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구니 속 고양이들 1년, 6년 후

같은 바구니 속 고양이들 1년, 6년 후 - 1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맘 먹고 사이즈 넉넉하게 잡고 짜기 시작한 바구니였다. 2011년 9월 27일. 4개월 12일 된 아깽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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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봐도 충분한 사이즈로 둘이서 저렇게 대놓고 지롤발광 딩굴어도 넉넉하고도 남았었기 때문에 내심 흐뭇 했었다, 둘이서 다정하게 껴안고 자기에 충분한 크기가 되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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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장면에서 4일이 지난 10월 1일, 두 넘 모두 너무 작아서 자꾸만 발에 밟힐 것 같던 시절이라 얼른얼른 팝콘처럼 튀겨져 자라주기를 얼마나 고대하던 참으로 복에 겨웠던 시절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흰둥이 경철이는 침대에 앉을 때마다 깔고 앉을까봐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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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깽이 놀이를 할 때도 있었구나... ㅍㅎㅎ 철수 저 얼굴 좀 봐라~~ 카메라니 사진사 실력이니 볼 때마다 투덜거려 대지만 난 이 무렵 사진이 가장 좋다, 초점이니 구도니 상관없이 가장 생동감 있는 장면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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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만 펼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저 지롤들을 해대서 이나마도 완성하는데 아마도 서너 달은 걸렸더라는 기억이 난다. 그나마도 처음에 작정했던 높이로 짜 올리지도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를 지은 것이 그 정도 세월을 필요로 했었다. 저 시절에는 이 놈 똥꼬, 저 놈 똥꼬, 번갈아가며 수시로 똥꼬를 보여주시는 효도를 거의 온 종일 누리던 시절. 고양이들처럼 똥꼬, 생식기가 민망하지 않은 동물은 세상에 없다는 걸 깨달은(?) 것도 저 무렵이었다. 아, 니들 똥꼬는 언제 봐도 예술이여!!! 이 때는 틈만 나면 이런 지롤발광을 하며 할망구 혼을 쏙 빼 놓더니


일년 후에 문득 돌아보니 두 놈 모두 틈만 나면 이러고 자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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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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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0일, 철수
아직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저지레 하면 물스프레이 해라, 목덜미 잡고 혼 내라 등 오만 잡소리를 다 듣고 따라하던 시절이었는데 야무지지도 너그럽지도 소통에 능하지도 못한 엉터리 손에서도 별 탈 없이 잘 자라 줘 정말 고마웠고 지금 그 고마움은 더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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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났다. 지롤발광 물고 뜯고 싸우는 일 없다! 기껏 한 뼘 높은 자리에 올라앉은 넘이 먼저 싸다구 한 대 날리고 잽싸게 도망가다 미끄러지고 숨고 맞은 넘 쫓아가 숨은 넘 나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 낳듯 앉았다가 집중력이 까지인지 제 풀에 딴 짓하러 가고... 경철 고양이 2017년 8월 1일. 사진이 오히려 더 작아진 듯 찍혔지만 웅크리고 있어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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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고양이 오늘, 2017년 9월 18일. 같은 바구니다. 만든지 6년이 지났는데 아이들만 변했다, 바구니는 왜 같이 자라지 않았을까나... 아이들이 조용해진 이유는 나이탓도 있지만 내가 너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그런가 싶기도 하다. 청소하고 침대시트 갈고 등의 사소한 일이라도 하면 뭔가 기운이 나는지 즈들끼리 쫓아다니며 잠깐이지만 사냥놀이 비슷한 놀이를 하는 것 보면. 미안타...

 

그런데 지끈 바구니도 참 용타. 아이들과 내내 함께 한 이 세월을 고스란히 견뎌주고 있다니! 처음에 바구니를 짜기 시작했을 때는 이 정도로 변함없이 오래 견뎌줄 줄은 솔직히 생각지 못했었다. 다시 기운을 내 바구니라도 짜면 아그들이 또 저 지롤들을 해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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