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묘지가 됐어도 여전히 아기

우리 경철 고양이, 그저께 밤에 내가 아파 죽느니 사느니 하며 충무김밥 2인분과 공깃밥 하나를 뚝딱 해치우는 동안

내내 이렇게 집사 옆에 앉아 있었다. 인간의 밥이 탐나서?

뭔가에 지친 듯 허공을 응시하는 눈길,

그러다 고양이는 역시 고양이인지라 슬몃 졸기도 한다.

아, 이 애처로운 눈빛 좀 보소! 아까부터 내내 같은 자리를 지키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더니 도저히 안 되겠던지 "제발 좀~~" 하는 이 세상 누구라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한다. 아니 도대체 왜? 웬만하면 집사가 먹던 것 중 고양이가 먹을만한 것 있음 한 점 주지럴? 그런데 야아들은 인간 음식에는 애초에 관심이 1도 없는 아이들이고 정답은 "엄니, 제발 잠 좀 자자!"

철수는 낮밤 없이 무릎 고양이지만 경철은 딱 밤잠 잘 때만 무릎 아니, 팔뚝 고양이가 되기 때문에 집사가 저 자야할 시간에 제대로 품을 내어주지 않으면 내내 저러고 앉아있다 ㅜ.ㅜ - 저 애처로운 눈빛을 본 순간 부랴부랴 밥상을 물리고 양치질도 안 한 채로 자리에 누우니 그제야 안심한 듯 냄새를 킁킁~ (고양이들 제 잠자리 고를 때 꼭 이 짓을 한다)

"음, 이제 제대로 좀 잘 수 있겠군" 판단을 한 모양으로 제 몸 누일 위치를 확인한다.

이 시키 모습만 보면 설명할 거 이제 더 없다 ㅎㅎ~ 집사 팔을 베고 사람처럼 누운 모습이다. 사실 이것도 잠 잘 때의 정자세는 아니다. 집사가 완전히 잠 잘 자세를 갖추고 옆으로 누워 한쪽 팔을 꺼내 주면 비로소 그걸 베고 등을 돌려 눕는다. 그러면 집사가 품으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자세가 되는데 그래야 진짜로 잠이 든다.

정자세는 아니지만 몇십 분을 내내 기다리다 겨우 얻어낸 잠자리라 "그래도 이게 어디고" 싶었든지 슬몃 잠이 든다. 여기까지 오면 집사도 등받침을 빼고 베개만 밴 상태에서 옆으로 누워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그램은 가재 눈을 뜨고 옆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ㅜ.ㅜ

 

내 고양이들은 할아묘지가 됐는데도 점점 더 집사에게 집착하는 것이 야아들은 정신적 나이는 거꾸로 먹나 싶을 정도이다. 외국의 한 고양이 전문가가 집 고양이들은 자신이 평생 아기인 줄 알고 산다더니 세월이 갈수록 그 말이 맞다는 걸 점점 더 깊이 공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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