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이가 언제나처럼 시그니처 자세로 방구석이 어떻게 돌아가나 관찰하고 있다.
맨날 같은 모습이라도 한 장면이라도 더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대놓고 사진을 찍었다.
방바닥만 보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마침 사진 찍고 있는 집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집사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일까, 문득 반가웠던지 벌떡 일어서 나온다.
그런데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눈을 집사에게 꽂고 몸이 숨숨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바로 되돌아 들어간다. 이게 진짜로 저 위의 장면 바로 다음에 잡힌 것이다. 환장할 노릇... 아마도 전 날 귀 청소당한 악몽이 남아있어 그런 모양이다, 짐작이 간다.
자주 해야 하는 귀 청소인데 (*고양이는 강쥐처럼 쉽게 하면 안 된다. 약도 쓰면 안 되고 소독약도 가급적이면 쓰지 말고 식염수를 쓰는 게 가장 좋다)
박스 안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가 집사 기척에 그나마 얼굴이라도 보여주니 다행이다. 요즘은 귀 청소를 하고 나면 오래 삐친다, 늙으면 잘 삐친다더니 고양이도 똑같다 ㅡ.ㅡ
그리고 저 위의 숨숨집 장면에서 한참이나 있다가 그래도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눈빛으로 빠져나온다. 아마도 이빨 과자의 유혹을 못 견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건 오늘 아침 식사 후의 장면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경철이 철수의 밥그릇이 얼굴을 디밀었다. 일부러 뚝 떨어진 장소에 두고 서로 보이지 않게 해도 예외는 없다. 아무리 멀고 안 보여도 경철을 제 형 밥그릇 하나는 한 큐에 찾아낸다
저걸 갈궈 말어? 한참을 노려 보다가 잠시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곁눈길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프린터이다. 동생을 갈궈 분란을 만드느니 송장 빠지는 거나 구경해야겠다, 생각한 모양이다.
요즘은 집사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대부분 송장을 뽑는 일이라 지금도 그런 걸로 이해한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지. 오늘은 암 것도 뽑을 게 엄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