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묘 맡은 바 타고난 소명에 충실하여

성향이 전혀 다른 우리 집 두 고양이 형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면 집사가 가장 재미있어하는지까지 모두 꿰뚫고 있는 모양인지, 나이 탓인지~

[나란히 누워 마주보며 누은 형제]

요즘은 집사가 지끈만 잡으면 즈들이 알아서 각자 자리를 잡는데 쌀쌀해진 탓일까, 집사의 손길이 부족한 탓일까, 침대 끄트머리에 두 녀석이 엉덩이를 붙이거나 마주 보거나 아무튼 나란히 누워 자는 모습을 거의 항상 발견할 수 있는데

[프린터 성애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 철수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최근 굿스플로의 택배를 이용하게 되면서 치워두었던 프린터를 다시 설치해 작동시키는 소리.

 

어릴 때부터 철수는 프린터의 작동원리가 한없이 궁금해 경철에게 놀아주지 않는다고 얻어맞기까지 한 일이 있었는데  이 고양이가 남자라면 - 이런 남자, 정말 싫으다!  이 시리즈의 글도 여러 꼭지 쓸 만큼 프린터를 지독하게 좋아하는 아이였던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프린터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한 장이 인쇄돼 나오는데 적어도 30초는 걸리는데 눈 하나 깜짝 않고 이렇게 지키고 앉았다. 그래서 집사는 요즘 일부러라도 프린터를 한 번씩 작동시킨다는~

그리고 또 다른 재능을 타고난 이 하얀 도둑 냥아치! 안 들리는 대신 후각이 정말로 심하게 발달한 모양인지 샘플로 구입한 명태 큐브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아내고는(경철은 명태, 황태에 환장한다) 아직 정리도 못하고 어둠 컴컴한 현관께에 둔 것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이미 봉지에 송곳니 자국이 뽕뽕~

손으로 봉지를 눌러 뜯어도 보고

입에 물고 흔들어도 보고

하다 하다 안되니 집사를 향해 "엄니 좀 도와주세염~" 최대한 애처롭고도 열망이 가득한 눈빛을 발사한다.

그래도 도와주지 않으니 계속 같은 짓을 하며 뱅뱅 돌다가 무얼 줍줍 씹어 삼키기 시작하길래 가까이 가보니 작은 것들은 저렇게 물고 흔들고 뱅뱅도는 사이에 바닥으로 떨어질 만큼 제법 구멍을 뚫어 놓았다. 기특한 내 시키!!! - 비닐을 삼키게 될까 봐 결국 집사 손으로 뜯어주니 모서리에 있는 작은 것들만 빼고는 모두 그 자리에서 싹쓸이. 아무튼 대단한 능력이다.

그리고 대장 고양이의 또 다른 재능, 집사가 잠시만 일감에서 손을 놓으면 기가 막히게 제 몸을 딱 맞춰 올라앉아버린다.

아이구야, 그러고는 "철수야, 여기 봐~" 하니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돌아앉아 주시기까지 한다. - 판매하는 바구니들을 구매한 고양이들이 대체로 무척 좋아한다는 평인데 아마도 이 녀석이 이렇게 냄새를 묻혀준 덕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ㅎ;;

그리고는 두 녀석 모두

세상 평온... 애초에 기운이 달려서이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덩달아 시간까지 못 내주는 집사는 맴찢...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