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해괴한 자세인고? ㅋㅎㅎ 경철은 아기 때부터 철수가 잘 안 하는 해괴한 짓을 많이 하는 편인데 방바닥은 따스한데 숨숨집에서 나오기는 싫고, 아니며 고양이 특성대로 사유에 빠졌다가 그 자리에서 저절로 잠이 들었던 것인데 저런 자세로 자면 목 아프지 않나...? 집사는 늘 이런 해괴한 자세를 봐 익숙하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이 꼴이 너무나 귀여워 바구니 짜다 말고 연사 수준으로 사진을 찍어대니
대장 고양이 철수가 어느새 이걸 인지 했는지 "야, 너 누가 그런 자세로 자라고 했어? 나보다 귀엽지 말란 말이야!"며 잠자는 아이 머리부터 냅다 공격을 시작해 이미 하얀 털이 덕다운처럼 펄펄 휘날리기 시작했고
실컷 때렸는지 꼬리를 드높이 휘날리며 철수가 자리를 떠나자마자 무슨 생각에서인지 경철이 곧바로 튀어나와 돌아서는 제 형의 눈치를 살핀다. 아무래도 숨숨집 안이 좁아서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즈들은 나름 심각하지만 집사 눈에는 이 꼴이 왜 이렇게 귀엽다냐?
"내가 거기 콕 처박혀 있으라 했어 안 했어?" 동생이 나오는 바스락 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되돌아온 대장 고양이, 다시 한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공격을 퍼부어댄다.
완전 쭈그리 표정을 하고 있는 경철을 보니 대장 고양이가 이번에는 아주 단디이 다짐을 준 모양이다. 불쌍한 내 시키...
제가 자리를 떠나면 이 겁 없고 시정머리 없는 동생이 또 튀어나올 걸 알고 있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한편에 비켜 앉아 동생을 감시하는 철수. 그걸 아는 경철은 숨숨집 안으로 가능한 한 깊게 몸을 감춘다.
그렇게 한참을 감시하다가 동생이 오래 잠잠하자 이만하면 됐다 싶은지 이제는 식탁 쪽을 향해 "집사 밥!" 자세로 앉아있다.
숨숨집 안에 숨어서도 제 형의 동태는 어지간히 살펴지는 모양이다. 놀란 마음 달래려고 혀를 길게 빼 코를 핥으며 경철이 밖으로 나오지만 여전히 제 형쪽으로 시선을 두고 조심스레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내가 뭘 잘못했지?" 표정의 경철. 바닥에 하얀 털이 천지로 깔려 있는 가운데 기가 팍 죽은 아이 표정이 집사 마음을 찢어놓는다.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일이라 더더욱 그렇다.
경철의 표정을 이내 "불만 가득"으로 변하고 밖으로 나오는 전 여전히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창틀에 두 팔을 걸치고 앉는 그 만의 시그니처 포즈를 선 보인다. 아까도 저러고 있다가 해괴한 꼴로 잠들어 두들겨 맞았으면서~ 하지만 경철만 불쌍해할 일은 아니다. 철수도 역시 끼니때마다 나란히 밥을 주면 경철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경철이 제 밥 먹다가 거의 다 남겨놓고 불쑥 철수의 그릇으로 얼굴을 들이밀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철수가 백전백패 아니, '전'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철수가 저절로인 듯 물러나 집사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하는 게 일상다반사이니. 그래서 웬만하면 두 녀석을 같은 자리에서 막게 하지 않지만 떨어뜨려 놔도 찾아오신다는 것이 문제.
시간이 한참 지나 오후로 접어들자 철수는 요즘의 최애 장소인 침대 밑 '오 예스 바구니'로 들어갔고 하얀 할아묘지는 세상모르고 뜨신 방바닥에 널브러졌다. 덕분에 집사는 더워 죽지만 할아묘지 연세를 생각해 온도를 낮출 수가 없다. 이렇게 널브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평화와 힐링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기도 해 일거양득?
아무튼 철수의 "나보다 귀엽지 말란 말이야" 공격을 오늘도 계속 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