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 월동대비 그리고 오늘은 카테고리 '사람'

어제 낮에 쓴 글을 올리면서 생각 했었다, 이거이 반려동물 카테고리에 맞는 내용일까? 고양이들보다는 내 기분, 상황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걸 쓰면서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사람 얘기로 시작한다. CD컬렉션의 몰락

CD컬렉션의 몰락

내게는 1600여장의 시디가 있다. 일부는 이렇게,

하얀 고양이 간식 먹는다

또 다른 일부는 이렇게 버리겠다고 내놓고 해가 바뀌도록 버려지지 않은 상태로 어두운 구석 자리에 음침히 앉았거나

방묘문

또는 보조 방묘문으로 역할을 하거나... 철수 고양이가 방묘문을 하 잘 열어 쌓아서 벽돌도 세워두고 오만 짓을 다 하다가 시디들 쓰러지는 소리 한 번 듣더니 근처에도 안 가길래 그 날로 시디를 방묘문 곁에 쌓아 두었다 - 효과 만점!

 

이 중에는 희귀한 음반도 더러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작품들도 꽤 많고 같은 곡이지만 여러 연주자의 다양한 연주들도 많다. 그것들이 지난 봄에 선생질을 그만 두면서부터 걸리작거리기 시작했다. 선생일 때는 가르치려면 이 연주 저 연주 많이 듣고 분석하고 연구를 해야 학생에게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줄 수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고물, 짐 덩어리에 불과한 컬렉션이 되고 말았다. 언니는 도서관이나 어디나 기증 하라고 하지만 요즘에 누가 시디를 듣는가, 음질이 상관 없는 사람들은 스트리밍 하거나 유투브 가거나 하지

 

직접 들으면서 즐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애호가일 때와 직업일 때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싶으다, 음악이 생계가 될 때는 "부담"이니까

화분 받침대 CD 1

이곳의 최저 기온이 내일부터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를 이제서야 챙겨 봤다. 창틀에서 햇빛 쬐고 있던 화분들 (들이면서 식물들 상태를 보니 내가 정신이 나가 있을 때 즈들끼리 영하인 상태를 하루 이틀 정도는 겪은 듯) 이제 월동을 위해 들여야 하는데 식물등이 있는 위치에 최상으로 놓으려면 받침대가 필요하다. 작년에 쓰던 벽돌 받침대는 이미 다른 곳에 써버렸고. 빈 반찬통? 빈 기름통? CD, CD 바부야~~~ 구석에 쌓여 있는 시디들 볼 때마다 내 게으름을 욕하면서 스트레스 받아 왔었는데 그랴, 기왕지사 버릴 거 지금 당장 필요한 데 활용한 후에 버리자~ 했다.

화분 받침대 CD  2

다 들인 거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리고 이 집에서 지내 오면서 줄이고 또 줄여 10*2세트 정도로 만들었다. 도저히 식물을 기를 환경이 못되는 집이지만 내게는 반드시 필요한 몇몇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새끼 손톱 만큼이라도 푸른 것을 보는 것. 그래서 겨울에는 내내 이렇게 식물 등을 켜 두고 지내는데 사진으로 확인하니 적어도 두 개는 더 켜야 할 듯. 비운 CD장을 신발장과 걸레장으로 활용하는 똑똑한 할미~ ㅍㅎㅎ - 뒤에 보이는 걸레장이 의식돼 과장 되고 위선스런 자화자찬

싹 틔운 마늘, 아름다운 생명

화분들을 거둬들이다 보니 창 틀에 이런 게 있다. 이 집에서 첫 가을을 보내면서 귀뚜라미 또는 곱등이 그런 벌레가 제법 들어온다는 걸 깨달아 벌레 방지용으로 창마다 갖다둔 수십 개의 통마늘 중 하나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해를 보내면서도 저 생명은 이렇게 살아 남았다. 장하다,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에게 "저 고단한 사람 더 괴롭히지 마시고 빨리 데려가 주시라"고 기도 해달라 부탁했다. 그러마 한다... 속속들이 내 여정을 알고 있으니 그런 소리 마라, 하지 않는다. 고맙다, 진심으로.

뚱한 고양이 1

아이들, 오늘은 놀지도 않는다. 빌어도 안 되고 징징 대지도 않는다.

뚱한 고양이 2

철수 고양이의 눈빛이 모든 걸 말 해준다. 미안타, 내 상태가 급기야 전염이 된 것이다. 아픈 것이냐? 전염병이 아닌 다음에야 둘이 한꺼번에 아프기는 힘 들지 않니?

고양이 형제

간식을 흩뿌려 본다. 추릅추릅 침 삼키는 소리까지 내가며 완전 열심히 드신다. 몸이 아픈 건 아닌갑다, 다행이다. 다시 한 번 미안타... 내가 빨리 추스르꾸마, 아부지 보내고도 엄니 보내고도 다 살아 남았는데 신이 데려 가시지 않는 다음에야 이렇게 무너지는 건 말이 아니지 말이다...

간식 사냥하는 하얀 고양이

불과 이틀 전인데 이렇게 놀아본 것이 멀고 먼 옛날 일만 같다

 

16일 목요일 아침, 어제 예약 했던 글을 수정하려 컴퓨터부터 켰는데 딸꾹질이 나올만치 가슴이 벌렁거린다. 언제나 지나갈지... 어렵게 어렵게 다시 시작한 블로그를 그만 둘 수는 없는데 월요일 당한 일의 후유증은 점점 더 커지는 듯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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