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순덕이 이사준비 하기

'길고양이 순덕이와 옆집 아줌니'이어지는 이야기로 순덕이가 사는 집에서는 기어이 아이를 내보내려 하고 내가 사는 집에서는 이 쪽으로 이사를 시켜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던 바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던 모양이다.

길고양이 이사시키기 1

어제, 일부러 평소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나갔다, 순덕이 배가 고파야 내 목소리에 빨리 반응하고 따라 올 테니.오시는 길, 가다랑어 (사람 밥에 얹어 먹는 가쯔오부시가 가벼워서 중간에 배 불러 하지 않고 잘 따라온다)즈려 밟고 오시라고 뿌려 뒀더니 진짜 금새 튀어올라와 밥자리까지 잘 와서 한참을 이 말 저 말 붙이는 거 다 듣고 있다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던지

돌아 앉은 길고양이

"케게켁!" 사래 들린 듯 몇 걸음 달아나서 차 밑에 기어 들어가 등을 돌리고 앉았는데 철컥 대문 닫는 소리를 내도 꿈쩍도 안 한다. (지금 돌아 앉은 저 모습을 다시 보니 밥 줄 거면 그냥 주던대로 주지 이 무슨 난리냐는 의심과 스트레스가 느껴지는 듯하다) 이런 속임수는 진즉에 다 꿰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문 가까이에 하나, 대문 바로 안 쪽에 하나 두 개의 그릇을 두고 들어 왔다.

길고양이 밥에 입도 안 댄 것이 확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안 쪽 것에는 입도 안 댄 것이 확인 됐다.(순덕이가 먹기나 했던 것일까...?)순덕이가 입 안 댄 밥그릇 그대로 들어다 뒤꼍에다 놓고 여러 마리가 드나드시니 또 다른 한 그릇도 나란히 놓았다. 여기까지 순덕이가 오기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은 것, 공식화 된 참에 지영이네 편안하게 드나들게 하여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밥자리며 잠자리며 제대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집으로 올라와 밥자리가 창에서 내려다보이나 마나 점검하려 창을 열었더니

 휘릭~ 뛰어 오르는 길고양이

마침 밥 시간이라, 지봉이 늘 있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내 얼굴을 보자 휘릭~ 뛰어 오르는데

나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분위기가 마치 지영 : 이 어미는 아이들 젖을 물릴 테니 너는 가서 밥을 가져 오너라~ 지봉 : 예, 엄니! - 이랬던 것 같아 웃음이 실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길고양이

"지봉아 여기 말고 거기 밑에 밥 있어, 봐봐, 있지? 인제부터 거기서 먹어~?" 마치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듯 이윽히 내려다 보시다가

나를 기다리는 길고양이

뭔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새끼를 지키는 길고양이

"엄니, 저 할미가 밥을 안 줘여~" 이르듯이 다시 내려가 즈 애미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두리번거리는 길고양이

"정말? 그럴 리가!" 하듯 나타난 지영씨 역시 아래에 놓인 밥을 못 찾고 두리번거린다. 이 때 인간 머리에 켜진 비상등, ''저러다 간다, 지금 가면 살째기 골치 아퍼진다아~'' 만약을 위해 미리 준비해 창틀에 얹어두었던 봉지밥을 밥그릇 있는 자리로 던졌더니

새끼를 부르는 길고양이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 지영 아줌마, 그 새 저 쪽으로 달아나버린 지봉이를 부른다

담장 위를 걷는 길고양이

말을 듣지 않으니 애가 타는듯 일어나 데리러 갈 기세다. 역시 엄마는 엄마다.

우리집 태비 고양이

잘 가져가나, 그 자리에서 먹나 확인하려 기다리면 집만 추워진다, 미련 없이 문을 닫고

우리집 하얀 고양이

아이들과 놀다 청소하다 다시 열어보니 봉지밥은 가져 갔고 밥그릇에도 제법 입을 덴 흔적이 있었다. 가르쳐 줬으니 이제 봉지밥 없어도 알아서들 챙겨 먹겠지. 꼬물이들이 아직 담을 탈 수 없어서 봉지밥을 당분간은 더 만들어야 하지만. (철수 경철 고양이 형제, 이 때가 한 살 반이었는데 아직도 덜 자랐던지 지금과 비교해 너무나 어리고 작고 날씬한 모습들이다. 특히 경철고양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으다)

길고양이 밥 먹은 흔적

순덕이 밥이라고 대문 가까운 쪽에 차려둔 것도 먹은 흔적이 있긴 하지만 과연 순덕이가 먹었을지, 말 안 듣는 아이 옮겨올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그리고 참~ 마음이 따뜻해졌던 작은 표시 하나,

길고양이 밥 주문하기

이렇게 별 기대 없이 남긴 메세지에 형광펜 표시,그래서 더 온 것은 통상 3개씩 오던 간식캔이 5개로 늘었을 뿐이지만 양이 문제가 아니라 같이 마음 써주는 그것이 받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한다. 2012.11.29 (그래, 이렇게 소소하게 감동 받고 마음 따뜻해지면서 살면 돼, 다른 쪽은 바라보지도 말어...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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