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보다~?

우리 집 고양이 형제, 다음 달이면 만 11세가 되고 한국 나이로는 벌써 12살이다. 인간 생각에는 이쯤 되면 제법 철도 들어 세상 나를 지켜줄 상대는 혈육밖에 없다고 여길 만도 한데, 이 집구석 내림인가...

[무릎 고양이 철수]

집사가 별다른 할 일 없이 앉기만 하면 무릎을 파고드는 고양이 철수, 늘 보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환장하게 귀엽고 또한 환장하게 귀찮아서(왜냐하면 이러고 있다가 집사가 화장실이라도 가려하면 저걸 손이라고 집사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안 무릎 고양이]

앗,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옆에서 뭔가 요상한 기운이 느껴져 돌아보니 이 하얀 녀석이 온통 쿠션 뒤에 숨다시피 해 집사 옆에 딱 붙어있었다.

[집사와 동시에 경철을 발견한 철수]

싱글 침대라 쿠션이 잔뜩 있는 저 자리에는 끼어 앉기도 힘든데, 아무튼 경철이 그러고 있는 것을 집사와 동시에 발견한 철수, 고개를 들고 제 동생을 발견한 순간 눈빛이 싸악~ 변하더니

[일어선 제 형에게 코를 들이대는 경철]

벌떡 일어서서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자리를 피하는 대장 고양이와 이를 바라보는 경철]]

"철수야 오데 가? 걍 있어~~" 집사가 극구 말려보지만 이미 배는 떠났다. 저 고집불통 고양이가 말을 들을 리 없다. 이 고양이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배 고플 때 빈 밥그릇을 핥고 있으면 "철수야, 거기는 없고 건사료 옆에 보면 파우치 아직 좀 남았어"등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는 아이다. 그러므로 지금 집사 말을 안 듣는 것은 고집불통, 개무시인 것이다.

[멀리 떨어져 혼자 엎드린 대장 고양이]

결국 철수가 제 동생을 피해 자리를 잡은 곳은 집사가 작업할 때 늘 곁에 엎드려 있는 그 자리... "그 시키가 있는 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녀!" 이쯤 되면 누가 대장인지 정말로 모르겠다긔~

[이 고양이 표정 좀 보소]

남겨진 동생 고양이, "흥칫뿡! 같이 좀 있으면 어때서!?" 하는 표정이다. 철수가 그리 떠나도 이 녀석은 밤 아니면 집사 무릎 따위는 절대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함께 있어도 자리싸움 따위는 할 필요도 없는데 대장 고양이는 제 동생과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은 모양이다. 어미의 업식이 자식에게 유전된다더니 어쩌면 집사가 자란 집구석 분위기와 이리도 같은지 매일 108배라도 하면서 그 업식을 씻어내야 할 모양이다, 진심!

[안 하던 짓을 하는 하얀 고양이]

이건 다른 날이다. 바구니 하나를 마무리하고 풀칠한 것을 말리느라 작업대 위에 얼려놓았더니 어느 새인지 이 하얀 녀석이 냉큼 들어가 앉아 있다. 경철이는 바구니에 스크래칭을 잘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리 들어가는 것을 집사가 그다지 반기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아이가 영역표시를 한 것은 우리가 그냥 쓰면 되기 때문에.

[당당하던 눈빛이 살짝 변한 경철]

그런데!? 경철의 눈빛이 살짝 변하는 듯 보인다. 이심전심이랄까,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봉가...? 고민에 빠진 하얀 고양이]

아슬아슬 걱정하는 집사 마음을 눈치챘을까 몹시 곤란한 표정이 되는데 이 표정 부자 고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인다. 집사는 진짜로 아무 말 안 했는디... 말 해도 야아는 듣지도 못하는 아이니까 더더욱~ 결국 경철은 스크래칭질 한 번도 안 하고 그 길로 무사히 바구니를 벗어나 줬다.

 

쓸데없는 눈치를 많이 보고 주눅 들어하는 것도 집사를 똑 닮았다. 집사의 60년 넘는 업식이 너무 강해 이 아이들에게까지 전염이 됐으니 진짜로 108배 수행을 해야 하나 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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