩌면 386 컴터도 구해 달라면 구해 줄지도 몰러~~


2017. 12. 26 화요일 덧 : 이 글을 본 조카엄니의 고백 (그러니까 내 언니)

저 골동품 마우스는 진짜 골동품으로 서울서 직장 다니는 큰조카의 소장품인데 할망구가 잘 모르니 이것저것 지 맘대로 챙겨줬다는 것. 성질머리 불칼같은 울 큰 조카 이 사실을 알면 무슨 일이 생길지 마우도 몰러... 괜히 뜯었어, 진짜로 괜히 뜯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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